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든 내 장난감'은 놀잇감에 대한 이론 강의로 시작한다. 현재 우리나라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난감의 재료로 쓰이고 있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PVC이다.
유아용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들 제품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선 다량의 가소제가 첨가된다. 때로는 제품 전체 무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 첨가되며, 이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프탈레이트(phthalate)이다.
프탈레이트는 화학적으로 비교적 안정되어 있어서 인체에 흡수될 경우, 일부는 분해 되어 배설되지만 대개 생체의 지방조직 내에 축적된다. 프탈레이트는 간과 신장의 장애, 정소 위축, 생식 세포 이상, 정자수의 감소, 세포계의 변질, 간암, 신장암, 백혈병 등의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완구용 가소제인 DEHP는 발암성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론강의는 놀이가 무엇인지, 좋은 놀잇감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과 여러 가지 놀잇감에 대한 시청각 자료 및 선생님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선생님의 이야기에 동의를 표하기도 하고 필기도 하면서 놀잇감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영상 속의 아이들은 모두 나무나 풀, 인형, 보자기 등 자연 장난감을 가지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수업을 듣는 참가자들도 덩달아 자신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면서 "맞아, 우리 어렸을 적엔 저렇게 놀았지"하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린다.
인형의 촉감을 손으로 느껴보세요
이론 강의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인형 만들기에 도전한다. 인형만들기는 손안에 쏘옥 쥐어지는 아기인형을 만져보고 그 촉감을 느끼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형을 손에 쥐어 본 참가자들은 손 안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에 어른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이리저리 쥐어보고 만져보며 손에서 인형을 놓지 않는다. 말랑말랑한 인형의 촉감은 어른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헝겊인형은 사람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게 특징이다.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예쁜 플라스틱 인형은 사람과는 너무 다른 작은 머리와 긴 다리, 긴팔을 가진, 사람이 아닌 사람인형이라고 강조한다.
헝겊인형의 머리를 만들기 위해선 뒤통수와 이마, 관자놀이를 바느질과 실로 만들어 주고, 솜의 양을 조절하여 머리의 단단함과 목의 두께를 표현해내야 하는,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사람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이유는 아이들이 인형을 안았을 때 사람과 비슷한 감정과 느낌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작은 인형하나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머리를 완성하면 솜을 적당히 넣어 몸을 만들고 손과 발을 위해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정성을 들여 작업을 해야 한다.
"바느질을 하다보면 시간도 금방가고 마음도 어느 새 고요해지지요. 바느질 명상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선생님의 말에 바느질을 하고 있던 참가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오후 1시. 여전히 참가자들은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를 하며 손에서 인형을 놓을 줄 모른다.
"헝겊인형은 만드는 사람을 닮는데요."
진행자의 한마디에 바느질을 하던 참가자들은 "어머, 어머"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헝겊인형은 몸통에 수건 천으로 옷을 입히고 머리에 작은 고깔을 씌운 다음 눈과 입을 색실로 표현해주면 완성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염색의 재료
요새는 길거리 곳곳에 천연염색을 해서 파는 우리 옷 가게가 많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자연스런 우리색깔이 인기가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천연염색 시간에는 아이들의 소꿉천을 직접 염색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소꿉천이 뭐지?'라는 궁금증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무엇을 가지고 놀았는지 생각해 보면 금방 '아하'하고 답이 떠오를 것이다.
엄마가 물건을 쌀 때 쓰던 보자기는 아이들에게, 결혼식 면사포가 되고 슈퍼맨의 망토도 되고 신랑각시 놀이 땐 멋진 와이셔츠도 된다. 작은 천 하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에 대한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불러 일으켜 준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색깔이 함께 어우러진 소꿉천은 아이들에게 시각적 효과와 정서적 효과도 함께 줄 수 있다.
