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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출판 한언
방학을 맞아 읽을거리를 찾던 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평소 잡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내게, <생각이 너무 많은 여자> 라는 제목부터가 무척이나 와 닿았다.

미시간 대학의 심리학 교수이며 우울증 연구 전문가인 수잔 놀렌-혹스마 박사는, 우울증이 주로 남자보다 여자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우울증과 관련해 나타나는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책 안에서는 ‘오버씽킹’ 이라 칭한다) 의 원인을 분석하고,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

책에 실린 여러 사례는, 자칫하면 딱딱하고 심각해질 수 있는 주제를 좀 더 유연한 시선으로 공감하며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면 ‘오버씽킹’ 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린다.

Overthinking 이란? Over + thinking.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다 ;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기분 상태에 따라 끊임없이 생각이 솟아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가정, 타인의 심리 상태에 대한 추측,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후회, 타인에 대한 의심 등이 생각의 주요 내용이다. 이것이 병적으로 심화되면 여러 가지 정신적ㆍ신체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며 그 양상에 따라 일정한 유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이 책을 번역 ㆍ 출간하면서, overthinking 을 한국어로 대체할 만한 적절한 단어가 없어, 부득이하게 ‘오버씽킹’ 이라 표기한다)
-책 서문 중에서


오버씽킹에 관한 연구자들은, 오버씽킹이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이외의, 더 높은 수준의 삶의 욕구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멋진 직업을 가지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루고, 남들에게 존경받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즐겁게 보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개인의 기대가 언제나 100% 충족되지 만은 않는다. 기대가 어긋날 때 사람들은 권리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며, 오버씽킹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매스미디어의 발달은 타인의 삶을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만들어 의욕 저하를 일으키게 한다. 직장에서 승진하고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와도, 사업이 성공해서 억만장자가 된 20대 대학 중퇴자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고 패배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남과 비교를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오버씽킹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오버씽킹에 특히 더 잘 빠지는 유형이 있을까? 저자는 두뇌에서 감정조절을 하는 부위인 ‘전두엽 전부 피질’ 의 손상시에 더 많은 오버씽킹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우울증을 겪거나 오버씽킹에 자주 빠지는 사람들은 두뇌의 다른 두 영역인 ‘편도’ 와 ‘해마’ 부위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편도와 해마는 감정적인 상황에 대한 기억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편도가 지나치게 활동적인 사람들은 주변의 부정적인 정보에 훨씬 더 집중하게 되고, 이것이 오버씽킹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왜 위와 같은 두뇌의 부위가 손상되는 것인지, 그 근본 원인에 주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리라 생각된다. 책에서는-앞서 제시했던- 시대적 요인,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예민한 성격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더불어 오버씽킹은 여성에게서 월등히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 억압, 성적학대, 그리고 ‘감정적으로 길러지는’ 교육방식 등으로 인해 오버씽킹을 빈번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 이러한 복잡 다양한 원인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해결책을 찾아 나설 때이다. 저자는 오버씽킹도 ‘생각’ 임을 감안한다면 더 높은 단계의 긍정적인 생각으로 오버씽킹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먼저, 오버씽킹을 당연한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에게 엄격해지라는 것이다. 오버씽킹은 통찰력을 주기는커녕 시야를 흐리기만 하는 ‘병’ 이니, 마음을 단호히 먹고 그러한 생각을 배척하라고 말한다.

사실 생각하는 방식도 습관의 일부임을 고려한다면, 오버씽킹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의 틀을 깰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까지 고이고이 길들여 놓은 생각의 틀을 하루아침에 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꾸 드는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의 것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또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수많은 방법 제시가 되어있는 책 안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만 뽑아 본다면 다음과 같다.

‘감정을 글로 적어 발설할 것’
‘우울하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움직일 것’
‘인간은 햇빛을 적게 받을수록 우울증에 빠지기 쉬우므로 낮에 깨어있을 것’
‘뭐든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기대치를 낮출 것’
‘불확실한 느낌이 든다 해도 해결책을 향해 전진할 것’등이다.

나 역시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서 있는 여성이기에 이 책의 메시지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결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버씽킹에 빠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들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
-어니 J 젤린스키 <느리게 사는 즐거움> 중.


100%의 고민을 끌어안고 오버씽킹의 늪에 빠져 끙끙대지 말고, 4%의 해결 가능한 고민에만 시간을 쓰기를 바라며, 이 책 <생각이 너무 많은 여자>를 추천하는 바이다.

생각이 너무 많은 여자 - 생각의 늪에 빠진 여자들을 위한 3단계 심리 처방

수잔 놀렌 혹스마 지음, 나선숙 옮김, 지식너머(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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