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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토지면 연곡분교는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 위치한 작은 학교다. 지난 7일 전교생 19명과 유치원생 8명, 교사 4명, 조리사 1명이 함께 하는 점심시간에 찾아가 봤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이들 식판이다. 19개 식판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다. 유치원생을 포함하면 모두 27명, 유치원생 8명은 12시에 식사를 하고, 이후에 초등학생 19명이 먹는다.
빨리 먹건 늦게 먹건 아이들 맘대로
낮 12시 20분이 되자 아이들이 한 명씩 식당으로 들어온다. 큰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빨리 먹어야 한다는 조급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먼저 밥을 먹기 위해 달려가야 할 필요도 없고, 다음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조급함도 없다. 1시간 동안 밥을 먹는 아이도 있지만 자율에 맡긴다.
3년 동안 연곡분교의 조리사를 했다는 홍맹례씨는 "아이들 이름, 식성, 어떤 아이가 어떤 반찬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편식 하는지도 알고 있다"고 한다. 학교 들어오기 전에 편식을 하던 아이들도 선생님들과 함께 지도하면 편식도 줄고 반찬을 남기는 아이도 거의 없다며, 이제까지 급식 때문에 문제가 된 경우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편식이 심한 아이가 어떤 아이냐고 물어보니 금세 이름이 튀어 나온다.
"얘들아, 밥 먹고 입 주변 좀 닦아. 그리고 반찬 남기지 말고 잘 먹고."
4학년 기운이는 급식부장이다. 아이들 입가에 묻은 반찬을 닦아주며, 아이들이 밥을 잘 먹는지, 반찬을 남기지는 않는지, 저학년 아이들의 점심을 챙긴다.
아이들도 급식부장의 말을 잘 듣는다. 전 학년의 급식이 끝나고 잔반통을 확인해 봤다. 잔반통에 잔반이 거의 없다. 아이들은 잔반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학교 뒤 텃밭에는 쑥갓과 상추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키워서 급식 때 먹는다고 한다. 학교에는 오디나무, 복숭아나무가 있고, 뒷산은 온통 밤나무 천지다. 오디가 익으면 오디를 먹고 복숭아가 익으면 복숭아를 먹고, 가을이 되면 학교 뒤 밤을 줍는다고 하니 자연체험을 따로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시원한 피아골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언제든지 물놀이도 가능하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은 대청소를 시작한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청소도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데, 청소 잘하라는 말보다 함께 청소를 하다 보면 아이들도 보고 배운다고 한다.
이 학교의 자랑 가운데 하나는 전교생이 함께 배우는 바이올린 수업이다. 순천에서 온 선생님이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전교생에게 레슨을 한다. 아이들이 들려준 바이올린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편식하는 아이들의 식성까지 챙기는 지리산 산골 학교 연곡분교에서는 요즘 시끄럽다는 급식 문제도 딴 나라 이야기가 된다. 도시에서 아이들 몇 백 명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이런 것은 불가능하다.
"연곡분교 아이들은 다른 학교 아이들과는 많이 달라요. 눈에 생기가 가득 합니다. 도시 아이들에게선 보기 힘든 표정을 보게 됩니다."
5,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상일 선생님의 말처럼 산골 아이들의 표정은 지리산과 피아골의 맑은 계곡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