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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은 저의 생일이었습니다.
3년 전에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신 후, 제 생일보다 이틀 앞서 있는 어머님의 제사를 준비하고 치르는데 신경을 쓰다보면, 정작 제 생일날에는 미역국조차 끓여먹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번에도 생일날 아침에 어느 카드회사로부터 '한명라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지 않았더라면, 저조차도 생일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뻔 했습니다. 문자를 확인하면서 '맞아, 오늘이 내 생일이구나'하고 달력을 확인했으니까요.
그날 아침, 미처 미역국도 준비하지 못하고 아이들과 아침식사를 하면서, "애들아~ 오늘이 엄마 생일이라고 문자가 왔네" 했더니, 아이들 또한 "정말이예요?" 하더니, "엄마, 저희들이 깜빡 잊어버려서 죄송해요"라고 합니다.
그날 저녁 밖에서 돌아 온 딸아이가 두 조각의 쵸코케이크와 푸른 잎들만 무성한 작은 화분 하나를 "엄마, 생일 선물이예요" 하고 저에게 건네줍니다.
딸아이에게서 화분을 받으면서 처음 보는 화초이기에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름은 '풍로초'구요, 아주 작고 예쁜 분홍색 꽃이 핀데요, 아빠는 장미꽃을 사 드리라고 했는데요, 장미꽃은 금방 시들어버리잖아요? 또 엄마는 화초 가꾸는 것을 좋아하시니까 오랫동안 두고두고 예쁜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화분을 사 왔어요" 합니다.
그날 이후, 그 작은 화분은 딸아이가 준 선물이기에 매일 아침 다른 화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듯 물을 주며 가꾸었더니, 1개월 동안의 짧지 않은 기다림 끝에 예쁜 분홍빛 꽃을 피웠습니다.
꽃을 보기 전에는 과연 어떤 꽃이 필어날지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그 기다림 끝에 며칠 전 아침 베란다에서 작고 앙증맞은 분홍빛 꽃망울을 처음 발견하는 순간, "어머, 바로 너 였구나!"하고 저도 모르게 반가움의 탄성을 질렀습니다.
이처럼 딸아이의 선물이 그동안 제가 받았던 그 어떤 선물보다 반가웠던 것은, 다른 선물과는 다르게 제 스스로 직접 화초에 물을 주고 대화를 나누면서 호기심속에서 보낸 1개월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딸아이의 선물을 확인하기 위해 1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림속에서 보내야 했지만, 그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더 큰 기쁨과 반가움으로 저에게 와 닿았던 것입니다.
생일선물에다 행복한 시간까지 함께 선물한 딸아이에게 다시 한번 조용히 이야기 해 봅니다.
"은빈아, 이번 생일 선물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