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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녹지공간은 사람은 물론 동식물에게도 산소호흡기와 같은 존재입니다. 자연이란 차를 타고 1시간 이상을 가야 나타날 것만 같은 서울에도 자그마한 녹지들이 흩어져 있어 힘겹게 구실을 해내고 있지요. 그 중에는 서울시민 대부분이 마주쳐본 적도 없는 동물들까지 품어 기르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해오라기류도 그 중 하나이겠군요. 물가에서 사는 여름철새인 해오라기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과 달리 대부분의 도시사람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기야,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도 한강변의 왜가리를 보고 두루미나 황새인 줄 아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비교적 흔한 종에 속하는 해오라기가 우리 눈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왜가리나 오리류와 달리 금방 눈에 띄지 않는 깃털색을 하고 숨어 있기를 좋아하는 습성 탓도 있을 겁니다. 더구나 일부 종은 야행성이기까지 하니까요. 강북의 대표적인 숲 중 하나인 창덕궁 후원에서 만난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먹이사냥 모습입니다.

▲ 창덕궁 부용지의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 밑, 검은댕기해오라기가 물 속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박정민
▲ 뭔가를 발견했나 싶은 순간, 갑자기 목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 박정민
▲ 어느새 자기 몸길이만큼이나 늘어난 목으로 잽싸게 물 속을 낚아챕니다. 두 발은 원래의 위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있네요. 가히 서커스의 한 장면입니다.
ⓒ 박정민
▲ 0.5초나 지났을까요? 원래의 길이대로 돌아온 목을 하고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짓습니다.
ⓒ 박정민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죠? 발을 잘 보면 아시겠지만 해오라기류는 물갈퀴가 없기 때문에 물에 떠 있거나 잠수를 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물가의 숲과 얕은 물을 오가며 생활합니다. 보통은 숲에서 쉬고 번식하며 먹이사냥은 얕은 물가를 걸어 다니면서 하는데, 간혹 이처럼 묘기를 부리기도 하는 것이죠.

검은댕기해오라기는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미끼낚시'를 한다는 사실입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곤충, 나뭇잎, 심지어는 과자 부스러기까지 동원한다고 합니다. 물 위에 미끼를 던져놓고 물고기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낚는 것이죠. 혹시 이 친구를 만나시거든 그 특별한 재주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냥 해오라기와 달리 낮에 활동하기 때문에 비교적 관찰하기도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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