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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 YouTube.com에서 'Iraq'를 검색어로 넣으면 5천건에 이르는 동영상이 떠오른다.
ⓒ YouTube.com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동영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주로 강렬한 록음악을 배경으로 편집된 이들 동영상은 참전한 미군들이 스스로 찍은 영상을 편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동영상을 찍고 편집한 것은 기념으로 남기기 위해서라고 여겨진다. 전쟁에 참가한다는 흔치 않은 경험과 누구라도 쉽게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만나 이런 동영상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미사일이 날아가고 기관총이 날아가는 몇몇 장면에서는 사람이 고꾸라지는 모습들을 만든 미군들 입장에서는 신나는 내용일 수 있겠지만 보는 우리들로서는 낯선 영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연합뉴스>가 보도했던 '하지 걸'이라는 뮤직비디오도 학살을 칭송한 수많은 기념 동영상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 유명한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포로학대 사진조차도 미군들의 '직찍'이었던 것을 비롯해서 이라크에서 미군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영상들은 대부분 미군 병사 개인들이 스스로 찍은 것이었다.

미군들이 생산해 내는 동영상들이 주로 개인적인 기념물이라면 이라크 저항세력이 생산하고 유통하는 동영상들은 조직적인 생산물이요 일종의 정신적 무기로 쓰인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라크 저항세력들은 미군을 공격하는 다양한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편집하고 복사해서 이라크 전역은 물론 아랍권 곳곳에서 틀어대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군도 천하무적은 아니며 이라크에서 미군은 고전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나아가 보다 많은 아랍인들이 반미성전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영상물을 제작할 목적으로 매복 공격이 기획되기도 한다. 또 이런 선전물도 많이 만들다 보니 일종의 미학적 경향도 생겨서 처음에는 단순 편집만 하던 것이 아랍 음악을 깔기도 하고, 자막을 넣기도 하며, 어떤 것에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기도 한다.

저격 장면만을 모은 어느 비디오에는 도입부분에 부시 미 대통령을 비롯한 참전국 주요 인사들이 등장하여 그들 머리에 총을 겨누는 컴퓨터 그래픽마저 등장하는데 일본 고이즈미 총리까지 등장하나 우리나라는 언급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명분 없는 전쟁터에서 소모적인 살상 장면이 어디에선 기념물로, 또 어디에선 선전물로 소비되는 현실을 보며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이런 동영상들은 이런저런 공유 사이트를 통해 퍼져 나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그저 재미와 엽기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 자체가 진흙탕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이라크 전쟁의 본 모습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한 나라 국민으로서 이런 동영상을 보는 마음이 결코 가벼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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