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이~~!"
"잠깐만요. 아직 다 안 심었어요."
"왼쪽으로 한 발씩 땡겨요!"
"아야! 내 발 밟지 마요."
"우와~! 머리에 털 나고 이런 거 처음 해봐요."
줄잡이의 고함 소리에 모두들 허리를 펴고 일어섭니다. 못줄은 넘어가고, 미처 모를 다 심지 못한 사람은 바쁩니다. 옆 사람과 손을 맞추어야 하는 모심는 일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줄이 넘어 갈 때에 다 심지 못한 곳에 모를 심는 것을 가리켜 '식은 밥을 먹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못줄에 모를 심는 것을 가리켜 '따신 밥을 먹는다'고 하지요. 서부 경님 지방에서 나이 많으신 분들이 쓰는 말이지요. 그걸 설명해 주었더니 한분이 이렇게 말합니다.
"왜 내는 찬밥만 먹어야 해?"
농사일을 기계로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요. 다만 정겨운 우리네 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는 모내기를 하는 날이면 엄청 바빴습니다. 팥을 듬뿍 넣어 칼국수를 끓이고, 마치 동네 잔치라도 하는 것처럼 음식을 장만합니다.
열 마지기를 하루 만에 모를 심으려면 동네 잔치가 되지요. 한 마지기에 두 명씩 계산하고, 줄잡이 두 명, 모애비(논에 모를 가져다 주는 사람) 한 명, 그러면 23명입니다. 작은 동네에서는 그렇게 많은 일꾼이 없어 이웃동네에서 오기도 하지요. 그렇게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 모레는 또 누구네 집에 모를 심습니다. 한 달여를 꼬박 모를 심어야 온동네 논들이 푸른 빛을 내게 되지요.
온동네 사람들이 한 달을 꼬박 심어야 할 논을 요즘은 사람 서너 명이 일주일이면 다 해치웁니다. 순식간이지요. 어느 순간에 논이 모두 초록빛을 띠게 되지요. 요즘 사람들의 삶이 다 그럴까요? 뭐든지 빨리 하려고 하지요. 그래서 망종(6월 6일, 음력 5월 11일) 무렵에 심기 시작하는 모를 망종에 이미 다 심어갑니다. 감자도 이제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모두들 캐어서 팔지요. 과일도 익기도 전에 따서 팔아야 하고요.
대통령이 모내기를 하는 장면이 9시 뉴스 첫 화면을 장식하고, 전국의 모내기 현황을 뉴스 시간에 이야기 하던 그 시절이 좋았습니다. 그때는 전량 수매를 받아 주었고, 수매가도 물가 인상분을 고려하여 국회에서 인상하여 주었지요.
심어야 팔 데가 없는 요즘에도 농부들은 땀을 흘려 일을 합니다. 씨앗을 뿌릴 때 팔아야 하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냥 열심히 키워내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하여도 일년 가운데 가장 바쁘다고 하는 농번기가 요즘입니다. 죽고 싶어도 너무 바빠서 죽을 시간이 없다고 하지요. 더구나 죽은 송장까지 벌떡 일어나서 일을 도와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농민들은 옛날만큼 바쁘지 않습니다. 열 마지기 논에 모를 심기까지는 모든 작업을 통틀어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지요. 옛날에는 소로 논을 갈아 논두렁을 만드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지요. 모든 것이 빨리 되어 갑니다. 가끔은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지나갔으면 하는 것들도 많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