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멸종위기 조류 저어새의 개체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개발 속에 저어새의 번식지와 서식지는 파괴되고 있어, 저어새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저어새가 삶터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강 하구 갯벌이나 해안지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가장 개발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고, 우리나라 서해안 비무장지대 무인도와 강화도 일대는 저어새의 번식과 생존에 매우 적합한 곳임에도 적지 않은 방해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다.
환경운동연합은 2005년에 이어 또 다시 대만, 일본, 홍콩, 중국 등 국내외 저어새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저어새의 고향인 한국을 방문한 전문가그룹은 "해가 지날수록 저어새 번식지와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과 지속적인 연구조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번에 진행되는 공동행동 계획논의를 통해 저어새 보전을 위한 한반도와 동아시아 10년의 미래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어새 보전 연구, 국제적 협력과 소통 강화로 활발
환경연합은 지난 4일 강화군 강화로열호텔 볼룸홀에서 '저어새 보전을 위한 대중인식 증진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2006 저어새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저어새 번식지에서 이루어진 3번째 국제심포지엄으로 동아시아 각 국에서 저어새 보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이 모여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고 지혜를 모아 행동하는 자리였다.
심포지엄 1부 좌장을 맡은 국제자연보전연맹 황새저어새따오기분과 말콤 클라크 콜터 위원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깃대종인 저어새의 보전 노력은 다른 종들의 서식과 번식을 보호하는 또 다른 노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콜터 위원장은 "매년마다 국제심포지엄과 공동 조사, 동아시아 동시센서스가 진행되는 가운데 각 국의 저어새 서식지를 보전하는 노력들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이는 다른 종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노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존 서식지 외 캄보디아나 필리핀 등 조금씩 발견되고 있는 또 다른 서식지역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새롭게 연구된 자료들은 동아시아 각 국이 공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기섭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서울사무소장은 저어새의 주요 번식생태와 번식지에 대한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이기섭 소장은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어미 저어새가 날개를 펴서 그늘을 만들어 주면서 새끼 저어새를 보호해주기도 한다"며 "어미 날개 아래서 아무 걱정 없이 노는 새끼 저어새를 보면, 어미 저어새의 모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어제까지도 번식지를 살펴본 결과 유도에 100쌍이 번식하고, 역섬에서는 70개가 넘는 둥지가 발견, 비도에서는 40여개의 둥지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둥지가 많이 발견되었어도 번식은 그리 수월치 않았다. 이 소장에 따르면, 올해 번식 시기는 4월에서 7월까지 길게 두 시기로 나뉘어 나타났고, 올 5월에 강화도에 상당한 비가 내려 둥지가 유실되는 등 초기의 번식성공률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10년 사이 개체 수 3배 증가... 월동지와 번식지 보전 노력 성과
월동지 일본의 저어새 서식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일본야조회 자연보전국 야마다 야수히로씨는 "저어새가 기착지와 채식지 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그 서식생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면서 "일본야조회는 중국과 함께 행동에 영향이 거의 없는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사용해, 저어새의 이동경로를 밝히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겨울이 되면 저어새가 어김없이 날아가는 홍콩 마이포에서는 저어새의 휴식(loafing) 형태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홍콩야조회 유얏퉁씨는 "저어새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휴식을 취하고, 저녁에 썰물이 되면 채식활동을 왕성하게 한다"고 말했다. 양식장 등을 채식지로 활용하고 있는 대만의 저어새도 낮에는 주변으로 이동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대만야조연합 필립 쿠오씨는 "월동하기 위해 대만으로 날아온 저어새들은 수심이 낮은 지역이나 마른 양식장을 서식지로 활용하는데, 쓰차오 지역이나 치쿠 습지에 월동 개체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편, 심포지엄에 참석한 사람들의 관심과 열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뜨거워졌다. 질문도 쇄도했다. 어느 한 참석자가 2000년 이후 저어새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아시아지부 심바첸씨는 "저어새 개체수의 변화추이를 알기 위해선 각 보전 국가의 국제협력 그룹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2000년 이후 그 협력관계를 강화한 결과 서식지 보전활동이 꾸준히 성장했다"며 "서식지가 증가한 것과 함께 월동지와 번식지 보전의 노력이 개체수를 늘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기섭 소장은 "서식지 보호를 위해서 보전지역을 선정하거나, 천연기념물로서의 서식지역을 선정하는 것보다 저어새의 서식지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저어새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저어새의 채식지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강화도 남단이나 동편의 논 지역을 저어새의 서식지로서 재고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어새 보전을 위해 노력했던 경험들의 공유
2부 좌장을 맡은 환경연합 김경원 습지해양팀 팀장은 "저어새 때문에 만난 이웃, 친구들과 함께 지난 5여 년 간 저어새 보전활동을 해오고 있다"며 "앞으로 대만, 홍콩 등 지난 10여 년간 저어새 월동지 보전을 위해 노력했던 경험들이 더 나아가 번식지 보전을 위한 경험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제안하면서 2부의 문을 열었다.
일본저어새네트워크 마츠모토 사토루 사무국장은 "일본의 경우, 개발 속에서도 저어새의 서식지가 위협받지 않도록 현장에서 기업이나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조취를 구하고 있다"며, "야쯔히로 야조회는 철도교량을 건설하는 현장에서 저어새가 월동하는 11월에서 4월 사이는 공사를 진행시키지 않기로 철도회사와 적극 협상하고, 저어새와 똑같이 생긴 조형물을 이용해 저어새가 건설현장에서 조금 더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인하고 있다"고 한 사례를 제시했다.
홍콩 마이포의 경우, 저어새 보전의 대중인식 증진을 위해 1단계로 저어새 캐릭터 '루루'를 만들고 이를 이용한 광고, 홍보,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더 나아가 지역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지역 어민들이 전통 조업방식으로 양어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공식적인 습지보전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저어새 보전은 물론 마이포 인근 습지 보전을 위한 활동으로 발전시켰다.
저어새를 이야기하자, 저어새와 함께 세상을 나누자!
WWF 홍콩 교육매니저 니콜 윙 씨는 "일반적인 대중에게 저어새를 알리기 위해 쉬운 만화 캐릭터 이미지를 제시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로 접근했다"며 "저어새 어린이 동화 '루루'는 큰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캐릭터 홍보와 교육이 대중인식의 증진을 위해 중요한 활동임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귀띔했다.
이번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가한 롯데백화점 환경가치경영 사무국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환경 상징이자, 우리 주변 환경의 바로미터인 '새'를 선택하여 지속가능한 환경가치 경영을 실천하고자 했다"고 밝히면서, 멸종위기조류 보호를 위한 캠페인 활동에 파트너십을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경원 팀장은 "일방적인 정책 전달이나 교육 등만으로 대중인식을 증진시키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저어새 보전을 위한 이해와 소통은 연구자와 연구자 사이, 정부부처와 정부부처 사이, 기업과 NGO 사이 등에서도 서로 공유가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환경운동연합은 2006 멸종위기조류 보호 캠페인 '저어새, 따오기, 두루미...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내용을 보시려면 http://kfem.or.kr 또는 http://bfs.kfem.or.kr 로 오세요~
생생한 저어새 사진 뿐만 아니라 흔히 볼 수 없는 따오기, 두루미 사진도 함께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