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목소리가 있다. 일단 들어보자.
우리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미사일 발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사태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일상적인 경협과 남북 대화도 쉽게 중단해서는 안 된다. <한겨레>
정부는 '통일비용' '민족공조' 운운하며 북에 대한 퍼주기 지원을 계속해왔다 … 그 대가가 미사일 발사다. 이제 우리는 대북 지원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동아일보>
누구 말이 맞는 걸까? 답을 내려야 하겠지만 사실 불가능하다. 두 신문이 같은 주제를 얘기하는 것 같지만 아니다.
<한겨레>가 주안점을 두는 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다. 반면 <동아일보>는 5~10개의 핵폭탄과 세계 6위권의 미사일 개발수준의 '해결'이다. 다시 말해 <한겨레>는 악화 방지, <동아일보>는 근원 해결을 주장하면서 각기 다른 처방을 내놓았다.
그래서 비교하기 힘들다. 따로 짚어야 한다.
먼저 <동아일보>의 주장부터 짚자. <동아일보>는 대북 퍼주기의 대가가 미사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쌀과 비료 지원에 쓴 국민 세금만도 1조 7019억원에 이르는데 그게 미사일로 되돌아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북 지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대북 지원 전면 재검토는 만병통치약?
대북 지원을 전면 재검토하면 핵과 미사일은 해결될까? 아니다.
퍼주기로 따지면 한국에 결코 뒤질 게 없는 곳이 중국이다. 대북 영향력 면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일등 국가다. 그런 중국이 미사일 발사 자제를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북한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이 점을 들어 중국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그런 중국이 대북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사일 물품과 자금의 이전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했지만 중국이 반대해 일단 무산됐다.
왜일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설령 새로운 미사일 개발을 제지한다 해도 북한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200기가 넘는 미사일까지 없앨 수 없으며 오히려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가 인정하는 분석이 있다. 미국으로 하여금 북미 양자대화에 나서도록 하고, 이를 통해 대북 제재를 풀어 궁극적으로 경제 재건을 이루기 위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뭘 뜻하는가? 먹고살려고 위기를 고조시켰다는 얘기다.
이런 북한에게 지원을 중단하면 먹고사는 문제는 더 피폐해지고 반발의 강도는 세진다.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중앙일보>의 보도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외에 노동 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을 함께 발사한 이유를 '경제'에서 찾았다. "이 두 가지 미사일을 해외에 판매하거나 이미 판매한 것을 유지·보수해 주려면 시험 발사가 필요"한데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노동·스커드 미사일 시험을 따로 하면 그때마다 국제적인 문제가 돼 북한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와 함께 북한이 이 두 미사일 발사 실험을 최근 10여년간 못한 사실도 전했다.
북한의 생존전략과 미사일 발사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대북 지원 전면 중단이 핵과 미사일 개발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보도다.
<동아일보>는 정부의 대북 퍼주기가 계속 돼 북한이 "지금보다 더 많은 핵과 미사일을 갖게 된다면 그때는 통제 불능의 상황이 되고 만다"고 우려했지만 5~10개의 핵폭탄과 200기가 넘는 미사일만으로도 파국 가능성은 차고 넘친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북미간 대치와 대화가 지루하게 반복되는 과정에서 재삼 재사 확인된 건 핵과 미사일의 근원적 해결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상황의 본질이 이렇다면 남한은 근원 해결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북미 두 나라의 경계지점에 서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선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조정자의 첫번째 역할은 파국을 방지하는 것이다. <한겨레>의 표현을 빌리면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다. 관리를 하려면 아울러야 하고, 아우르기 위해선 소통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남한이 미일 찰떡공조체제에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소통의 단절을 가져온다. 조정의 폭을 스스로 좁히면서 한반도 불안정성을 배가시킨다. 남한으로선 받아들이고 싶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남북대화 창구를 계속 열어둬야 하고, 그러기 위해 일상적인 납북경협을 지속하는 것, 이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다.
대북 지원을 선택적으로 축소하는 건 조정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대북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건 조정의 포기다. '민족 공조' 이전에 '민족 공생'을 이뤄야 하는 우리로선 선택할 수 없는 카드다.
미사일 발사라는 극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지속돼온 한반도 상황의 본질은 전혀 변한 게 없다. 상황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면 상황 대응책도 변할 수 없다. 뼈대를 무너뜨릴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