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고장, 담양에 이르러 처음 이목을 끄는 것은 대나무가 아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담양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르나 순창에서 24번 국도를 따라 담양에 다다르게 되면 길옆으로 마중 나오듯 눈이 시리게 푸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펼쳐진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보존회가 돌보고 있으며, 매년 축제를 열기도 한다. 담양 시내에 숙소를 정한 나는 아침에도, 석양이 있는 저녁에도,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찾아 그 모습을 눈과 마음에 담았다. 그만큼 가로수길은 이방인인 나에게도 아름다운 곳이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담양 시내에서 가까이 있는데 신도로가 나서 한쪽으로 한적하니 밀려나있는 구도로의 가로수길이 제일이다.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에선가 본적이 있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길옆으로 푸르게 펼쳐진 논과 들이 있고 차들의 통행이 적은 나무 그늘 아래에는 삼삼오오 가족 나들이를 나온 풍경도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이방인에게 고즈넉함과 평화로운 여유를 준다.
대나무의 곧고 강인한 줄기와 푸르름은 절개와 지조를 으뜸으로 여기던 사대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사군자 중에서도 제일로 여겼다. 또한 대나무의 모습이 아름다워 오래전부터 시와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살림집에서는 대나무를 이용한 공예품이 실생활에 많이 이용되어 이래저래 대나무는 우리네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담양은 우리나라에서 대나무가 가장 많이 자라는 곳이며, 이곳에서 자라는 대나무 또한 그 질이 가장 우수하다. 담양의 죽물시장은 300여 년 동안 끊이지 않고 장이 섰는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북적거렸고 바구니에서 소쿠리, 참빗, 삿갓, 발, 자리 등 다양하고 많은 양의 죽물이 거래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번성하던 죽물시장은 중국산 물건과 플라스틱 제품 등으로 인해 많이 위축된 상태이며 실제로 많은 죽물 가게에서는 베트남이나 중국산 물건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 또한 쉽고 값싸게 만들다보니 본드나 비닐끈, 니스칠 등을 남용해서 만들어 그 품질이 예전 같지 못할 뿐더러 옛 죽공예품에서 느꼈던 정겨움과 사랑스러움은 더군다나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듯 세월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대신 더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최대의 죽물시장(2일, 7일의 5일장)으로 시간이 허락된다면 장날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고 날짜가 맞지 않는다면 시내 죽공예품을 파는 시장과 대나무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담양에는 유명한 대나무 숲이 여럿 있는데 담양 대전면 대나무숲, 죽녹원, 대나무골 테마공원 등이 찾아 볼만한 곳이다. 이곳의 대나무 숲들은 이미 CF나 영화 등을 통해 눈에 익은 곳으로 대나무 산책로, 숲길, 죽립욕장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대나무숲 사이로 열린 산책로를 따라 대나무 숲을 거닐다보면 마치 영화속 주인이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벤치에 앉아 대나무와 이야기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 앉아 대나무에게 마음속으로 말을 걸다보면 어느새 바람에 수울렁 수울렁 몸을 휘젓는 대나무들의 응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대나무 공예품뿐 아니라 대나무통술, 대나무잎 영양밥, 죽로차 등 대나무를 응용하거나 이용한 것들 또한 많다. 담양 읍내 또한 온통 대나무와 관계된 공간, 상징물, 공예품 들이 많아 담양에 대나무가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금방 눈치챌 정도이다.
담양 읍내에는 대나무건강랜드 또한 들려볼만 하다. 이곳의 대나무잎 온천탕은 대나무잎을 이용하여 고혈압, 노화방지, 중풍, 심장질환, 당뇨, 신경쇠약, 피부 미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한 통대나무로 만든 침대에 누워 그 시원함을 준다.
찾아 가는 길
대중교통 : 고속버스 서울 -> 담양(10:00~16:00, 하루 2회)
직행버스 광주 -> 담양(06:00~22:50, 10분 간격)
일반버스(311번,322번) 광주 -> 담양(06:00~22:30, 10분 간격)
자가용 : 호남고속도로 -> 88올림픽고속도로 -> 담양 나들목 -> 담양
덧붙이는 글 | 저자의 블로그 www.yundol.com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