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강서습지생태공원의 솟대. 생태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이 손수 세운 것이다. 2005년 12월 촬영.
ⓒ 박정민
서울시장 선거만 했다 하면 환경단체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긴다. 지난번이 청계천 복원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한강 둔치다.

'청계천 효과'를 절감한 후보들은 저마다 찾고 싶은 한강, 찾기 좋은 한강, 더불어 생태계도 복원된 한강의 청사진을 제시했고, 정반대의 의미에서 그 효과를 절감해야만 했던 환경단체들은 한강이 청계천의 확대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들을 하고 있다.

제대로 복원을 하려면 우선 원형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한강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이는 이제 많지 않다. 중년 이하 세대에게 한강 둔치란 잔디밭, 체육시설, 그리고 시멘트 강변으로 각인돼 있을 뿐이다. 그곳에 가서 할 일 또한 음주가무가 아니면 레포츠로 관례화 되었다(물론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 습지 위로 놓인 탐방로의 다리
ⓒ 박정민
▲ 철새조망대. 한강을 바라보고 망루와 같은 모습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같은 모양의 철새조망대 2개가 있다.
ⓒ 박정민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지, 서울 안의 한강 둔치 중에도 개발 이전의 원형질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극히 일부나마 남아 있다. 차후에 소개할 고덕 수변생태복원지와 방화동의 강서습지생태공원이 그렇다. 각각 서울 한강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 위치한 두 곳은 바로 그 입지조건으로 인해 난개발의 삽질을 면할 수 있었던 '한강 타임캡슐'과 같은 곳이다. 연재의 첫 회로 소개했던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예고편이었다고 해도 좋다.

생태공원으로 개장하기 전부터 이곳은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방화 둔치'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던 곳이다. 혹자는 생태공원 조성 소식을 듣고 오히려 훼손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나는 결과에 긍정하는 편이다.

생태공원이라는 특정한 용도로 지정, 활용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동식물의 낙원으로 계속 남기를 바라는 생태주의자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한강 상류로부터 옮겨진 토사가 쌓이고 습지가 형성되어 독특한 습지생태계가 꾸려진 것이 그 면적만도 수십 만평에 이르는 이곳은 방화대교 남단에서 행주대교 남단 사이에 걸쳐 있다.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구역은 그 중 방화대교 쪽(동쪽)의 4만2천여평이며, 이곳은 원래의 경관에 더해 어느 정도의 조성을 거쳐 2002년 개장했다.

▲ 겨울의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청둥오리떼다. 2005년 12월 촬영.
ⓒ 박정민
▲ 흰날개해오라기. 봄을 전환점 삼아 겨울철새 대신 여름철새들이 습지로 찾아든다. 해오라기류는 왜가리, 백로와 함께 대표적인 여름 물새인데, 흰날개해오라기는 그 중 가장 만나보기 어려운 종에 속한다.
ⓒ 박정민
전형적인 강변 습지의 모습을 띠고 있는 이곳은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과 버드나무숲이 어우러진 몇 개의 늪지를 품고 있다. 습지 사이로 두 구간의 관찰로가 나 있으며, 강변 쪽으로는 목재 펜스가 둘러쳐져 있어 접근할 수 없다. 대신 철새조망대와 펜스 중간의 구멍을 통해 새를 관찰할 수 있다. 다른 생태공원과 마찬가지로 인공시설물은 가급적 배제하고 있다.

이곳 역시 관찰하고 배우러 가는 공원이다. 다만 길동이나 홍릉과 달리 아무 날에나 자유탐방이 가능하며, 원할 경우 생태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다. 또 생태보전시민모임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생태학습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6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만도 '신나는 디카 세상', '보리 베기와 작은 모내기', '발자국으로 보는 동물세상', '유아 생태교실' 등이 있다.

▲ 생태학습을 다녀간 어린이들이 철새조망대 벽에 걸어놓은 '방명록'은 어른들에게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저마다 사뭇 진지한 인사말을 철새들에게 전하고 있다.
ⓒ 박정민
충분히 넓은 곳이기 때문에 산책을 겸한 개별관찰에도 좋다. 겨울이면 오리류를 중심으로 한 겨울 물새들을, 여름에는 왜가리, 백로, 해오라기와 같은 여름 물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갈대밭 사이로 바지런히 돌아다니는 개개비와 붉은머리오목눈이같은 들새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그만이다.

강변 둔치이므로 식물은 나무보다 풀꽃이 중심이 될 것이다. 거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온갖 곤충들은 물론이다. 양서류와 갖가지 수서생물도 다양하지만 관찰로를 벗어나 아무 곳이나 들어가지는 못하게 되어 있으므로 본격적인 수서생태계 관찰을 원한다면 역시 생태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편이 좋겠다.

▲ 큰주홍부전나비(수컷). 강변 둔치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물과 들과 꽃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나비도 있게 마련이다.
ⓒ 박정민
한강 둔치는 물론 바뀌어야 한다. 접근하기도 힘들고 어렵게 찾아가 봐야 '시멘트 체육시설'에 가까울 뿐인 지금의 한강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는 청계천보다 훨씬 긴 시간의 심사숙고가 필요할 것이며, 최소한 더 세련되고 더 매끈하게 분칠하는 식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 돌아가는 형국을 보니 아마도 신임 서울시장은 전임만큼 급하지 않아도 될 모양이다. 백년지대계를 기대한다.

▲ 늦가을부터 겨울까지의 긴 추위 동안 생태공원은 꽃과 곤충 대신 풍성한 갈대숲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2005년 12월 촬영.
ⓒ 박정민

강서습지생태공원은...

▲ 위치: 방화대교 남단 서쪽
▲ 규모: 4만2000여평.
▲ 교통: 5호선 방화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따로 표식은 없지만 이곳에 6번 마을버스가 선다. 환승한 후 회차지점까지 가서 내리면 생태공원으로 들어가는 육갑문이 보인다.
▲ 이용: 예약이나 휴장일 없이 자유로이 찾을 수 있다.
▲ 관련 사이트: 생태학습 프로그램에의 참여는 예약이 필요하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http://hangang.seoul.go.kr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