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구석 '부채 붓글씨 써주기 행사장'에서는 붓글씨를 써주는 김성장 선생님과 이름 모를 학생간의 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넌 꿈이 뭐야?"
"경찰이요."
김 선생은 곧바로 스윽 먹을 갈아 '민주경찰' 이란 큼지막한 글씨와 함께 '멋진 경찰이 되길' 이란 문구가 담긴 붓글씨 작품을 건네준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용기 내 '더불어 삶'이란 문구를 부탁했더니 훌륭한 부채 작품을 선물해주셨다.
민속놀이 행사장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생소한 전통놀이가 아이들에 의해 재현되고 있었다. 동생들을 챙기며 놀이를 가르쳐주는 중학생도 있었고 가족 자전거를 타는 선생님과 제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토막에 불과했던 나무는 슬슬 장승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으며 그 앞 행사장에서 찰흙을 만지작거리던 아이들의 고사리 손을 통해 작은 예술품이 완성됐다. 또 아예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민화 그리기에 여념 없는 꼬마와 윷놀이와 제기를 가지고 그들 나름대로의 새로운 놀이를 만드는 아이들까지, 차 없는 길거리는 아이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해 보였다.
행사가 진행될수록 학생뿐 아니라 가족들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며 '인사동 같은 분위기가 난다'는 이름 모를 사람의 말도 들을 수 있었다.
공연으로 풍물, 민요, 통기타, 색소폰, 꼭짓점 댄스 등이 진행됐고 옥천 학생들로 구성된 '익스트림'의 댄스 공연에는 약 100여 명의 여학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함께 호응했다.
"재밌고 신나고 멋있어요. 익스트림 오빠들 보기 위해 기다렸어요"라고 말하는 옥천여중 1학년 4반(4반임을 큰 소리로 강조함)학생들. 이들은 이날 익스트림 오빠들을 찍기 위해 디지털카메라 까지 동원한 모습이다.
행사 주최를 맡은 옥천 민예총 김성장 지부장은 "아이들의 놀 곳을 마련해 주기 위해 이 축제를 하는 것이며 누구나 와서 철퍼덕 앉아 쉬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면서 "길은 원래 사람이 다니는 곳인데 사람이 차한테 뺏긴 것이며 차 없는 길거리 축제는 차에 대한 일종의 정지신호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적 혜택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6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 옥천. 함께 사는 '더불어 삶'을 위해 아무런 지원과 예산 없이 옥천 민예총 회원들의 자발적 봉사로 이루어진 '차 없는 길거리 축제', 차가 없어진 그 자리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