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리산 뱀사골의 시원하고 맑고 깨끗하고 깊음은 단연 최고입니다.
지리산 뱀사골의 시원하고 맑고 깨끗하고 깊음은 단연 최고입니다. ⓒ 서종규
지금부터 1300여년 전 지리산 계곡인 반선골에 송림사란 절이 있었답니다. 해마다 본보기가 될 만한 불제자 한 사람을 뽑아 칠월칠석날 신선바위에서 기도하면 구름을 타고 극락세계에 올라 신선이 된다하여 최고의 영광으로 알았답니다.

조선 선조 때 이 말을 들은 서산대사가 그 기도하는 불제자에게 독이 묻은 옷을 입혔는데 다음 날 계곡에 큰 뱀(이무기)이 죽어 있었답니다. 바로 송림사에서 큰 뱀에게 승려 한 사람씩을 제물로 바치는 비밀을 해결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계곡을 이무기가 죽은 계곡이란 뜻으로 ‘뱀사골’이라고 불렀답니다.

맑고 투명한 뱀사골의 물속은 보석을 깔아 놓은 것 같습니다.
맑고 투명한 뱀사골의 물속은 보석을 깔아 놓은 것 같습니다. ⓒ 서종규
산을 좋아하는 ‘풀꽃카페 토요산행’팀 45명은 지리산 반야봉을 오르기 위하여 6월 24일 오전 7시에 광주에서 출발하였답니다. 월드컵 16강 진출이 걸린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패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경기 결과로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습니다.

6월 22일부터 남도에 장마가 시작되어 계획단계부터 안절부절 못하던 날씨였는데, 성삼재로 오르는 길의 청명함이 그 우려를 깨끗이 씻어 주었답니다. 성삼재에서 내려다보는 구례 방면의 계곡들에서 올라오는 하얀 뭉게구름이 더욱 산뜻하였으니까요.

노고단의 대표적인 경관은 남해안 쪽으로부터 밀려들어오는 운해와 수많은 야생화들이랍니다.
노고단의 대표적인 경관은 남해안 쪽으로부터 밀려들어오는 운해와 수많은 야생화들이랍니다. ⓒ 서종규
9시 성삼재를 출발하였습니다. 45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화창한 날씨 마냥 가벼웠습니다. 걱정스러웠던 날씨며, 월드컵 16강 좌절이며, 두런두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노고단을 향하였습니다.

오늘 산행의 코스를 둘로 나누어 실시했습니다. 한 코스는 성삼재 - 노고단 - 반야봉 - 토끼봉 - 형제봉 - 반야봉 - 음정마을로 내려가는 약 25km 거리의 긴 코스였고, 또 한 코스는 성삼재 - 노고단 - 반야봉 - 화개재 - 뱀사골 계곡으로 이어지는 19km의 짧은 코스였습니다.

10시 노고단(1507m)에 도착하여 식수를 채우고 단단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노고단은 그 옛날 신라 시대 때 지리산의 산신 선도성모를 모시는 남악사가 있어 제사를 모셔왔으며, 늙을 ‘노(老)’ 시어머니 ‘고(姑)’자를 쓰는 ‘노고단’이란 이름은 바로 선도성모를 마고할머니로 존칭하여 부르게 된 것에서 연유한답니다.

노고단의 대표적인 경관은 남해안 쪽으로부터 밀려들어오는 운해와 수많은 야생화들이랍니다. 그런데 노고단 정상부근은 1991년부터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5월15일~10월 31일까지는 일반인에게 하루 4차례 회당 100명에게만 개방하고 있답니다.

노고단에서 임걸령으로 가는 등산로 주변에 ‘가는범의꼬리’꽃이 쭉 피어 우리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노고단에서 임걸령으로 가는 등산로 주변에 ‘가는범의꼬리’꽃이 쭉 피어 우리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 서종규
비가 그친 지리산은 너무 깨끗하고 맑았습니다. 초여름의 우거진 수풀들이 맑고 깨끗하게 우리들을 씻어 주었답니다. 들려오는 새 소리며, 바람 소리까지. 우리 몸과 마음은 온통 깨끗한 지리산의 정기를 그대로 받았답니다. 노고단에서 임걸령으로 가는 등산로 주변에 ‘가는범의꼬리’꽃이 쭉 피어 우리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11시 30분 임걸령에 도착했습니다. 뒤돌아보니 저만큼 노고단이 멀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한 시간 전에 저 곳에서 출발하였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답니다. 그 맑고 푸른 지리산 능선이 멀리 펼쳐져 있었으니까요.

임걸령은 옛날 녹림호걸들의 은거지가 되었던 곳으로 의적 두목인 임걸령의 본거지였다 하여 “임걸령”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임걸령의 샘은 사계절 마르지 않아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에게 늘 시원한 샘물을 안겨줍니다.

임걸령에서 노루목 삼거리까지는 평이한 능선입니다. 노루목에서 약 1km 정도의 반야봉 오르는 길은 가파르게 솟구쳐 올라야 합니다. 지금까지 흐르던 땀의 배는 쏟아야 오를 수 있습니다.

