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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조사에 앞서 간단한 주의사항 및 조사 방법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로드킬 조사에 앞서 간단한 주의사항 및 조사 방법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 배만호

첫 번째로 시작한 곳은 20번 국도. 중산리를 향했다. 이곳은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등산객들과 여름철 피서객들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펜션과 모텔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시속 60km의 제한 속도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로서 도로의 상태가 좋아 차량의 속도가 빠른 편이다. 더구나 지리산을 향하는 길이기 때문에 야생동물들의 출현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고 조사를 하러 가는 길이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마음은 먹구름이 깔려 불안했다.
자전거를 타고 조사를 하러 가는 길이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마음은 먹구름이 깔려 불안했다. ⓒ 배만호

조사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이 여학생들이었고, 또한 차량의 이동이 많은 국도이어서 혹시 생길지 모를 안전사고 때문에 전 구간을 자전거를 타며 조사를 할 수가 없었다. 구간별로 자전거를 타기에 안전하거나 숲이 많이 우거진 곳을 선택하여 자전거를 탔다.

차를 타며 이동을 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 더 잘 보였다. 쉬운 예로 길가에 있는 배수로를 들 수 있다. U자 형태로 생긴 배수로는 많은 야생동물들의 무덤이 되고 있었지만 차를 타고 가면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작은 동물들 역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에서는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차에 깔려 죽어 있는 어린 뱀을 발견하고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차에 깔려 죽어 있는 어린 뱀을 발견하고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배만호

느리게 간다는 것은 이래서 좋았다. 차를 타고 가며, 혹은 자전거를 타며 도로에 죽어 있는 동물을 발견하고 둘레를 돌아보면 멈추지 않고 나타나는 것이 야생동물들의 시체였다.

길에 깔려 죽은 어린 꿩.
길에 깔려 죽은 어린 꿩. ⓒ 배만호

학생들은 도로에서 죽은 야생동물들만 조사하지 않았다. 국립공원에 버금가는 경치를 자랑하는 하동군 악양면에서 청암면 사이에 있는 회남재를 가로지르는 도로 건설 현장 방문, 자연농업센터 방문, 지리산 종복원센터 견학, 실상사 방문, 함양군 지곡면 골프장 건설 예정지 방문 등도 하였다.

세찬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학생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토요일(7월 1일)에는 호우주의보까지 내린 가운데 마을 회관에 모여 대학생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초록 캠퍼스 만들기’에 대한 토론을 하였다. 진양호에 서식하고 있는 수달에 대하여 준비해온 자료를 보며 설명을 듣기도 하였다. 이어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일회용품 사용에 관한 이야기와 학교에서 동아리와 학생 모임 등에서 작게 시작할 수 있는 환경 사랑에 관한 토론도 하였다.

마을 회관에서 벽을 스크린 삼아 학교에서 빌려온 빔으로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
마을 회관에서 벽을 스크린 삼아 학교에서 빌려온 빔으로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 ⓒ 배만호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다. 비를 맞으며 조사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었다. 결국은 다음 달에 있는 2차 조사 때에 더욱 열심히 하기로 하고 마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일요일까지 예정된 조사를 토요일에 마친 것이다.

진주에 돌아올 때에는 내리는 빗줄기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 동물원에 있는 동물을 보러 갔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야생동물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동물들이 더 많은 동물원에서 학생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단 하루를 살아도 자유를 즐기며 사는 것과 우리에 갇혀 모진 목숨을 연명하며 살아야 하는 삶을 번갈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더러는 오래 살고 싶다는 말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길에서 죽더라도 자유롭게 살다 죽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산다는 것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살아가는 과정도 중요하기에 나름대로 모두가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원에서 염소에게 풀을 뜯어 주고 있는 모습. 제 모습입니다.
동물원에서 염소에게 풀을 뜯어 주고 있는 모습. 제 모습입니다. ⓒ 배만호

모든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학생답게 정리를 하였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로드킬 조사를 하며 느낀 점을 서로 이야기하며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는 자리였다.

아래는 학생들이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도로도 자연의 한 부분입니다. 때문에 도로만을 알기보다는 자연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합니다. 길을 가면서 단순하게 ‘경치가 좋다’라는 것만을 느낄 것이 아니라 야생동물들을 보호하며 가야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울러 야생동물들이 길에서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차에 치여 죽는 것은 주로 큰 동물들입니다. 작은 동물들은 주로 배수로에 많이 빠져 죽는 것을 봤습니다. 지리산 일대를 짧은 시간에 둘러 볼 수 있는 것은 자동차라는 현대 문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생태 친화적인 시설을 많이 보다 많이 갖추어야 함을 느꼈습니다.

○야생동물들의 죽음을 보면서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느꼈습니다. 자연도 우리 삶의 한 방식인데, 자연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닌 누군가에 의하여 조정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길을 바라보는, 혹은 자연을 바라보는 다른 눈을 가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자연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모든 생명은 같다는 동질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동질성을 느끼면서 삶을 바꿔가야 합니다. 이러한 것이 환경운동의 방법이고,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입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자연과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함께 하는 마음이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마음들이 이번 기회에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주로 많이 발견되는 야생동물들은 뱀이었습니다. 그리고 개구리, 지렁이 등이 많았습니다. 장마철이어서 많은 차들이 다니지 않아 죽은 동물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2004년 7월부터 2005년 6월까지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에서 지리산 일대 4개 도로를 조사한 결과 무려 3000여 마리의 동물 사체를 발견하였습니다. 

함께한 학생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그리고 행사 진행을 준비하고 기획한 진주환경운동연합의 박보현 간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금 수정하여 월간 작은책에 보냉 예정입니다. 제 블로그(배만호.com)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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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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