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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례초등학교 6학년(담임 문희정)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한지공예 반짇고리를 들어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제주 하례초등학교 6학년(담임 문희정)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한지공예 반짇고리를 들어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 김기
지난 15일 낮. 언제 그랬냐는 듯, 제주의 하늘은 하루 전의 집중호우를 나 몰라라 하며 쾌청한 푸름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는 세상 어느 것도 아름다워 보일 듯한 매혹 그 자체의 제주 하늘이었다.

전교생이 109명인 작은 규모의 남제주군 하례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풀이 잔뜩 묻은 손으로 허리를 두드려 가며 뭔가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한 학년에 반 하나. 조촐하기만 한 학교이니 전교생을 모아 놓은 강당도 소담하기 그지없다. 어린이들은 눈들을 부엉이처럼 크게 뜨고, 고사리 손을 올망졸망 놀려 전통한지로 반짇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3학년 조영민 어린이는 "힘들지만 재미있어요"라고 수줍게 대답하고는 이내 시선을 반짇고리로 옮긴다. 57년 역사를 가진 하례초등학교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 이하 민속박물관)의 '찾아가는 박물관' 행사가 찾아 온 것이다. 민속박물관은 올 초 제주도와 '2007년 제주민속의 해'를 맞아 상호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날 행사는 그 일환으로 열렸다.

고사리손으로 올망졸망 반짇고리를 만드는 제주 하례초등학교 어린이들.
고사리손으로 올망졸망 반짇고리를 만드는 제주 하례초등학교 어린이들. ⓒ 김기
그 동안 민속박물관은 제주 현지 학자, 전문가들과 함께 집중적인 민속조사를 추진했다. 6월 들어서는 '찾아가는 박물관' 버스를 한 달 내내 제주에 두고 14군데 초등학교를 찾아 민속유물을 이동 전시하고 봉산탈춤, 탁본체험, 한지공예 체험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들과 함께 반짇고리를 만들고 지도하던 6학년 담임 문희정 선생님은 "부임한 지 3년 만에 보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라면서 "어린이들이 재미를 느끼면서도 교육 효과가 높아 자주 이런 기회를 갖게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주는 긴 시간의 배편이나 비싼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고는 내륙의 다양한 문화와 접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이번 찾아가는 박물관에 대한 어린이들이나 선생님들의 반응은 훨씬 더 뜨거웠다. 또 행사 이전부터 어린이들의 관심이 높아 선생님들은 찾아가는 박물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했다.

박물관 버스 속에 진열된 전통한지 유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제주 하례초등학교 어린이들.
박물관 버스 속에 진열된 전통한지 유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제주 하례초등학교 어린이들. ⓒ 김기
질문의 내용은 이렇다.

"찾아가는 박물관이 뭐예요? 우리가 찾아가는 거예요? 그럼 서울 가는 건가요?"
"아니야. 박물관이 통째로 날아오는 거란다."

이렇게 대답을 하면 어린이들은 와- 함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렇게 높은 관심과 기대 속에 열린 이날 행사는 어린이들을 충족 시켰다. 하지만 언제 또 올지 모fms다는 대답에 실망이 큰 듯 "자주 오면 좋을 텐데…"하고 말끝을 흐린다.

2억5천만 원을 들여 제작한 찾아가는 박물관 버스는 중앙박물관에 비해 관장의 직급도 낮고, 예산도 적은 민속박물관 형편에서는 마음은 있어도 선뜻 제작에 나설 수 없었다. 민박 직원들이 한 달 동안 휴일도 없이 제주도를 도는 강행군을 하지만 찾는 곳이 많아 늘 아쉬움을 남긴 채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고.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내에서 열린 전국청소년민속백일장 개회식 장면. 제주 출신 김재윤 의원의 축하말에 학생들은 반가워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내에서 열린 전국청소년민속백일장 개회식 장면. 제주 출신 김재윤 의원의 축하말에 학생들은 반가워했다. ⓒ 김기
이런 사정을 들은 열린우리당 김재윤 의원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면서 반드시 예산이 배당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제주도 출신인 김 의원은 16일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전국민속백일장 대회'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가했다가 백일장과 병행하는 민속박물관의 다양한 행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16일 열린 백일장에서는 전국 초중고 학생 1000명이 참가해 글짓기도 하고, 민속박물관이 준비한 봉산탈춤, 한지공예, 민속극 공연 <똥벼락> 등을 관람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이번 백일장에는 처음으로 제주 방언 부문이 신설됐다. 지난 4월 국립국어원과 제주 지역어의 보전을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민박의 제주방언 발전 정책의 하나로 채택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어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지역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보였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 지역어를 쓰는 과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방학 숙제로 지역어 써오기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 속에서 지역어를 강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현장의 의견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외에도 사립박물관들과의 지역협력망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제주의 아프리카 박물관, 제주민속박물관, 평화박물관 등과 공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영세한 사립박물관에는 과학적인 박물관 관리를 위한 유물 정리를 위한 인력도 파견해 지원하고 있다.

백일장 도중 봉산탈춤 사자춤이 공연되자 할아버지 한 분이 흥에 겨운 듯 지팡이도 던져 놓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백일장 도중 봉산탈춤 사자춤이 공연되자 할아버지 한 분이 흥에 겨운 듯 지팡이도 던져 놓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 김기
글짓기 삼매에 빠진 백일장 참가 학생들.
글짓기 삼매에 빠진 백일장 참가 학생들. ⓒ 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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