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대학교와 경원전문대학의 통합 추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통합에 실패한 뒤 올 들어 재추진하고 있지만 양 대학과 학생들 사이의 견해 차이는 여전히 크기만 하다.
특히 비서과, 사진영상과 등 일부 학과가 폐과되거나 상당수 과가 경원대에 흡수되는 전문대학의 반발은 상당히 거세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통합 승인이나 통합 성사 여부와는 무관하게 통합을 둘러싼 양 대학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대 "말 뿐인 1대 1 통합은 싫다"
지난 1일 전문대학 사진영상과 학생들은 교내에서 시위를 벌였다. 5월 29일 결정된 3차 통합대학 학사 모형에서 사진영상과의 폐과가 결정되자 경원대와의 통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사진영상학과측은 통합안 결정이 학과 구성원들과 협의 안 된 사안이라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역시 폐과될 것으로 보이는 비서과 등도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전문대학 학생들은 양 대학의 통합 추진이 애초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가 밝힌 1대 1 통합이 아니고 구성원들의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통합에 반발하고 있다. 신상을 밝히지 않은 전문대학의 한 학생은 "왜 전문대는 학과가 없어져야 하느냐"며 "지금껏 낸 등록금이 아까워서라도 학생들의 의사가 무시되고 모교 학과가 없어지는 사태를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대학 교수들 역시 '경원전문대학 교수복지회' 명의로 지난 5월 27일 경원대의 특정 교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경원대 측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교수는 양 대학의 통합 조건 등에 관한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원전문대학 교수복지회는 이를 망언으로 규정했다.
이처럼 양 대학 대표로 구성된 통추위 안에서 정상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양 대학이 직접 대립과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통합 추진은 더욱 힘들어 보인다.
'경원대학교 교수협의회' 역시 5월 30일 전문대학 현수막 사건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통합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각 단과대학 교수단의 통합 반대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경원대 "시급히 결정할 문제 아니다"
경원대 학생들 역시 통합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의 참여가 배제되는 등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고 학교측 소수 관계자들에 의해 통합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또 통추위가 교육인적자원부의 통합 승인 요건만 좇다 보니 각 학과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학부제와 특성화를 추구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신정환군은 "통합은 오랜 기간 논의를 거쳐 다양한 의견 속에 발전적 모델을 찾아야 하지만 이번 재추진은 시간에 쫓겨 급조된 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또 미술대학 회화과 윤주영양 역시 "시간이 더 걸려도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통합이 돼야 후유증이 없다"며 신중한 통합 추진을 주문했다.
이런 영향 속에 특히 소프트웨어 대학은 통추위가 제시한 통합 모형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1년 특성화된 대학이라는 명분 아래 국내 최초로 소프트웨어 대학을 설립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전자·정보 통신공학부와 통합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통추위는 소프트웨어대학을 소프트웨어 전자통신대학으로 바꾸는 통합 모형안을 제시하고 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양교간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가 아닌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경원대 자연과학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대학 발전은 규모가 아닌 교육-연구 시설의 확충과 우수한 교수진의 지속적 충원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자칫 몸집만 불렸다가는 인구가 감소하는 10~20년 후에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까지 상당한 진통 뒤따를 듯
이 같은 학내 구성원들의 통합 반대 움직임에도 통추위는 양 대학의 통합 추진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큰 틀의 구조개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통합이 최선의 대안이며 통합 경원대학교의 발전 방향과 방법에 대한 갈등은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경원대와 경원전문대의 통합 갈등은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