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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8일 오후 3시 40분]

북 "납북된 김영남-모친 상봉 자리 마련"


북한은 납북자 김영남씨와 남쪽에 살고있는 어머니 최계월씨가 6·15 공동선언 6주년 남북이산가족 특별 상봉행사를 통해 만나게 하겠다고 8일 밝혔다. 김영남씨는 일본인 납북자였던 요코다 메구미씨의 남편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를 통해 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7일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우리 측은 동포애와 인도주의로부터 6·15공동선언 발표 6돌을 계기로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흩어진 가족·친척 특별상봉 때 김영남과 귀측에 있는 어머니의 상봉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단장은 "지난 4월 평양에서 진행된 제18차 북남 상급회담에서 우리 측은 김영남 문제를 우리 측 해당기관에서 조사 중에 있다는 것을 통보한 바 있다"면서 "최근 우리 측 해당기관에서 김영남의 행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북남 적십자회담들에서 쌍방은 이러한 문제를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친척 문제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우리 측은 남측 내부에서 김영남과 그의 어머니의 상봉을 앞두고 그에 난관을 조성하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귀측 당국이 책임적인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영남씨는 열입곱살때 지난 1978년 8월 북한 공작원 김광현에 의해 납치되었으며, 이후 북한에 남파간첩의 교관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요코다 메구미씨는 열세살이던 지난 1977년 11월 납북되었으며 1986년 김영남씨와 결혼했다. 북한은 요코다 씨가 지난 1994년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영남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국장은 "김영남씨 모자상봉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관례에 따르면 모친 최계월씨와 한 명의 동반 가족 등 2명이 북쪽에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변화 이유는?

지난달 25일 열차 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던 북한이 아주 민감한 김영남씨 문제에 대해 갑자기 전향적으로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조성렬 국제관계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근본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책을 재조정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상봉을 허용한 것은 철도 시험운행 중단에 따른 여파를 차단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남쪽에서 김영남사건이 계속 공론화되니까 북한은 이를 어떤 식으로 종결하고자 한 것 같다"며 "북한은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 해볼만 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모자상봉을 할 경우 어머니가 자식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라며 "김영남씨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해버리면 북측으로서는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은 군사·안보 문제를 대하는 방식과 경협이나 사회문화교류를 대하는 방식에서 일종의 '정경분리'를 하고 있다"며 "김영남씨 문제를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적인 문제의 틀로 끌어와서 대응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북측의 태도변화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이것 자체가 대남정책의 변화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이전과 지금 그렇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단 정부는 납북자 문제가 북한에 압력을 가하거나 정치적 운동을 벌이는 식으로는 해결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김영남씨 문제는 정치적 캠페인이 아닌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해왔고 앞으로 이런 기조를 가지고 해나갈 생각"이라며 "정치 캠페인 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다면 모자상봉이 가능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본이 인도주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활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북한이 보낸 전통문에서 "남측 내부에서 김영남과 그의 어머니의 상봉을 앞두고 그에 난관을 조성하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귀측 당국이 책임적인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말한 점이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25일 열차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연기할 때 북한은 군사 보장 문제와 함께 남한에서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 정세를 문제삼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전통문에서 '난관 조성'을 언급한 것은 나중에 갑자기 김영남씨 가족상봉을 무산시키기 위해 미리 조건을 단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그러나 정부 고위당국자는 "그럴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아예 그럴 생각이라면 애초부터 모자 상봉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남 사회문화국장은 "이번 모자 상봉이 북측이 얘기한 인도적인 차원에서 벗어나서 정치적으로 정략적으로 이용되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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