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은 하늘 아래서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경희 사이버대학 NGO학과의 민경배 교수가 <오마이뉴스>에 <포털 언론은 분명한데 신문은 아니고...?>라는 글을 기고했다. 글의 내용은 최근 신문법 개정을 통해 포털에 언론의 책임을 물으려는 입법자들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로 근 2년 간 포털을 비판해왔고, 신문법 개정을 직접 추진해온 사람으로서, 민경배 교수의 비판글에 대해 답을 하고자 한다.
필자는 민경배 교수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늘 인터넷과 포털은 새롭기 때문에, 새로운 틀로 바라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과연 인터넷과 포털에서 벌어진 수많은 불법행위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안이 지금껏 하나라도 있었던가? 기존의 정보통신망법과 형법만 적용해도, 최소한의 인격권을 지킬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현실적 대안을 방기하면서,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에 대해 수수방관하지는 않았던가?
포털 피해자 모임에서 소송을 시작하기 전까지 언제 명예훼손에 대한 포털 편집권력의 책임을 거론한 적이 있었던가? 뉴미디어에 대한 환상 역시 그런 식으로 성찰해보았으면 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며, 포털과 같이 어차피 클릭수로 돈을 버는 사업체라면, 기존의 공정거래법, 정보통신망법, 신문법 등을 조금만 개정해주어도, 법적 미비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화시킬 수 있다.
민경배 교수가 신문법 개정으로 포털을 관리하는 것을 반대한 논리는 한 가지이다. 포털은 뉴미디어이기 때문에, 기존의 신문법으로는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근거를 이렇게 제시하였다.
"당장만 보더라도 웹2.0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이용자생산콘텐츠(UCC : User Created Contents) 도입이 활발해지는 추세이다. 조만간 신문사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와 개인 블로거들이 생산한 정보가 뒤섞여 보도되는 새로운 언론 환경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디까지가 언론 기사이고 어디까지가 개인이 생산해 낸 정보인지 경계조차 불분명해 질 것이다. 이미 인터넷의 등장 이후 기사라는 개념의 범주 자체가 계속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기사라 함은 곧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취재를 통해 보도한 글만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등장 이후 시민기자들이 보도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이러한 규정은 깨어졌다. 기사라는 범주가 어떤 사람이 썼느냐가 아니라 어느 지면에 실리느냐로 바뀌었다. 즉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지면 위에 올라오는 글들이 기사로 간주되었다.
UCC의 시대에는 이러한 기준에 또 다시 변화가 일어난다. 인터넷 공간 여기저기에 분산된 개인 블로그에서 생산되는 글들 중에는 신문사 기자가 쓴 글보다도 훨씬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있다.
충분히 기사 가치가 있는 블로그의 글들이 기사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신문사가 제공한 기사들과 포털 뉴스 공간 안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면 지금 준비하고 있는 신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에 낡은 문서가 되어버릴 것이다."
현재 입법안을 발표한 국회의원들 중, 민주당의 이승희 의원이 제출한 안은 신문법 제 5조에서 포털을 빼주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독자적 기사생산’ 조항을 삭제하고, 신문법 제 10조에 인터넷신문의 경우 초기화면 기준 뉴스면 비율을 50% 이상으로 할 것을 첨가한 것이다. 개정되는 조항은 단지 이 두 가지 뿐이다.
오히려, 이승희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서라면, 민경배 교수의 글에서 바로 답이 나와 버렸다.
"<오마이뉴스>의 등장 이후 시민기자들이 보도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이러한 규정은 깨어졌다. 기사라는 범주가 어떤 사람이 썼느냐가 아니라 어느 지면에 실리느냐로 바뀌었다. 즉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 지면 위에 올라오는 글들이 기사로 간주되었다."
