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편 친구가 자기 집에 있는 러닝머신을 가져가라고 그랬다. 그거 가져 와봤자 짐이 될 거 같은데 주변에선 자꾸 나더러 가져오란다.
아는 엄마들 여럿한테 그 말을 했더니 하나같이 그거 공짠데 왜 그러냐며, 준다 그럴 때 얼른 챙기란다. 그래서 러닝머신 가지러 친구집에 갔다.
아파트 생활이란 게 가만 보면 별다른 변화나 특징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주부들은 가구를 바꾼다거나 실내 인테리어를 달리하면서 지루함을 달래기도 한다.
그 집도 몇 해 전에 리모델링을 했는데 이번엔 또 가구를 새로 들인단다. 안방 침대랑 애들 침대를 새 것으로 바꾸고 책장도 바꾼단다.
그 집 신랑이 구시렁대며 한 마디 하길 "멀쩡한 이걸 다 빼내고 다시 산대요. 내 참…."
그런데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가 한 번 마음먹으면 바깥 양반은 어쩔 수 없다. 주부들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하고야 만다. 그 집도 마찬가지다.
그 집 마누라는 신랑의 구시렁대는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면서 들은 척도 안 한다.
애들이 어릴 때 사서 십 년 이상 썼다는 헌 침대는 나무로 만든 침대였는데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에 싣고 우리 집에 가져왔다. 혹시 누구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줘야겠다 싶어 싣고 왔다.
지난 일요일은 비 온 뒷날이라서 그런지 하늘이 맑고 날이 더없이 좋았다. 남편은 아침밥을 먹지 말자며 차를 끌고 부르르 나갔다. 헌 침대로 야외식탁을 만들기로 했는데 필요한 부품들을 사러 나간 것이다.
우리 집 앞마당은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꽃이 피고 새가 울고 그리고 달이 뜬다. 꽃그늘 아래 차를 마실 때라든가, 달빛 아래 술 한 잔을 할 양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딱 하나 문제가 있다.
서너 명이 놀러온 경우라면 아쉬운 대로 파라솔 그늘에서 놀면 되지만 사람이 좀 많이 오면 앉을 자리가 마땅찮아서 늘 아쉬웠다. 그래서 이 참에 널찍하고 기다랗게 야외 식탁을 만들기로 했다.
마침 우리 집에 놀러왔던 서울 사는 내 사촌동생도 오랜만에 연장 만질 기회가 생기자 생기를 띠면서 달려들었다.
"처남, 구멍 한 번 뚫어 봐라. 나는 저 거 자를게."
동생은 드릴 들고 나사못 박을 구멍을 뚫고 남편은 톱으로 나무를 자른다.
"처남, 누나 얼마나 무서운지 아나? 그저 누나 말 잘 들어야 잔소리 안 들어."
처남 매부 간에 나를 가지고 놀려대면서 뚝딱뚝딱 상판을 붙여 나갔다.
버리려고 내놓았다면 쓰레기밖에 안 되었을 헌 침대가 다시 태어났다. 전문가가 만든 것이 아니라서 약간 엉성한 감도 있었지만 우리 집에 딱 어울리는 야외 식탁을 만들었다.
"이제 손님 초대할 일만 남았네. 여보, 앉을 데 없어서 손님 초대 못 한다 그랬는데 이제 초대해도 돼요. 스케줄 잡아요."
나사못을 건네주면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 사람이 빙긋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순서를 꼽아본다.
파란 잔디밭에 이 야외식탁 가져다놓고 고기도 구워 먹고 차도 마시고 술도 한잔 해야겠다.
벌써 그 날들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