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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할인마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들을 학원에 바래다주고 가까운 마트에 아들 운동복을 사러 갔다.
바지가 너무 기장이 짧아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여름 운동복을 긴 바지를 살 수 없어서 여러 군데를 들러 길이도 적당하고, 시원한 면소재의 운동복을 아주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꼼꼼히 둘러보느라 시간은 3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발품을 판 보람이 있구나’하고 자족하면서 기쁜 마음에 내 운동복도 하나 사야겠다싶어 한 운동복 코너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의외로 쉽게 내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고는 비닐 포장된 아들아이의 운동복을 탈의실 앞에 잠시 두고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갔다. 1분이나 지났을까? 그곳에는 나처럼 딸아이의 운동화를 사러 오신 한 주부가 있었다.
탈의실에서 옷을 입고 있는 동안 점원과 그녀가 뭐라고 얘기하더니 내가 막 탈의실을 나왔을 때 카드계산을 끝내고 그녀가 먼저 매장을 나갔다.
나도 내 옷이 마음에 든다며 계산을 하려고 핸드백을 열었다. 아까 사온 비닐봉지에 담긴 아들의 옷과 내 옷을 함께 넣을 쇼핑백을 구매하려고 했을 때 아들아이의 옷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됐다.
“어머, 내가 아까 사온 옷 어디 있어요?”
“아까 옷 입기 전에 분명히 이 의자 위에 올려 두었는데?”
“어머! 아까 그 옷이 손님 거예요?”
순간 우리 둘은 직감적으로 이 점원의 실수로 그 손님의 종이가방에 내 물건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점원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갑자기 매장을 뛰어나갔지만 방금 자리를 떠난 손님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찾지 못하고 복숭아처럼 붉은 얼굴로 내게 돌아왔다.
방송을 통해 그 손님을 찾았지만 벌써 마트를 떠나고 없는지 응답이 없었다. 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올 시간은 다가오고 그렇다고 아이를 그냥 홀로 내버려둘 수도 없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쓴 기분으로 내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지 한 시간이나 흘렀을까.“딩동, 딩동” 현관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네. 퀵서비스입니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내 물건을 가져가신 분에게 그 점원이 연락을 드리고 퀵서비스를 부탁한 모양이었다.
순간 내게는 물건을 찾은 기쁨보다는 고객을 위해 노력하는 점원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전적으로 이 점원의 실수였지만 그녀는 몇 번이고 내게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 매장의 번호를 수소문해서 전화를 걸었다. “네, 아까 운동복을 잃어버리고 간 사람인데요.” “네 고객님 죄송합니다.” “아니요. 퀵서비스로 제 물건 잘 받았습니다. 마음고생 많으셨죠? 그리고, 감사해요.” 그녀는 무척 기뻐하며 또 미안하다고 사과하였다.
처음에 실수로 그녀가 내 물건을 다른 손님의 가방에 넣었을 때 나는 무척 화가 났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괴로운 마음을 가져야했던 그녀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기분나쁨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 할 때가 있다. 내가 다른 누구에게 이런 실수를 안 한다는 보장은 없다.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이해하는 입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