독자적 기사생산 조항은 어쨌든 삭제해야 한다
이승희 의원의 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뉴스면의 비율이다. 현재 각 포털은 '뉴스', '뉴스홈', '미디어다음' 등등 뉴스면을 정확히 규정해놓고 있다. 즉 포털의 화면 중, 포털 스스로 규정해놓은 뉴스면에 올라오는 콘텐츠는 뉴스인 것이고, 그 이외의 것은 뉴스가 아닌 것이다. 마치 민 교수가 언급한 대로,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신문 지면 위에 올라오는 글들이 기사로 간주되고 있다면 말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남는다. 각 포털의 수많은 블로그와 까페에서 올라오는 글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민 교수는 향후 블로그의 글과 기자의 기사가 뒤섞여 편집되는 일이 벌어질 거라 예상했지만, 이것은 예상할 필요도 없다. 벌써 미디어다음은 1만여명의 블로거 기자단을 모집하여, 미디어다음 뉴스면에서 기존 언론사의 기사와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블로거 기자단이라는 이름으로 미디어다음에 등록되어있다. 대체 뉴스면 비율을 정하는 게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네이버와 같이 '요즘뜨는이야기' 등 블로그 이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편집 배치하는 면을 따로 만들어놨다면, 이를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나 미디어다음의 블로거 기자단의 예처럼, 뉴스면에 포함시켜 등록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뉴스면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 논쟁을 해보겠다면, 그 상대는 내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신문법에 '독자적 기사생산 100분의 30이상' 조항을 집어넣은 언론단체들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넣은 이 조항 때문에, 언론중재위원회는 중재심리가 있을 때마다, 해당 매체의 뉴스 중 독자적으로 생산한 것들을 일일이 숫자로 세어야하기 때문이다. 포털이 포함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이런 황당한 조항 자체는 삭제하는 것이 맞다.
뉴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민 교수라면 필자의 말에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 뉴미디어 시대에 전체 뉴스 중 독자적으로 생산한 게 얼마나 되는지 기사 숫자나 세고 있어야 하는 이 현실이 대체 말이나 되는가? 반면 뉴스면 비율은 픽셀로 계산하면 1초만에도 나올 수 있으니 염려할 필요 없다.
더구나 기존 신문법에는 정기간행물과 인터넷신문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신문은 뉴미디어가 아닌가? 민 교수의 논리라면, <오마이뉴스>가 기존의 구태의연한 신문법 상 인터넷신문으로 규정될 때, 당연히 비판했어야 했다. 민 교수가 이 점을 지금껏 비판한 적이 있던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신문을 규정하는데, 기존의 정기간행물 때문에, 넣어야 될 조항을 넣지 못하고, 빼야할 조항을 빼지 못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비단 민 교수뿐 아니라, 민언련 등에서도 기존의 신문법으로 뉴미디어를 규정할 수 없으니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무려 지난 2년 간 주장해왔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치고, 새로운 법안의 기초안이라도 만들어서 공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또한 기존의 신문법의 어떤 조항 때문에 뉴미디어를 제어할 수 없다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하는 사람도 없다. 더구나, 이미 기존의 '신문법'에 <오마이뉴스> 등 뉴미디어가 인터넷신문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그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짚어주는 사람도 없다. 그냥 아무 근거없이 포털의 언론권력을 제어하자고 하면,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주장이 기존의 신문법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승희 의원이 연 공청회 때, "무려 2년 간 멀티미디어법을 새로 만들자고 주장한 사람들이 법안 기초도 마련하지 않고 있으니, 그냥 물타기 식으로 시간이나 끌어보자는 게 아니냐"고 강력히 비판했다. 내년 대선이 시작되면, 포털의 눈치를 보는 정치인들이 법안 개정에 나설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포털에 유리한 인터넷정책을 펴는 후보를 포털이 담합하여 밀어주고, 그 후보가 당선이 되면 그걸 끝난다는 것이다. 역시 그에 대한 대답도 없었다.
<조선닷컴>과 네이버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또한 이들이 몰라서 그런 건지 알면서 그런 건지, 의도적으로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오마이뉴스>는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되어있는데 <조선닷컴>은 등록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포털을 빼주기 위해 넣은 '독자적 기사생산' 조항 때문에, 조선일보와 자회사로부터 기사를 구매하여 서비스하는 <조선닷컴> 역시 인터넷신문에서 배제되었다.
한번 곰곰이 고민해보기 바란다. <조선닷컴>과 <오마이뉴스>와 네이버의 차이가 무엇일까? 최근 <조선닷컴>과 <오마이뉴스>가 동영상 및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서비스 내용에서 네이버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졌다. 언론사들도 포털이 하는 서비스를 다 갖추고 있다.
이들의 차이는 결정적으로 뉴스면 비율에 있다. <조선닷컴>과 <오마이뉴스>는 뉴스면 비율이 50% 이상이 되는 반면, 네이버는 20% 이하이다. 인터넷신문과 포털의 차이는 바로 이 기준으로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으면 얼마든지 제시해주기 바란다. 포털을 따로 떼서 법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그럼 <조선닷컴>은 어떻게 할지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적 기사 생산'이라는 조항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조선닷컴>과 네이버는 늘 함께 묶이게 되어있다.
