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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까지 가자!"  80여명의 시위대는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것을 반복하며 미의회에서 백악관 앞까지 총 1.5km이상을 진행했다.
"백악관까지 가자!" 80여명의 시위대는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것을 반복하며 미의회에서 백악관 앞까지 총 1.5km이상을 진행했다. ⓒ 강인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원정시위대는 어제에 이어 오늘 7일(현지시간)에도 국경을 뛰어 넘어 연대를 맺는 성과를 거뒀다. 하루 전인 6일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미국 최대 노조연맹인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및 '승리혁신동맹(CtW)'과 한미FTA에 반대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함께 싸워간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오늘 원정시위대는 민주당 하원의원 데니스 쿠치니치와 함께 FTA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마친 시위대는 11시 30분까지 의회 앞 잔디밭에서 삼보일배 준비를 했다. 손바닥을 보호하기 위한 목장갑과 무릎보호용 노란 테이프도 각 조마다 나뉘어졌다.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무릎에 테이프를 감아주는 모습도 보였다.

의회 앞에서 백악관 앞의 자유광장(Freedom Plaza)까지는 1마일로, 1.5km가 넘는 거리다. 이번 행사에 나선 70여명의 참여자들 가운데는 한 번도 삼보일배를 해 본 적이 없는 젊은 학생들과 교포, 그리고 외국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FTA 반대' 깃발이 날리는 가운데, 사람들은 조용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 눈을 감고 손을 모은 채 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걸 감아야 덜 아파"  삼보일배 참가자들이 서로의 다리에 보호대를 감아주고 있다.
"이걸 감아야 덜 아파" 삼보일배 참가자들이 서로의 다리에 보호대를 감아주고 있다. ⓒ 강인규

기도하는 마음으로  삼보일배가 시작되기 직전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삼보일배가 시작되기 직전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 ⓒ 강인규
"다운... 다운... 다운... 에프티에이"

시위대는 나지막하게 울리는 꽹과리 소리에 맞추어 세 걸음을 걷고는 절을 하며 천천히 나아갔다. 그냥 걸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무더운 날인데다가, 오전부터 작열하는 태양은 도로를 이미 뜨겁게 달구어 놓았다. 두 손이 땅에 닿고 머리가 숙여질때 머리칼을 타고 아스팔트 위로 땀방울이 뿌려졌다.

경찰차와 순찰 오토바이가 시위대의 앞과 옆에서 따라 움직이며 시위대를 위해 교통통제를 해 주었다. 의회와 백악관을 연결하는 편도 3차선의 펜실베이니아로 가운데 3차선은 온전히 시위대에게 할애되었다. 경찰은 분주히 움직이며 워싱턴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이 도로에서 시위대가 무사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스팔트에 이마를 대고  이번 삼보일배 참가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전혀 경험이 없던 재미교포들과 미국인들이었다.
아스팔트에 이마를 대고 이번 삼보일배 참가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전혀 경험이 없던 재미교포들과 미국인들이었다. ⓒ 강인규
"무릎의 고통은 곧 서민의 고통"

시위대를 따라오며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사람도 보였다. 전단지를 건성으로 받아들고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얼어붙은 듯 서서 '열독'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끔 사이렌을 울려 교차로에서 차량을 막아주던 경찰관은 시위대를 경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모두가 엄숙하고 경건하게 행사에 임했지만, 삼보일보로 원정시위대에 지지와 연대를 보여준 외국인과 교포들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그중의 한 명인 제시카는 삼보일보를 하며 느낀 소감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무척 개인적인 경험이었습니다. 한미FTA로 이후 한국의 노동자와 농민들이 느낄 고통을 직접 무릎으로 느꼈으니까요."

"근로자 희생시켜 다국적기업 배불리는 협정"
민주당 의원 5명, 시위대와 함께 기자회견 참가

▲ 쿠시니치 의원
한국정책연구소와 오클랜드 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오늘 기자회견에는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을 비롯해 노조, 농민, 금융, 의약, 보건 등 각계에서 참석한 시위대가 자리를 함께 했다. 오전 10시경 미의회의 옥외 캐논 테라스(Cannon Terrace)에서 열린 이 회견에는 쿠치니치 의원 이외에 마시 캡터와 존 코나이어스 의원 등 모두 다섯 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그들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는 한국의 근로자와 농민들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안기는 불평등한 조약"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2004년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기도 했던 쿠치니치 의원은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시장 출신으로, 랄프 네이더로부터 '진정한 진보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간디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기자회견 이전부터도 한미 FTA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쿠치니치 의원은 한미 무역협정이 "근로자와 환경을 희생시켜 다국적 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무역협정"이라고 이전부터 일관되게 비판해 왔다. 그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의 모델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무역협정의 폐해는 자명하다고 밝히고, 그는 기자회견을 갖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서로가 몰락하는 이런 곤두박질 경쟁은 하루 속히 끝내고, 근로자들의 권리, 인권, 그리고 환경을 존중하는 무역협정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잘못된 한미 무역협정을 중단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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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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