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서울지사와 마포구청,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 공동주관으로 열린 이날 채용박람회는 구인을 희망하는 64개 업체가 참여, 구직을 희망하는 장애인들이 작성한 이력서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채용면접을 실시했다.
이날 참여한 업체들의 모집 직종은 단순노무, 고객상담, 경비, 생산, 지하철 택배, 주차관리, 사무보조 등 대부분 전문적 기술이나 지식이 필요치 않은 단순직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월 100만원 이하의 급여를 제시하고 있었다. 물론 지난달 29일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78만6460원(주 44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제시한 업체들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번듯한 직장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저마다 준비한 이력서와 접수증을 가지고 면접을 기다리는 장애인들의 얼굴은 '이번 만큼은 꼭 돼야 할텐데' 하는 초조함과 긴장의 빛이 역력했다. 주최측이 행사장 한켠에 마련한 메이크업 코너에서 화장까지 하고 면접에 나서는 장애인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이력서만 손에 쥔 채 막상 어디에 지원을 해야할지 난감해하는 장애인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종로에서 왔다는 한 청각장애인은 "기업들의 상당수가 지체장애인들만 찾고 있어 농아인들은 사실상 지원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그나마 채용박람회라고 나온 업체들도 영세한 업체들 뿐이라 1곳 밖에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귀금속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한 중증지체장애인도 "막상 와 보니 나 같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일할 곳은 사실상 거의 없다"며 씁쓸해 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은 비좁은 데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찾은 탓에 비장애인조차 지나다니기가 버거울 만큼 복잡하고, 이력서 한 장을 복사하기 위해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등 장애인들이 많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일자리 없어 속 타고 행사장은 좁아 불편하고. 채용박람회를 찾은 장애인들은 '오늘은 혹시나' 했다가 '오늘도 역시나' 해야 하는 현실이 못내 섭섭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