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 연락이 왔어요?”
무비만이 물은 것은 노동부로부터 연락이 있었느냐는 말이었다. 조심스럽게 입을 뗀 무비만(Mubiman)에게 나 역시 쉽게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점심이 지났을 때쯤 노동부 직원과 나눈 대화 내용은 그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작년 3월에 고용허가제로 입국하여 경기도 남양주에서 일하던 무비만은 회사에서 급여지급과 구타 등의 문제가 있어 1년 근로계약 만기 후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근무처를 변경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옮긴 회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어 역시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지난 4월 다시 근무처 변경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무비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체류자가 되고 말았다. 시흥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시흥시 소재의 공장을 알선 받은 무비만은 알선 받은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아무런 문제없이 근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회사측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다음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외국인력 고용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업체가 과거에 불법체류자를 채용한 적이 있어 외국인력 고용이 제한된 업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로 인해 출입국에서는 외국인력 고용신고를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무비만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로부터 직장을 알선 받는 과정에서 구직유효 기간이 지나버려서 구직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하면 노동부가 알선해 줘서는 안 되는 업체를 알선해 주는 통에 구직유효기간이 지났고 무비만은 불법체류자가 된 것이다.
영문도 모르고 불법체류자가 된 이주노동자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질의하자 노동부 외국인력 고용팀 관계자는 “전산 장애가 발생한 것 같은데 원인 규명을 하고 연락 주겠다”고 하면서 열흘을 끌었다.
그리고 오늘(26일)은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다가 단속에 걸리면 고용제한이 걸리는 걸 뻔히 아는 업체에서 외국 인력을 알선해 준다고 받아간 것이 문젠데 달리 구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법에 예외 조항이라도 있으면 구제하겠는데 법에는 근거가 없다”며 자신들의 알선 실수에 대해 발뺌을 하면서 고용주에게 책임을 전가하였다.
영문도 모르고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무비만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잘 해결됐다’는 노동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실망이 되는 답변을 듣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저 어쩌면 좋아요? 저도 아데(Ade)처럼 어쩔 수 없나요?”
“…….”
아데는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알선됐다. 그런데 아데를 고용한 업체에서 외국인력고용 사실에 대한 신고를 한 달 넘게 노동부에 하지 않아 불법체류가 된 경우였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사용자가 외국인노동자를 인도받아 근로가 개시된 경우에 10일 이내에 관할 노동사무소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아데를 고용한 업체 고용주는 근로개시 신고 의무에 대해 노동부로부터 어떠한 안내를 받은 적도 없고, 노동부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데 무슨 신고가 또 필요 하느냐고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아데를 고용한 회사 사장은 “내가 실수한 부분이니 내가 벌금이라도 내서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고 했지만 노동부는 ‘향후 개선을 하더라도 지금은 방법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부 직원의 실수를 이주노동자가 떠 안아서야
우리 쉼터엔 무비만이나 아데 같은 문제가 한두 건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부 외국인력 고용팀에 전화나 질의서 발송을 자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노동부의 담당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떻게 하면 불법체류자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부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비만의 경우 노동부의 실수로 외국인력 고용제한 업체에 알선을 해 줬다고 노동부가 인정하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 해당업체에서 근로개시 신고를 한 후, 고용을 해지하면 출입국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데의 경우는 외국인력에 대한 별도의 근로개시 신고 없이도 근로계약 발생일(입국일 혹은 알선일)을 알 수 있어 사용자의 신고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사용자의 근로개시 신고 의무가 금년 7월 1일자로 삭제되었다. 이 부분을 소급 적용해 주면 될 텐 데도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 4조에 따라 구성된 노동부 ‘외국인력고용위원회’ 공익위원이다. 고용허가제 운영 및 이주노동자의 권익보호 등에 관한 사항을 사전 심의하도록 돼 있는 내가 말해도 수용하지 않는데, 원치 않게 불법체류 신세가 된 이주노동자의 호소라고 들을 리 만무한 노동부 직원들은 ‘불법체류자 생산 공장 공장장’들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노동부는 불법체류자 고용으로, 고용제한 된 업체 알선과 관련하여 전산장애 원인에 대해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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