신문법 개정안이 제출된 뒤, 포털 전체가 언론이란 말이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럼 다시 한 번 되물어본다. <오마이뉴스> 전체가 언론인가? <조선닷컴> 전체가 다 언론인가? 신문법 상에 규정된 개념은 '통신망을 이용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논평·여론 및 정보 등을 전파하기 위하여 간행하는 전자간행물'이다. 즉 이러한 기능을 조금이라도 수행한다면 이것은 인터넷신문의 역할을 하고 있고, 신문법에 규정되어야 한다. 즉 신문법 상 포털이 포함된다는 말은 포털 뉴스의 기능이 신문법에 의해 관리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그 나머지 기능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포털 사이트를 비롯하여, 인터넷신문 등은 신문법 하나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다. 각 법안의 취지에 맞게, 정보통신망법, 공직선거법 등등 여러 법안으로 관리되고 있다. 만약 인터넷신문에서 동영상 방송을 시작한다? 그럼 조만간 입법화해야할 인터넷방송 관련법의 적용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민경배 교수의 이러한 항변은 그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발상이 된다.
"이러한 서비스들과 기존에 포털에서 제공하고 있는 방송 뉴스가 결합되어 동영상 보도 기능이 강화된다면 그때는 또 다시 방송법을 개정해야 하는가? 나아가 이들 동영상 보도와 신문사와 블로그로부터 제공되는 텍스트 기사가 결합된 언론 기능이 확산된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민 교수가 주장한 동영상과 문자의 통합, 시민기자와 블로그 기자단의 기사쓰기는 이미 <오마이뉴스>와 <조선닷컴>, 그리고 미디어다음 등에서 하고 있다. 이중 <오마이뉴스>는 신문법 상 적용을 받고 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에 문제가 된다거나 부작용이 나는 게 대체 뭐라는 말인가?
검색 권력을 제어할 입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오히려, 포털을 새로운 법으로 규정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포털의 검색 권력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포털의 관리는 정보통신망법으로 적용하고 뉴스에 관한 것은 신문법으로 하면 된다. 정치적인 편향성 문제는 공직선거법 상 인터넷언론 규정으로 하면 된다. 그럼 포털의 추천검색어, 검색 편집 권력 등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포털을 위한 새로운 법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사람 치고, 포털의 검색 권력을 논하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실제로 포털 피해자들의 경우, 가장 치명적인 피해는 포털의 검색에서 나왔다. 평범한 민간인이 추천검색어 1위에 올라가고, 검색으로 언제든지 명예훼손성 사적 정보와 관련된 콘텐츠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포털이 대체 어떤 기준으로 추천검색어를 뽑아내고, 급등검색어가 배치되고, 검색 리스트가 편집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베일에 가려진 절대 권력이다. 신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드시 검색과 관련된 입법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과연 지금 포털의 신문법 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검색 사이트 관련 입법안에는 찬성할지, 필자는 그것이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이미 여러 차례의 공청회에서 드러났듯이 포털이 신문법에서 배제된 이유는 신문발전지원기금을 독식하겠다는 일부 인터넷 관련 단체들의 사적인 욕심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포털은 언론피해구제법에서조차 제외되면서, 지난 해의 포털 피해자들은 언론중재위를 통해 손쉽게 구제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법정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자 이들은 언론피해구제법에 포털을 포함하는 것에는 찬성하고 나섰다. 물론 포털 피해자 입장에서는 버스 떠난 뒤 손흔드는 격이다. 그럼 도대체, 공직선거법과 언론피해구제법에 포털이 포함되는 건 찬성하면서, 죽었다 깨도 신문법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포털이 뉴스면 비율 50% 이상 늘려 신문법 상 인터넷신문에 포함되면, 과연 뉴미디어의 발전에 어떤 부작용이 있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면서 설명해주기를 기대하겠다. 그래야 논의가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아울러 다시 강조하지만, 민 교수가 생각하는 새로운 뉴미디어 법안의 대략적인 내용과, 이 내용을 기존의 신문법 상 인터넷신문 규정에 담을 수 없는 이유, 그리고 포털을 새로운 법으로 규정할 때, <조선닷컴> 등 종이신문 인터넷자회사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설명해주기 바란다.
그 정도의 고민은 하고 신문법 개정론자들을 비판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