천연염색은 소목과 치자, 밤 염색으로 구성된다. 염색의 재료는 여건에 따라 준비되는 염료가 달라진다. 소목은 나무에서 얻은 염료이고 치자는 열매, 밤은 껍질을 활용한다. 가시달린 밤송이를 끓이는 모습을 보던 참가자들은 "밤으로도 염색을 하나요?"하며 신기해한다. 천연염색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부모가 정성을 담아 이렇게 함께 만들어 보고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지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치자는 선매염을 해야 한다. 매염은 염료가 천에서 잘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코팅제 같은 역할을 한다. 주로 백반이나 녹슨 못을 이용한 철장 등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매염제이다. 치자는 예부터 약으로도 사용했고 음식에 색을 입힐 때도 사용되었을 정도로 예쁜 노란색을 낸다.
'천연염색', 아이들 피부에도 자극 안 줘
소목은 붉은 색을 내고 밤은 매염제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철장매염은 회색, 백반매염은 은은한 황토색을 낸다. 소목염색은 땀이나 물에 약해 염색부분이 땀 등에 닿으면 붉은 색이 노랗게 변하므로 주의해야한다. 그래서 소목염색을 할 때 여름옷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연스런 모양을 내는 방법도 있는데 실로 염색할 천을 여러 번 묶어서 모양을 내는 염색기법인 홀치기를 주로 사용한다. 실을 묶는 방법에 따라 동그라미나 선 등 자유롭게 모양을 낼 수 있다.
염색은 주로 면을 이용하는데 면은 정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천은 같은 면이라도 염색이 잘 들지 않는다. 염색을 하는 곳에서 입던 옷이나 몇 번 빨았던 옷에 염색을 들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새 옷에는 화학성분이 들어 있어 면이라고 염색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새 천에 염색을 하고 싶다면 면을 콩물에 넣어 한번 삶아내는 정련작업을 거쳐야 한다. 단, 실크는 정련작업이 없이도 물을 쉽게 들일 수 있어 정련작업이 번거롭다면 실크염색을 권장한다.
염색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미리 콩물에 정련된 천에 홀치기를 해서 염료에 담가 물을 들이기에 열심이다.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된 염색 프로그램은 햇볕을 아쉬워하게 했지만 염료통에 손을 담그고 염색에 열중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아이들의 속옷, 하얀 실크스카프, 집에서 입던 옷도 염색통에 한번 들어가기만 하면 노랗고 빨간, 예쁜 색으로 변해 참가자들의 입에서 "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천연염색은 아이들의 피부에도 자극을 안 줘, 속옷염색에 염색을 하면 아이들만의 예쁜 옷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해요
이번 프로그램에 자녀와 함께 참여한 부모님도 간간히 눈에 띈다. 아들, 딸 구별 없이 함께 바느질을 하고 염색을 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참 즐겁고 정겨워 보인다.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은 엄마가 메워주고 아이들은 엄마를 도와 작은 부분을 하나씩 완성해 가는 모습이 대형 슈퍼마켓에 가서 잘 만들어진 장난감 하나를 사 줄때와는 전혀 다른 가족간의 정을 느끼게 해 준다.
마무리는 다음 프로그램을 위한 평가서로 대신한다. 참가자들은 염색한 옷들을 챙겨놓고 평가서를 작성한다. 평가서 작성을 통해 재미있는 점이나, 부족한 점을 다섯 단계로 평가할 수 있고 진행을 맡은 사람은 그 평가를 바탕으로 다음 프로그램을 더욱 알차게 준비할 수 있다. 평가서를 작성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평가서를 통해 참가자들은 아이들의 놀잇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새로운 놀잇감 만들기에 대한 성취감과 뿌듯함을 나타내었다.
환경교육센터는 2006년 6월부터 10월까지 '자연이 만든 내 장난감+맘대로 놀이터'를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3번 더 개최할 예정이다. 1회당 성인 30명을 기준으로 하므로 부모모임이나 유아교육기관에서 유치해 보기에 적당한 프로그램이다. 놀잇감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단체는 환경교육센터로 문의하여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 이 글은 환경교육센터 꿈꾸다 간사님이 쓰셨습니다.
덧붙이는 글 | '자연이 만든 내 장난감+맘대로 놀이터' 문의 : 02-735-8677
더 자세한 사항은 환경교육센터 홈페이지(http://edutopia.or.kr/)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