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학교 화단을 살펴 보면 반가운 동무들을 만날 수 있어. 새끼 손가락 만한 굵기에 길쭉한 몸통으로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지렁이 말이야. 지렁이는 평소 땅 속에서 생활하다가 비가 오면 땅 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는 거야. 징그럽다고? 아빠 눈에는 예쁘기만 한 걸.
지렁이는 흙 속에 들어 있는 동물의 똥이나, 음식물 찌꺼기, 그 밖의 여러 미생물들을 먹고살아. 그리곤 몸 속에서 적당히 소화시킨 흙을 배설물로 토해 내지. 그런데 그 배설물이 식물들이 살기에 적당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지렁이가 땅 속 여기 저기를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땅 속까지 신선한 공기가 들어 가게 돼. 그래서 지렁이가 많이 사는 곳은 땅이 건강하고 식물들 역시 훨씬 잘 자랄 수가 있대.
지렁이의 이런 특성 때문에 요즘 농촌에서는 건강한 흙을 얻으려고 일부러 지렁이를 키우기도 해. 지렁이는 먹는 걸 가리지 않아. 젖은 종이나 톱밥, 음식물 찌꺼기까지 못 먹는 게 없지. 그래서 지렁이 상자를 만들어 집에서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를 맡기는 가정도 많이 생겼어. 음식물 쓰레기를 건강한 흙으로 만드는 건 지렁이 아니면 못할 일이지.
이처럼 일부러라도 키우는 지렁이지만 비 오는 날 우리 주변에서 지렁이를 만날 수 있는 횟수는 점점 줄어 들고 있어. 우리 주변의 땅이 지렁이도 살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오염된 탓이기도 하고, 지렁이가 살 수 있는 흙 대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땅이 뒤덮여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
지렁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생물이라고 말 해도 여전히 지렁이를 징그럽게만 생각하는 널 위해 오늘 읽어 줄 책이 바로 <아기지렁이 꼬물이의 일기>야. 이 책은 지렁이의 하루 하루를 지켜 보는 동안 지렁이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해 주고, 또 벌레들의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해 줄 거야.
이 책 주인공인 ‘꼬물이’는 간식 대신 숙제 먹기를 즐겨 하는 아기 지렁이야. 거미 친구 ‘툴라’와 노는 걸 좋아하지만, 서로 다른 생김새와 행동 때문에 가끔 다투기도 하지. ‘꼬물이’는 장난꾸러기야. 공원에서 노는 여자 아이들을 놀래키는 걸 즐기지.
‘꼬물이’가 꼽은 지렁이로 태어나서 좋은 점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게 뭔지 짐작이 가니? 첫째 치과에 안 가도 된다. 왜? 이가 없으니깐! 둘째 집안에 진흙 자국을 내고 돌아다녀도 괜찮다. 너희도 그러고 싶지? 셋째 목욕을 안 해도 된다. 어때. 아기 지렁이 ‘꼬물이’와 한번 친해져 봐도 될 것 같지 않니?
‘꼬물이’의 일기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 “지렁이로 산다는 게 늘 편한 건 아니다. 우리는 아주 작다. 게다가 사람들은 땅속에 우리가 산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엄마가 항상 얘기하셨듯이 지구는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
가만 생각해 보면 지구 입장에서는 사람 보다 지렁이가 훨씬 더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싶어. 지렁이보다도 더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 순 없지 않니? 우리도 이 지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 해 보자. 비 오는 날 아기 지렁이 ‘꼬물이’가 도로 위에 나와 있으면 잘 집어서 흙이 있는 곳으로 옮겨 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덧붙이는 글 | 월간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 32호에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