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2일 밤(한국시간) 독일 카이저스라우테른에서 열린 호주-일본 경기에서 호주가 역전승하자 히딩크(오른쪽) 감독이 닐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지난 12일 밤(한국시간) 독일 카이저스라우테른에서 열린 호주-일본 경기에서 호주가 역전승하자 히딩크(오른쪽) 감독이 닐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특히 호주팀의 주장선수 마크 비두카(미들스버러)는 1995년 카타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20세 미만) 당시 크로아티아 팀 주장이었다. 그 당시 코치였던 즐라코 크란자르는 현재 크로아티아 감독이다.

호주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비두카는 축구가 비인기 종목인 호주를 떠나서 모국인 크로아티아로 갔다. 그 당시 비두카를 자그레브 팀에 소개하고 경제적으로 후원한 사람이 후란조 투지만 크로아티아 전 대통령이었고, 자그레브 팀 감독 역시 현 크로아티아 감독 크란자르였다.

그뿐인가? 스트라이커인 비두카와 골문 앞에서 맞설 호주 출생의 크로아티아 골키퍼 조 디둘리카는 호주 스포츠 학교(AIS) 동기생으로, 비두카가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 옆집에 살 정도로 절친한 친구 사이다.

그러나 비두카는 단호하게 말한다. "두 나라 국가가 울리는 동안, 우리는 미묘한 감정에 젖어들겠지만 내일 하루만 우정을 접어두자. 나는 슛을 쏘고 너는 막는 거야. 그게 우리의 임무이고 축구선수다운 삶이다. 그 다음에 호주 국가와 크로아티아 국가를 함께 부르자"고 말이다.

한편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보도에 의하면, 호주팀 미드필더 조십 스코코와 크로아티아 골키퍼 조 디둘리카는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에서 축구를 했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사촌들이 1주일 전 호주에서 결혼하여 지금 독일에서 신혼여행 중이다.

크로아티아 출신이 호주로 이민을 와서 선수생활을 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호주출생 3명이 지금 크로아티아 팀에 소속된 것은 어찌된 일일까? 그들이 축구선수로서의 기회가 더 많은 유럽국가 크로아티아로 역이민을 한 것이다.

호주가 이민자의 나라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인데, 그러다보니 호주 팀은 무려 8개 나라 출신의 선수들로 구성된 다민족 팀이다. 아예 다른 나라에서 출생한 선수도 있고 이민 2세인 경우도 있다.

이렇듯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호주 팀의 사정을 정확하게 꿰뚫은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경력을 예로 들면서 프로정신을 강조했다.

"1998년 나는 네덜란드 감독이었고, 2002년에는 한국, 2006년엔 호주 감독이다. 지금 소속된 팀이 내 팀이고, 오직 승리를 위해 뛰는 게 축구선수다."

호주는 거친 팀 맞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해 징계위기에 처했다가 위기를 넘긴 호주팀 에이스 해리 큐엘.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해 징계위기에 처했다가 위기를 넘긴 호주팀 에이스 해리 큐엘. ⓒ 데일리텔리그라프
국제 축구사회에서 호주는 거친 팀으로 소문이 났다. 그래서 호주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하얀 펠레' 지코 일본 감독은 "호주와의 경기는 기술보다는 체력이 요구되는 시합이 될 것이다. 그들의 거친 플레이를 경계한다"고 말해서 히딩크를 화나게 만들었다.

히딩크는 즉각 반발하면서 "지코 감독답지 않게 심판에게 영향을 미칠 만한 발언을 했다. 호주가 힘의 축구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세계 톱클래스의 기술 수준을 갖춘 팀이다. 주전 선수 대부분이 유럽 명문팀에서 활약하는 게 그 증거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예선 두 경기를 치른 호주의 파울 숫자만 감안하면 지코 감독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보도에 의하면, 예선 두 경기를 마친 상황에서 호주 팀은 총 47개의 파울을 범하고 20개의 파울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32개 팀 중에서 파울을 가장 적게 당했으나 범한 파울숫자는 앙골라(51개)에 이어 네덜란드(47개)와 동률 2위였다. 호주 팀의 파울격차는 -27개로 가장 거친 플레이를 한 팀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주-브라질 전의 마르쿠스 머크 주심(독일)은 호주팀에 25개의 파울을 선언하고 브라질에는 9개만 선언해 16개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사이트가 2002년 주심판정 통계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격차라고 한다. 호주는 일본과의 1차전에서도 에삼 파타 주심(이집트)으로부터 22개의 파울을 선언당했으며 일본은 11개만 받았다.

이렇듯 파울숫자에서 호주 팀이 가장 불리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심판들은 대체로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팀보다는 남미와 유럽의 축구강국 팀들에 더 관대한 것 같다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주장했다.