노루목에서 반야봉(1732m) 오르는 길은 지금까지 흐르던 땀의 배는 쏟아야 오를 수 있습니다.
노루목에서 반야봉(1732m) 오르는 길은 지금까지 흐르던 땀의 배는 쏟아야 오를 수 있습니다. ⓒ 서종규
오후 1시에 도착한 반야봉(1732m)은 지리산 3대 주봉 중의 하나로 천왕봉 다음으로 높은 봉입니다. 반야란 불교의 반야심경에 나오는 지혜를 뜻하는 말로 지리산의 ‘지리’와 음이 동일한 말입니다. 이 봉우리는 지리산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장엄한 지리산의 전경을 한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점심을 마치고 반야봉에서 내려와 오후 2시에 삼도봉에 도착하였습니다. 삼도봉은 노루목에서 삼도봉, 토끼봉, 천왕봉을 바라볼 때 그 봉우리들이 반듯하게 일직선으로 '날날이' 있어 날날이봉으로 불렀답니다. 하지만 반야봉을 기준하여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의 삼도로 행정구역이 구분되어 3도지사가 모여 날날이봉을 삼도봉으로 개칭하였다고 전합니다.

뱀사골 계곡은 수정같이 맑은 물이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모습이 너무 시원하고 깨끗합니다.
뱀사골 계곡은 수정같이 맑은 물이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모습이 너무 시원하고 깨끗합니다. ⓒ 서종규
오후 2시 20분에 600계단이라는 240m의 나무 계단을 내려오니 화개재가 나왔습니다. 바로 뱀사골대피소가 있는 곳 위 능선입니다. 이곳 화개재에서 뱀사골 입구까지 9.2km가 뱀사골 계곡입니다.

화개재에서 많은 나무계단을 딛고 약 100여m 내려가면 뱀사골대피소가 나옵니다. 산행 중에 가장 소중한 물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이 뱀사골대피소부터 내려가는 뱀사골은 아주 긴 계곡입니다.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뱀사골 계곡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다고 다른 길을 택하곤 한답니다.

하지만 뱀사골의 그윽하고 깊음은 단연 최고입니다. 뱀사골대피소에서 내려가면서 들리던 물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계곡 전체에 울려 퍼지는 물소리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 주었습니다.

뱀사골 계곡은 1998년 7월 1일부터 깨끗한 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 계곡휴식년제구간으로 지정되어 직접 계곡 물에 들어갈 수가 없지만 등산로는 개방되어 있습니다.
뱀사골 계곡은 1998년 7월 1일부터 깨끗한 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 계곡휴식년제구간으로 지정되어 직접 계곡 물에 들어갈 수가 없지만 등산로는 개방되어 있습니다. ⓒ 서종규
1980년대에 뱀사골계곡은 남도의 가장 인기 있는 피서지였습니다. 수많은 피서객들로 인하여 물이 더러워지고 깨끗한 환경이 파괴되었답니다. 그래서 1998년 7월 1일부터 깨끗한 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 계곡휴식년제 구간으로 지정되어 직접 계곡 물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화개재로 오르는 9.2km의 등산로는 개방되어 있어서 계곡을 타고 내려가는 산행의 맛이 너무 시원하였습니다.

우거진 나뭇잎 틈새에 탐스럽게 핀 함박꽃이 뱀사골 계곡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너무나 순결하게 드러나는 하얀 꽃이 꼭 목련 같다고 하여 산목련이라고도 불리고 있답니다. 아직 한여름에 피는 꽃들은 피지 않았지만 곧 피어나려는 산수국의 꽃망울이 반가웠답니다.

뱀사골 계곡은 작고 큰 폭포들이 가득합니다.
뱀사골 계곡은 작고 큰 폭포들이 가득합니다. ⓒ 서종규
옛날 부보상들이 하동에서부터 소금을 짊어지고 화개재를 넘어 뱀사골로 내려서다 물에 빠지는 바람에 그 때부터 물이 간장같이 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 간장소와 송림사 정진스님이 불자의 애환과 시름을 달래기 위해 제를 올렸던 장소인 제승대도 지났습니다.

주변의 바위가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하여 병풍소, ‘호리병 모양같이 생겼다’해서 붙여진 병소, 큰뱀 이무기가 죽었다는 전설이 있는 뱀소, 용이 목욕을 하고 승천하였다는 전설이 깃든 탁용소도 나왔습니다.

웅덩이에 고여있는 물들은 푸른빛이 가득합니다. 바닥에 옥을 깔아 놓은 듯한 물빛입니다.
웅덩이에 고여있는 물들은 푸른빛이 가득합니다. 바닥에 옥을 깔아 놓은 듯한 물빛입니다. ⓒ 서종규
‘바위의 모습이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모습 같다’하여 붙여진 요룡대의 신비한 모습과 바위 위에 살고 있는 소나무의 자연과 조화된 모습을 감상하며 내려오다 보니 오후 5시 30분 아치형 다리인 뱀사골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뱀사골 계곡은 작고 큰 폭포들이 가득합니다. 수정 같이 맑은 물이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모습이 너무 시원하고 깨끗합니다. 웅덩이에 고여 있는 물든 푸른빛이 가득합니다. 바닥에 옥을 깔아 놓은 듯한 물빛입니다. 너무 맑은 계곡 물이 녹색 빛만 반사하고 나머지 빛들은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온통 푸른 물만 가득하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맑고 시원한 계곡은 역시 뱀사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맑고 시원한 계곡은 역시 뱀사골입니다. ⓒ 서종규

덧붙이는 글 | 부보상(負褓商)은 조선왕조 이성계 태조대왕이 중상육성정책(重商育成政策 1392)의 일환으로 하사한 명칭이고 보부상(褓負商)은 조선총독부에서 억상이간책략(抑商離間策略 1925)으로 변조 고착시킨 명칭입니다.따라서 일제침탈의 쇠못인 보부상 용어를 퇴출시키고 한국전통의 뿌리인 부보상 명칭을 회복해야 합니다. - 부사모(부보상을 사랑하는 모임 2001 http://cafe.naver.com/bubosang.cafe )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서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