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빈곤이 대물림되는 현장 포이동 266번지 사수대책위원회 투쟁기금 마련과 희귀병을 앓는 네 살배기 형준이를 돕기 위한 연대의 밤 '웰컴투 포이동'에 시민들의 발길이 쏟아졌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동지구협의회와 빈곤사회연대, 포이동 266번지 사수대책위원회 주최로 지난 16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양재천변에서 열린 이 문화제에는 500여 명이 참석해 포이동 266번지와 인연을 맺었다. 가장 낮은 곳으로의 사회적 연대를 이끌어 내자는 것이 행사의 취지.
술과 돼지 바비큐 요리가 제공된 이날 문화제의 첫 무대는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별음자리표가 열었다. 이어 연극집단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열사굿 '지나가리라'가 올려져 서리서리 맺힌 포이동의 한을 풀어냈다. 또 율동패의 몸짓공연과 민중가수 박준씨의 노래 공연이 여름밤을 수놓으며 풍성하게 펼쳐졌다.
사람들은 밤 12시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고 여기에서 700만 원의 수익금이 모아졌다. 특히 정보통신노조 SQT지부는 조합원들의 급여 가운데 일부를 떼어 모은 사회연대기금에서 100만 원을 형준이네에 전달했다. SQT지부는 또 달마다 10만 원을 형준이 치료비로 내놓기로 약정했다.
최정기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차장은 "낮은 곳으로의 연대를 통해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 500여 명이 동참했다"면서 "형준이와 포이동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다음달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에게 문패를 달아줄 예정이다.
조철순 포이동 266번지 사수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연대와 지지를 보내줘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가난하고 못배웠지만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희귀병에 걸린 형준이의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주민들은 어떠한 희생도 감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포이동 266번지에 똬리를 틀고 있는 가난과 차별을 사르고 희망과 평등의 소망을 담은 풍등을 하늘로 띄워 보냈다.
| | 희귀병 앓고 있는 형준이를 아시나요? | | | | 네 살 난 형준이는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판자촌에 살고 있다. '간 문정맥 혈관기형'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다. 간 문정맥 혈관기형은 간으로 들어가야 하는 정맥이 기형으로 생겨 모세혈관이 혈압을 감당하지 못해 자주 터지면서 피를 토하는 병. 전 세계적으로 희귀병인 이 병을 앓는 환자는 형준이를 포함 국내에는 단 두 명만이 알려져 있다.
태어난 지 다섯 달 만에 폐렴에 걸린 형준이는 만 한 살이던 2003년 여름 어느날 피똥을 쏟았다. 모세혈관이 터진 것이다. 이런 증상이 지금까지 수십 차례 반복돼 그때마다 병원에 입원해 핏줄을 잇는 수술을 받았다. 핏줄이 언제 터질지 몰라 밖에 나가 마음대로 뛰놀지도 못한다.
형준이는 다행히 2004년 2월 의료보호 1종 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진찰비와 약 구입비 정도만 지원될 뿐 한 번에 70~80만 원 하는 지혈주사와 혈관 투시조명, 지기공영단층촬영(MRI)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혀 혜택이 없다. 형준이는 평생 하루 두 차례 약을 먹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지혈주사도 맞아야 한다.
형준이의 부모는 과일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아버지 박종묵(42)씨는 아이의 치료비를 마련하느라 여기저기서 돈을 꿔 쓰다 신용불량자가 됐다. 지금은 돈을 융통할 데도 없어 형준이의 지혈주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박씨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과일장사를 위해 마련한 1t 트럭이 재산으로 등록돼 있고 부부가 젊다는 이유로 대상자가 안 된다는 답만 돌아오고 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