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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권영세 의원과 전여옥 대변인이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1·2위 예측만큼이나 어렵다."

7·11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 만큼이나, 3·4위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도 관전포인트다.

강재섭·이재오 전 원내대표 간 양강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소장·중도 개혁파 연합체인 '미래모임'의 단일후보로 권영세 후보가 결합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전여옥 의원의 인기가 얼마나 표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김학원 의원과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며 충청권을 대표하고 있는 강창희 전 의원, 영남의 정형근·이방호 의원, 경기도의 이규택 의원의 조직세도 무시할 수 없지만, 권영세·전여옥 의원의 경우 '바람'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흥밋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권영세] 소장·개혁파 단일후보 '명분' 유리

▲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소장·중도파의 단일주자로 남경필 의원이 아닌 권영세 의원이 선택되었다는 점에 대해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

남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2배 차로 권 의원을 앞섰지만, 당내 조직표(국회의원, 당협 운영위원장으로 구성된 114명 선거인단)에서 밀려 근소한 차로 탈락했다.

우선 "한나라당이 취할 개혁의 방향이 드러난 것"이라며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측의 얘기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보수세력에겐 일종의 개혁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지방선거 뒤 개혁세력에 대한 심판, 노 대통령의 지지도 추락과 오버랩되면서 개혁파와 중도파 사이 '이중 멤버십'을 지닌 권영세의 위치가 절묘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권 의원은 소장·개혁파로 분류되는 '수요모임' 소속이면서도 중도성향의 '푸른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권 의원은 박근혜 대표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온 수요모임의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과 달리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으며 온건중도 성향을 띠어 왔다.

한 당직자는 "원희룡을 선택했던 2년 전과 한나라당의 지금 분위기는 다르다"며 "차떼기·탄핵으로 당시엔 개혁에 대한 요청이 강렬했지만 당이 일정한 궤도에 오르면서 '안정 속 변화'를 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한다.

반면 수요모임 내부의 평가는 다르다. 한 관계자는 "이상한 합종연횡"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른바 '반(反)남원정' 정서의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대표 측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선거인단에는 정체성이 애매모호한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었다"며 특히 '친박'으로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인 견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래모임은 세 결집을 위해 회원가입에 차별을 두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다른 후보측 인사들이 가입하는 것까지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수요모임의 대표인 박형준 의원은 "남 의원이 호오(好惡)가 분명하다면 권 의원은 수용 폭이 넓다"며 "거부감이 없고 전문성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권 의원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강재섭·이재오 후보와 선명성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온건중도' 성향의 권 의원으로 얼마나 승산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지만 지형은 좀 더 복잡하다.

권 의원 개인은 대중성이 약하고 선명성이 떨어지지만, 전당대회 '외부 효과'를 위해 소장·중도 개혁파의 대표주자로서의 갖는 위치는 유리하다.

앞서의 수요모임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선 친박 쪽에서 남경필을 견제했지만 이방호, 이규택, 정형근 의원보다는 '젊은 피'가 나을 것"이라며 전략적 선택을 기대했다. 권영세 의원이 의미있는 성적을 거둬야 한나라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당론에 딴지를 걸고 지도부의 눈엣가시여도 소장파가 지닌 '명분'은 조직의 한계를 극복해 왔다.

한 발 나아가 박형준 의원은 "3위는 어렵지 않고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내부 결속과 강한 슬로건을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소장파 중심의 제3세대론'을 주창하면서 信(믿음), 辛(매움), 新(새로움), 身(헌신)의 '4신'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내부에선 한 단계 더 나아간 메시지를 고민 중이다.

[전여옥] 한나라당 지지자들과의 속 깊은 공감대

▲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전여옥 의원은 '선명성' 면에선 권영세 의원을 압도한다. '강한 한나라당'을 주창하며 "죽기를 각오하고 대선의 지뢰밭을 앞장서서 나가겠다"고 특유의 '여전사' 이미지를 드러냈다.

전 의원이 거둘 성적에 대해서는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자력으로 5위권 안에 들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3위' 입성일지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 나름의 근거가 팽팽하다.

부정적인 견해는 전 의원이 전대 출마자 중에 '홍일점'이라는 점을 들어 사표 심리를 우려했다. 1인2표제의 특성상 '여자는 무조건 된다'는 여성 우대정책이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례대표에 초선이지만 전 의원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제공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표가 피습을 당했을 때 '대체 적임자'로 가장 많이 거론됐을 정도다. 실제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원 유세를 펴는 헌신성을 보였다.

박성민 대표는 "전 의원은 여당이나 진보세력과 몸을 아끼지 않고 맞서 싸우며 구축된 이미지"라며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시원하게 대변해주면서 감정이입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변수는 '여론조사'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선거가 대의원 70% - 여론조사 30%가 반영된다는 특성을 들어 권영세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전 의원의 선전을 전망하는 측도 있다. 실제로 지난 전당대회에서 원희룡, 김영선 의원의 2·3위 당선이라는 이변의 배경에도 여론조사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다른 한 측에선 "대의원이나 당원 등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전 의원의 골수팬들이 많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선 박찬숙, 나경원 의원 등 다른 여성 의원들에 비해 선호도가 높지 않다"고 하는 의견도 나온다.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초선·비례대표·여성 등 나쁜 조건의 종합세트라고 하는데 이는 오히려 저의 강점"이라며 "선수와 지역을 초월해 전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한 사람의 대의원이 2명을 선택하는 연기명 투표 방식에 따라, 이재오·강재섭 등 2강 후보가 서로의 약점을 채워줄 '지역 후보'와 합종연횡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조직세가 약한 두 후보의 선전은 '미풍'에 그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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