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구에서 올라온 피해자 할머니들이 펼침막을 펼쳐들었다. 새벽에 출발했다고 한다. 여명을 걷고 하루를 밝히러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황금주 할머니는 진실 규명을 외면하고 사죄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일본을 “나쁜 놈들”이라는 짤막한 말로 요약했다. 그 말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말이었다.
할머니는 이제 잠시 서 있기에도 다리가 아프다. 젊은 기자가 할머니와 눈높이를 맞추고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면 그들의 티없는 순수가 눈에 보이고, 할머니들과 눈높이를 맞추면 그들의 아픈 허리와 그 아픈 허리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설 수밖에 없는 분노가 보인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겐 관심과 동참이 가장 큰 힘이다. 그래도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모였다.
경기도 퇴촌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도착하면서 펼침막 뒤로 할머니들이 꽉찼다. 꽉채워 함께 부르짖는 목소리는 더욱 힘이 있다. 그 목소리 속에 우리 정부의 목소리는 비어 있었다.
부산에서 태어난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이다. 15살에 끌려갔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상을 감추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을 그냥 묻어버리는 일이라고 했다.
기자 회견 도중 김순악 할머니가 다리가 아파 잠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러나 할머니의 아픈 다리를 일으켜 세운 위안부 문제는 이제 진실을 향하여 굳건하게 몸을 세우고 있다.
이옥선 할머니가 증언하는 동안 장점돌 할머니는 속이 울렁거린다. 역사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과거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과거가 불안하게 흔들리면 그 과거를 안고 사는 사람은 울렁거리는 속을 고통스럽게 안고 살아야 한다.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듣던 김순옥 할머니가 눈물을 훔친다. 그리고 할머니의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흘러내린다. 할머니의 주름은 나이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수없이 흘려야 했던 할머니의 눈물이 남겨놓은 눈물 자국이다.
아픔을 나누고 상처를 위로하는 데는 국경이 없다. 미국인 조시(Josh)와 김순악 할머니가 얘기를 나눈다. 조시는 한국말을 잘한다. 그가 한국말을 몰랐다고 해도 그 자리에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할머니에게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나눔의 집 홈페이지: www.nanum.org 또는 www.cybernanum.org 나눔의 집 후원 및 자원봉사 문의 전화: 031-768-0064.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