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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미술관 앞에서
리움 미술관 앞에서 ⓒ 송춘희
'리움'의 상설전이나 마크 로스코의 숭고의 미학을 관람한 사람에게는 백남준 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전시장 안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처음으로 그의 작품 '알'을 만날 수 있다. 알은 총 16개의 TV화면이 점점 커져 가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알기 쉽도록 벽에 걸려 있는 설명글을 읽어본다.

"무엇인가 변해가고 있어요. 우리 주변에서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애벌레, 올챙이, 나무, 사랑, 작가는 실제 알을 카메라로 찍어 TV 화면에 보이게 하고 그 속에 움직이는 영상도 함께 만들었대요."

실제로 화면 속에서 알은 처음엔 흰 계란 모양이지만 다음 화면에서는 마치 태내에 있는 나체의 여성의 모습이 되고 그 모양이 점점 커지는 변화를 보여준다.

작품  '알' 의 모습 (16개의 TV가 마치 도미노처럼 나란히 세워져 있다.)
작품 '알' 의 모습 (16개의 TV가 마치 도미노처럼 나란히 세워져 있다.) ⓒ 송춘희
'TV물고기'란 작품에서는 TV화면이 6개의 어항을 비춤으로써 마치 TV속에 물고기가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어항의 모습을 비춘     ' TV 물고기'
어항의 모습을 비춘 ' TV 물고기' ⓒ 송춘희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을 법한 '스키타이 왕 단군이란 작품은 단군 할아버지를 로봇으로 만들어 보는 체험의 기회가 제공된다. 아이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유지은씨를 만나보았다.

"아이가 당연히 행복해하죠. 미술관이나 전시회장에 가면 '만지지 마라' '뛰지 마라' '건드리지 마라'이렇게 말하며 쫓아다니기 바쁜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이가 자기생각대로 자석을 이용해 이런 것도 만들어 보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자신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아이의 모습
자신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아이의 모습 ⓒ 송춘희
'보이스의 자동차'라는 작품은 자동차 트렁크에서 수많은 TV가 쏟아진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TV 화면에 나오는 사람은 백남준의 친구 '요셉 보이스'의 얼굴이라고 한다. 백남준은 미술가였던 친구 '요셉 보이스'가 죽자 슬픔에 겨워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보이스의 자동차의 모습
보이스의 자동차의 모습 ⓒ 송춘희
'소문만복래'란 작품은 '웃으면 복이와요'라는 우리나라 속담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뿌리가 우리나라임을 여실히 말해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속의 한자와 붉은색깔이 이채롭다.

작품 '소문만복래'의 모습
작품 '소문만복래'의 모습 ⓒ 송춘희
전시장의 정 가운데에 온통 은빛으로 칠해진 8대의 자동차가 놓여있다. 작품의 제목은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연주하며)이다. 작가는 인간에게 가장 편리함을 주었던 기계의 하나가 자동차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여 자동차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한 가지 색(은빛)으로 칠하고 모차르트 장송곡까지 가미하였다고 한다. 물질문명에 현혹된 우리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은빛 자동차의 모습
은빛 자동차의 모습 ⓒ 송춘희
그 밖에도 괴테의 파우스트를 연상시키는 '나의 파우스트 연작'이라는 작품에서는 수많은 TV와 뾰족한 성당 같은 모습이 어우러져 있다. 작가는 우리시대의 어떤 문제들을 구원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을까?

'파우스트'의 모습
'파우스트'의 모습 ⓒ 송춘희
수많은 작품들로, 여러 가지 기법으로,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다가왔던 고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는 동안 아이들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도 그에게 친숙해 졌다.

전시장 밖으로 나가기 전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백남준 전을 왜 개최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과학과 예술을 혼합하기 위해서, 서양의 기술과 동양사상의 만남을 통해, 작품을 재미있게 표현하며 관람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고.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전시는 오는 9월 10일까지 열리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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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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