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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살며 해로운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화학 비료 한 번 뿌리지 않으면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니 당연히 토종벌에게 설탕을 먹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인도의 간디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지요. 반찬들은 앞마당에 널려 있는 밭에서 만들어내고, 웬만한 옷들은 직접 바느질을 해서 만들어 입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준에서는 아주 전형적인 농부의 모습이지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그랬습니다. 작은 끈 하나, 비닐봉지 하나라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었습니다. 구석구석마다 뭔가를 숨겨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다 어딘가에 쓸모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버려지는 쓰레기가 안 나옵니다. 명절 때나 되면 도시에서 살다 온 아들과 딸들이 버린 쓰레기가 나오지요. 아무리 재활용을 한다고 하여도 도시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쓸 데가 없습니다.
밭에서 일을 하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벌들이 정신없이 날아다닙니다. 분봉을 하는 것이지요. 벌통 하나에 여왕벌이 두 마리가 살 수가 없어 여왕벌 한 마리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입니다.
이곳에 사는 벌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산과 들에 널려 있는 온갖 꽃들이 농약 냄새 한 번 맡지 않고 피었으니까요. 원래 토종벌은 농약 냄새 같은 자극적인 것들을 싫어합니다. 모기가 많다고 모기약이나 모기향만 피워도 벌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 버리지요.
분봉을 하여 빨리 벌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농부는 천하태평입니다. 벌을 받기는커녕 점심을 먹자고 합니다. 벌을 받아야 할 농부보다 오히려 제가 더 안달이 납니다. 저러다 벌이 도망이라도 가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서 지키고 있는데, 점심을 먹으러 오라고 자꾸 부릅니다.
점심을 먹고 바로 벌을 받을 줄 알았는데, 이젠 차도 한 잔 마시자고 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이쯤에서 저는 포기를 했습니다. 저러다 벌을 놓치면 벌을 키우는 농부가 더 아까울 테니까요. 그렇게 두어 시간이 지나자 벌을 받겠다며 일어납니다.
저는 벌에 쏘일까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머리에 망 하나만 둘러 쓴 채 벌을 받으러 갑니다. 다행히 그리 높지 않은 나무에 벌이 붙었습니다. 조심해서 사다리를 걸치고 벌을 받는 모습이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는 것 같습니다. 벌들도 해롭게 하지 않는 것을 아는지 농부의 손길 따라 잘 움직여 줍니다.
벌들이 살아야 할 집이라고 여겼는지 날아다니지도 않고 모여 있습니다. 새로운 가족이 생겨난 것이지요. 저 벌들이 많은 꿀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벌들이 사는 마을에 새로운 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저곳에서도 달콤하고 맛있는 꿀이 많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팔려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토종벌은 비싼 가격 때문인지 가짜가 많습니다. 가짜라기보다는 꿀을 많이 생산하려고 설탕을 많이 먹여 만든 꿀이 많지요. 그런 이유로 믿지 못하여 함부로 꿀을 사지 못합니다.
벌이 날개짓을 해서 날아 갈 수 있는 거리가 2km 정도입니다. 반경 4km 이내에서 꽃가루를 모아 꿀을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한 곳에서 키울 수 있는 벌은 한계가 있습니다. 무작정 많이 키울 수가 없지요. 그래서 벌통수를 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분봉을 해서 받은 벌통들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