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64) 서울시장이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서울시청 문을 나섰다. 이 시장은 30일 오후 5시 30분 서울광장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잔디밭을 걸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공식 임기를 마감했다. 이 시장은 이임사를 통해 서울시 공무원과 청계천 상인들, 시의회 관계자들 등에게 거듭 "고맙고도 미안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임사에 나선 이 시장은 가장 먼저 "시장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손해를 끼친 사람들, 마음을 상하게 한 사람들 생각이 난다"며 "내 불찰로 힘들게 해드려 정말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당신들의 아픔이 헛되지 않았다"며 "내 마음을 받아들여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 당시의 일화를 전하며 "서울시민과 서울시 공무원, 청계천 상인들에게 참으로 고맙다"고 밝혔다.
야당 시장으로서 일하며 힘들었다는 고백도 털어놨다. 이 시장은 "야당 시장이었기에 겪었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며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숱한 장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심을 다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 없었다"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정면돌파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중앙정부와 협조가 더 원활했더라면 서울이 국제금융도시로 몇 발짝은 더 나갔을 것"이라며 "수도이전 위헌판결로 서울이 서울로 지켜졌지만 행정기능은 분할되게 됐다"고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뉴타운 개발, 자립형 사립고 설립으로 강북지역 활성화의 계기는 만들었으나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시·도지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방발전을 궁리하였지만 성과는 미흡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중앙정부 협조 원활했다면 국제금융도시로 더 나아갔을 텐데..."
하지만 청계천복원 당시 노 대통령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청계천복원 논란이 일어날 당시 대부분 국무위원들이 반대했지만 노 대통령의 도움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노 대통령이 비판과 반대가 쏟아진 국무회의에서 청계천복원사업을 서울시 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며 "다른 많은 사안에서 의견을 달리하기도 했지만 그 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가 꿈을 가졌다는 것을 더 없이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하겠다"고 이임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서울시 공무원들은 퇴임식에서 이 시장에게 기념패를 전하며 "오늘 이 자리가 서울시장으로서는 마지막이지만, 앞으로 사회 발전을 위해 더 많이 헌신할 수 있는 내일을 위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써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서울광장 앞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도 나와 퇴임식 내내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