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감사원의 사학 비리 특감 중간결과를 놓고 두 신문이 정반대의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
<한국일보>는 "이 숱한 비리, 무슨 할 말 있나"라고 질타한 뒤 "학교를 사유개념으로만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이라고 꾸짖었다. <중앙일보>는 "감사원이 전체 사학을 뒤져 형사고발하는 비리 사학도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비리 사학과 사학법 재개정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겹치는 부분도 있다. <중앙일보>는 "감사원이 (특감 결과를)최종 발표보다 석 달 앞당겨 이 시점에 중간 발표한" 이유를, "사학법 재개정을 반대하는 여당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도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특감이라는 시각에는 십분 동의"했다.
진단이 같으면 처방도 같아야 할 텐데 다르다. <중앙일보>는 "개정 사학법은 별도로 봐야 한다"고 했지만 <한국일보>는 "(감사원의) '불순한' 동기를 이유로 적발된 사학들의 비리가 축소되거나 해명될 수는 없다"고 했다.
두 신문의 다른 현실 진단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진 걸까? 다른 진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다.
<중앙일보>는 비리 사학은 '극소수'라고 단정한 뒤 "그런데도 사학 전체를 '잠재적 비리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비리 사학이)전체 사학의 거의 10분의 1이며, 그나마 이마저 인력, 기간 등 기술적 이유로 감사의 그물코가 그리 조밀하지 않았으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학비리가 극소수 일탈 사학의 문제라는 항변은 더 이상 성립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학 비리가 극소수인데 감사원이 "기획·표적감사와 정치적" 발표로 규모와 파장을 키웠다는 것이고, <한국일보>는 불순한 동기를 이유로 덮기에는 사학 비리가 너무 뿌리 깊고 넓으니까 나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신문의 말이 맞을까? <한국일보>가 던진 참조사항이 있다. 감사원의 특감 결과는 "수많은 학생, 학부모들의 경험"에 비추어 "충분히 예상된 것들"이라고 했다.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신의 경험을 참조해 판단하면 될 일이다.
이 점만 짚고 넘어가자. <중앙일보>는 "사학 자율을 높이는 대신 책임을 철저하게 묻는 것이 순리"라며 "(교육당국은) 지금까지 왜 이런 비리 사학들을 수수방관해 왔는가"라고 비난했다. 사학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극소수 사학 비리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이 나서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럼 될까? 교육당국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감사를 통해 비리를 파헤치고 그에 따라 관선 이사 파견 등의 방법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보면 교육당국의 대응은 사학 비리가 곪을대로 곪아 학내 분규가 촉발되고 난 뒤에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학교 재단의 회계장부를 일일이 뒤지기에는 인력과 시간이 태부족이었다. 그래서 내놓은 게 개정 사학법이다. 개방형 이사를 통해 학교 비리를 상시 감시하는 구조를 갖춤과 동시에 비리 발생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이중 포석이다.
물론 <중앙일보> 논법으로는 할 말이 없지 않다. 사학 비리는 극소수이기 때문에 교육당국이 선택(감시)과 집중(처벌)을 하면 된다. 그 정도로도 족한 일에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는 건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
정말 사학 비리 극소수일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한국일보> 진단처럼 비리 사학이 전체 사학의 10분의 1 이상이라면?
역시 요체는 '사실'이다. 사학 비리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사실 판단이 개정 사학법에 대한 가치 판단을 규정한다.
물론 정반대의 현상, 즉 가치 판단을 앞세우다보니 사실 판단을 왜곡하는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요체는 사실 판단이다. 내세우는 가치의 시시비비 역시 사실에 근거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