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총학생회의 총장실 점거농성이 8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손봉호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등 9개 교육·시민단체 대표들은 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동덕빌딩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학내 구성원들과 시민사회단체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결단을 내주기를 바란다"며 손봉호 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2003년의 민주화 투쟁 승리에도 불구하고 2004년 9월 손봉호 총장이 부임한 뒤 학내 분규가 그치지 않고 있다"면서 "사정이 이러한데도 총장 이하 실세 보직자들은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내놓거나 책임지는 자세 한 번 보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손봉호 총장의 부임 이듬해인 2005년 동덕여대에서는 ▲4월 직원노조 전면파업(4.12~6.29) ▲6월 총학생회장의 19일간 단식농성 ▲9월 학보사 주간 해임 ▲10~12월 학교당국의 학보 발행 중단, 이에 맞서 학보사 기자들의 제호 없는 신문 발행 등 큰 혼란을 겪었다.
2006년 들어서도 ▲1월 학보사 기자 16명 모두 해임, 학교당국의 총학생회 선거 부정 의혹 제기 ▲2월 총학생회 재정 지원 전면 중단 ▲3월 이주미 교수 채용보류 및 부적절한 학벌 발언 논란 ▲4월 총학생회 단식농성 ▲5월 총학생회 총장실 점거 및 교수-학생 충돌 사태 등이 잇따르면서 구성원들 간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현 총학생회의 존재, 활동에 대한 학내 여론이 찬성과 반대로 뚜렷하게 갈려 학생들 사이에서도 편이 나뉘고 있다. 교수사회 또한 총학생회를 지지하는 교수노조와 총학생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학교당국의 입장에 힘을 보태고 있는 교수협의회로 크게 양분돼 있다.
총학생회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개념 없는 총학이 학교에 망신살을 뻗치고 있다"며 총학생회를 출교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총학생회를 지지하는 쪽은 "학교는 총학생회에 돈 한 푼 안 대주고 학생회 활동을 방해하면서 단대 학생회를 이용해 학생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손봉호 총장 퇴진 요구에 대해 동덕여대 쪽은 소수의 주장에 불과하다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병일 교무처장은 "독재가 무너지고 민주화된 학교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터져 나오고 다소의 진통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지금의 혼란을 학교의 위기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어 "손봉호 총장 취임 이후 장기발전계획에 따라 학교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왜 자꾸 물러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총장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총학생회의 총장실 점거 농성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 김 처장은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며 "농성 학생들에 대한 징계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징계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