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체험전’에서는 신주를 빚어 음복해 볼 수도 있었고 단오제 부적 그리기와 부채 그리기 행사도 있었다. 또 여성들은 창포에 머리를 감는 행사를 경험할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 풍속화의 대표로 꼽히는 신윤복 선생의 그림 ‘단오도’에는 물가에서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여인들이 잘 나타나 있다. 창포를 삶아 머리를 감으면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하며 머리에 윤기기 돈다고 하여 부녀자들이 즐겨 머리를 감았다고 한다.
단오 행사기간동안 단오제단에서는 매일 아침 ‘조전제’를 올린다. 강릉의 가장 높은 봉우리 대관령산신령님께 예를 올리고 1년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비는 굿도 한다고 한다. 오전 10시가 되자, 제주와 제복을 입은 이곳의 지역 유지들이 단오제단 앞에 섰다. 단오절동안 매일아침 진행된다고 하는 조전제 의식을 지켜보았다.
제복을 입고 맑은 물을 떠놓은 곳에 제주가 “관수”하고 외치면 손을 담근다. 다음 “제수”하고 외치면 다시 흰 수건으로 손을 닦는다. 마지막으로 “집홀”하고 외치면 길이 60cm 정도의 장판을 든다.
조전제 행사장에서 이곳에서 70년 동안 살고 계신 정순교 할머니를 만나보았다.
“그전에는 교통이 이렇게 발달하지 않아서 각 지역에서 이른 새벽 보리밥을 싸들고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왔지요. 그저 우리야 별 소원 있나요? 한 해 농사 잘 되고 자식 건강하면 그게 소원이지.”
‘조전제’ 행사가 끝나면 행사주최측에서는 준비한 음식과 떡을 나누며(제수) 단오의 의미를 새기기도 한다. 백설기를 여유 있게 만들어 이곳 주민들과 나누는 모습이 옛 시골인심을 느끼게 한다.
제사가 끝나면 단오 굿을 한다. 머리에 흰 띠를 두르고 푸른색 치마와 흰 저고리를 입은 무속인들이 나와 창을 하며 대관령 산신령을 부른다. 그들이 굿을 하며 산신령을 부르자 지역주민은 물론이거니와 각 지역에서 몰려든 시민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무속인에게 예를 올린다. 단오 굿이 절정에 이르고 무속인의 굿이 마무리 될 즈음에 호호백발에 비녀를 꽂은 할머니 한 분이 제 대 앞으로 나온다. 그 걸음이 어찌나 힘겹고 느린지 지켜보는 우리들이 마음이 조마조마 할 정도였다. 마침내 제대 앞에 서 있는 무속인에게 당도한 할머니는 그녀의 귀에 대고 무어라 귓속말을 하고 들어가는 것 아닌가.
그녀가 마이크에 대고 “이 할머니 소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놀란 관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켜보자 이내 답을 해 준다.
“할머니 소원은 ‘자손들 번창하고 아들 녀석보다 부디 당신이 먼저 가게 해 달라’는 겁니다.”하고 말해주었다. 팔순이 넘은 노모가 육순이 넘은 아들 걱정을 하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적시는 순간이었다.
자신을 경북에서 온 청관 선생이라고 소개하며 회색한복을 입고 계신 남자 한분이 말씀하셨다. “우리나라의 단오제는 신라 이전부터 대대로 내려온 풍습입니다. 단오제는 설·추석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4대 명절입니다. 이건 강원도의 제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의 제사입니다. 지역이 화평하고 나라가 번창하기를 바라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