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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부들부들 떨면서 땅바닥에 몽둥이를 겨누고 있었다. 솟이 다가가 보니 바닥에는 이상한 짐승이 얕은 신음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뭐해! 어서 죽여 버려!

솟이 소리치자 오시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이걸 봐

솟은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짐승은 얼굴을 파묻고서는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내밀고 있었다. 그것은 한 송이의 꽃이었다.

-이 따위 게 뭐!

솟은 짐승의 태도에 아랑곳없이 단숨에 때려죽일 기세로 높이 몽둥이를 치켜올렸다. 그때 뒤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멈춰! 죽이지 마!

수이는 어느새 솟의 뒤에 서 있었다. 솟은 수이의 위세에 눌려 슬며시 몽둥이를 든 팔을 내렸다. 하지만 솟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꽃을 들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짐승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우리 동료들을 죽인 놈이다. 이 놈들은 전부 없애 버려야 해

-그건 이상한 불꽃과 몽둥이를 든 놈들이 그랬겠지. 그 놈들은 죽었고, 이 놈은 꽃을 들고 있을 뿐이야.

수이의 설득에 솟은 천천히 몽둥이를 내렸다. 그렇지만 솟은 조심스러웠다. 비록 당장은 이 짐승이 이상한 불꽃이나 몽둥이를 들고 있지는 않지만 무기를 들면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심에 솟은 경계를 풀 수가 없었다.

-오시! 이놈을 잘 감시해야 한다!

솟은 오시에게 주의를 주고서는 재빨리 이상한 짐승을 죽인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솟은 너무나 놀란 나머지 우뚝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이상한 불꽃이 그 때까지 빛을 내며 주위를 비추고 있었지만 그 때문은 아니었다.

이상한 짐승의 시체는 빛을 받으며 어느새 혹은 검게, 혹은 파란 빛으로 심하게 썩어가고 있었다. 이런 시체는 하이에나는커녕 개미떼마저도 기피할 듯싶었다. 솟은 죽자마자 썩어 가는 시체를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솟이 생각하기에 이 이상한 짐승은 죽어서까지 다른 짐승에게 득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솟은 조심스럽게 이상한 불꽃을 집어들고 땅바닥에 비볐다. 그럼에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솟은 신경질적으로 이상한 불꽃을 땅바닥에 몇 번이고 우지끈 소리가 나도록 세차게 내려쳤다. 이상한 불꽃은 그제야 불꽃을 거두었다.

불을 끈 솟은 이상한 짐승이 들었던 길고 검은 몽둥이를 주워들었다. 매끈한 면이 있는가 하면 무엇인가 돋아난 부분이 있는 이상한 몽둥이였다. 그것은 한 손에 쥐고 휘두르기에는 벅찼고, 두 손으로는 어색하게나마 휘두를 수 있었다. 그런 점만 뺀다면 손으로 만져보기에 나무 몽둥이보다는 단단한 것이어서 솟은 그 물건이 조금은 마음에 들었다.

솟이 생각하기에 단단한 돌로 세차게 내리쳐 필요 없는 군더더기를 다듬으면 쓸만한 몽둥이가 될 성싶었다. 솟은 몽둥이를 들고서는 다시 사로잡은 짐승이 있는 곳으로 갔다. 솟은 수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 놓고 그 짐승을 이 몽둥이로 응징할 작정이었다.

-수이

솟이 수이를 불렀을 때, 수이는 어느새 이상한 짐승이 들고 있던 꽃을 받아들고 있었다. 꽃은 수이가 좋아하는 흰색이었다.

-저쪽으로 가 있어

-솟!

수이는 솟의 의도를 금방 알아채고서는 소리쳤다. 수이가 순순히 갈 것 같지 않자 솟은 오시에게 부탁했다.

-수이를 데리고 저리로 가 줘

-안 돼! 죽이지 마!

수이는 오시의 손에 억지로 끌려가면서도 소리쳤다. 수이의 선에 든 흰 꽃이 땅에 떨어졌고 솟은 자신도 모르게 망설이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작 이런 일에......

솟에게 짐승 따위를 죽이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었지만 수이가 잠시나마 각별히 여긴 짐승은 어딘지 달라 보였다.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안 짐승은 벌벌 떨며 이상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솟은 손에 든 몽둥이를 머리위로 치켜들었다. 솟은 손가락에 걸리는 몽둥이의 돌기를 힘껏 움켜잡았다.

“쿠앙!”

순간 몽둥이에서 나온 엄청난 빛과 함께 솟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때를 틈타 짐승은 있는 힘을 다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솟은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저 이상한 몽둥이를 바라보았다.

덧붙이는 글 | "불행의 징조"편이 끝났습니다. "우주 저 편에서"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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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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