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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리림은 에질의 말을 못 들은 척 하늘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약간 밑으로 내린 후 이상한 것을 보았다.
-저기 일렁이는 불빛이 있다.
에질과 일레는 짐리림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서신을 돌렸다. 그곳에는 희미하지만 분명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는데 짐리림 일행이 보기에 그것은 단순히 이리저리 옮겨 붙어 다니는 불꽃이 아닌 무엇인가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불꽃이었다.
-내가 한 번 가보고 오지.
짐리림이 나서자 일레가 광자총을 부여잡고 짐리림을 가로 막았다.
-위험할지 모르니 다 같이 가는 게 낫습니다. 만에 하나 아누가 보낸 대원들이라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를 잡으러 온 이들이 이 어두운 곳에 마치 자신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불을 피우겠나? 게다가 가이다의 이 기후에 애써 불을 피울 까닭도 없다.
-그렇다면 저건 뭘까요?
-무엇인지는 몰라도 가이다만의 자연현상이거나 불을 다룰 줄 아는 생명체의 짓이겠지. 무엇이던 간에 이 어둠 속에서 속절없이 앉아 있는 것보다는 알아보러가는 것이 낫지 않은가?
결국 에질이 생존키트에서 전등을 꺼내어 들고 앞을 밝혔고 짐리림과 일레가 에질의 뒤에 바짝 붙어 불꽃이 일렁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불꽃이 이는 곳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나?
알 수 없는 생명체의 은은하고도 흐느적거리는 울음소리는 해가 질 때부터 계속 들어왔던 터라 특이할 것도 없었건만 짐리림은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제가 가보고 오겠습니다. 여기 그대로 계십시오.
에질이 용기를 내어 전등을 들고서는 불꽃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순간 불꽃이 여러 갈래로 갈려졌고 겁을 집어먹은 에질은 잠시 멈칫거렸다. 불빛이 순간 에질에게 다가서자 에질은 당혹스러워 소리쳤다.
-뭔가 다가옵니다! 그 쪽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풀숲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두발로 선채 손에 불꽃을 들고 있는 생명체들과 에질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공포에 질린 에질은 손에 든 전등도 집어 던진 채 무작정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짐리림님! 짐리림님!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들은 짐리림과 일레는 에질이 풀숲에서 뛰어나오자 다급히 상황을 물었다. 에질은 잠시 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에질이 어찌나 거세게 숨을 쉬는지 짐리림과 일레는 저러다가 에질이 숨이 금방이라도 멈추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불꽃을 피운 것은 무섭게 생긴 가이다의 생명체입니다.
겨우 안정을 되찾은 에질이 불꽃에 대해 말하자 말자 불꽃이 일렁이던 곳에서 아주 밝은 하얀 빛이 번뜩였다.
-저건 또 뭔가
짐리림은 되풀이 되어 번뜩이는 하연 빛을 바라보았다. 에질은 더욱 불안해졌다.
-아무래도 아까 머물렀던 곳으로 돌아가 밝기를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일레가 배낭을 뒤져 새로운 전등을 꺼낸 후 말없이 뒤돌아 앞장섰다. 하지만 짐리림은 더 자세한 상황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불을 사용하는 생명체가 가이다에 있다니 별나고 신기한 일이 아닌가? 가이다에서 최초의 문명이 발생하고 있는 현장일지도 모르네.
짐리림의 호기심과는 달리 일레와 에질은 한 시 바삐 불꽃이 있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피하고 싶을 따름이었다.
-일레, 광자총을 내게 주게. 정 그렇다면 나 혼자 다시 가보지.
일레는 짐리림과 에질을 번갈아 보다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실 필요가 있습니까. 어차피 우리 셋은 도와가며 이 낯선 행성에서 생존해 나가야 합니다. 다 같이 다시 가봅시다. 수틀리면 낮에 그랬듯이 이걸로 갈겨 버리면 되지요.
겁을 먹었던 에질도 일레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안정을 되찾았다.
-아까 그 이상한 생명체들이 불을 들고 있었지만 저를 공격하려 달려오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너무 겁을 먹고 판단을 잘못 한 것 같군요, 다시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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