파울 격차에 있어 가장 유리한 판정을 받은 3개팀은 이탈리아(+25개), 스페인(+18개), 브라질(+16개)이며 톱시드 8개팀은 당한 파울수가 범한 파울수보다 총 61개가 더 많은 것으로 계산됐다. 한국은 범한 파울이 26개, 당한 파울이 37개로 역시 +11개의 유리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호주가 거친 팀이라는 소문이 그냥 소문으로 그칠 것 같지 않아서 히딩크 감독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호주의 스트라이커 해리 큐엘(리버풀)의 '심판 모욕 사건' 등이 겹쳐서 선수들을 위축시킬 수 있고 심판들로부터 '왕따'를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히딩크는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주-크로아티아의 승패는 심리전이 아닌 몸으로 부딪치는 결투(duel)로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그래서 나는 선수들에게 '한 점이면 충분하다. 깔끔하게 경기하자(Hey Guys, one point is enough. Let's keep a clean sheet)'고 당부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편 호주-브라질 경기가 종료된 직후, 주심에게 달려가서 'F'자가 들어간 욕설을 퍼부은 해리 큐엘 선수가 크로아티아 전에 출전금지 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행히(?) 독일인 주심의 어설픈 보고서 때문에 FIFA가 큐엘의 징계문제를 없었던 일로 처리하여 히딩크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16강 오르면 6억8천만원 보너스 약속 받은 히딩크

호주와 브라질 전을 보면서 열광하는 호주 시민들.
호주와 브라질 전을 보면서 열광하는 호주 시민들. ⓒ TNT 제공
잘 알려진 대로 히딩크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그의 조국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렸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개최국 한국을 4강에 진출시키는 기적을 이뤄냈다. 덕분에 '월드컵 4강 청부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이번에 호주 팀을 또 다시 4강에 올리면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올라간 그의 명성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것이다.

명성은 얻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는 것도 그것 못지 않게 힘들다. 그런 사실이 히딩크 감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호주에서 불고 있는 축구열풍도 그에겐 큰 부담인 것 같다.

호주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히딩크는 "지금 호주국민들이 축구에 미쳐가고 있다(In Australia people are getting crazy about football). 나의 목적은 그런 기초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이번 월드컵 16강 진출을 호주 축구의 운명과 연관시키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그는 '호주의 16강 진출이 확정되면 6억8천만 원의 보너스를 받기로 호주축구협회와 계약했다'고 <데일리텔레그래프> 6월 22일자가 보도했다. 독일월드컵이 끝난 후 맡게 될 러시아 대표 팀과의 계약에서 엄청난 액수의 보수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히딩크 감독은 이미 돈방석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이지만,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이기면 호주에서도 한몫 단단히 챙기는 셈이다.

그러나 히딩크의 진짜 소망은 8년 전, 프랑스월드컵 3, 4위 전에서 네덜란드 팀이 크로아티아에 진 치욕을 설욕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호주가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축구불모지에 축구 붐이 일어나게 만들고 싶은 '축구 세계인'으로서의 꿈이 있다.

히딩크 감독이 독일로 떠나기 전에 "호주 팀의 목표가 16강 진출이냐?"고 묻는 호주 축구팬들에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고 말하다가 "기왕이면 우승까지 가자"라고 말하면서 인용한 말이 2002년 한국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꿈★은 이루어진다'였다.

한국과 스위스의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한 호주의 SBS-TV 로고.
한국과 스위스의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한 호주의 SBS-TV 로고. ⓒ 윤여문
TV를 켜면 십중팔구 럭비경기 중계가 나오는 나라,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경기를 주요 TV방송사가 아닌 이민자특별방송(SBS. Special Broadcasting Service)에서 중계하는 나라, 호주에서 축구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 사커루들(Socceroos)이 만들어내는 축구드라마를 시청하기 위해서 '호주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는 것. 여기서 말하는 사커루는 축구(Soccer)와 캥거루(Kangaroo)의 합성어로 호주 축구국가대표팀의 애칭이다.

월드컵 방송사 호주 공영 SBS-TV가 <오마이뉴스>에 팩스로 보내온 6월 22일자 보도자료에 의하면, 6월 24일 새벽 열리는 G조 예선 마지막 경기 한국-스위스 전 중계를 당초 녹화방영키로 했던 방침을 전격적으로 바꾸어 실시간 방송키로 했다고 한다.

SBS-TV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의 경우 동시에 시작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라 지난 4월 편성책임자회의에서 프랑스-토고 전을 생중계하고 한국-스위스 전은 오전 7시부터 지연중계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시드니총영사관(김창수 총영사)을 비롯한 시드니한인회(백낙윤 회장) 재호주대한체육회(강대원 회장) 등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이례적으로 방송편성을 바꾼 것이다.

SBS-TV 임원진은 21일 오전까지도 방송일정 변경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밝혀 왔으나, 최근 한인사회의 단체응원에서 나타난 월드컵 열기와 성원 그리고 G조 예선의 중요도 등을 고려하여 전에 없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양중 PD는 밝혔다.

지난 19일 한국-프랑스 전의 엔터테인먼트 센터 단체응원(약 5천 명)과 벨모어 파크 단체응원(약 5천 명)에는 약 1만 명의 한인 동포들이 참가해 질서정연한 응원을 펼친 바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