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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두번째 주 손발자전거를 발명, 자전거는 발로만 탄다는 고정관념을 깬 최진만씨의 애틋한 사연을 만나봅니다. <편집자주>
비치파라솔이 달린 나들이용 자전거를 탄 최진만씨 부부
비치파라솔이 달린 나들이용 자전거를 탄 최진만씨 부부 ⓒ 변종만

"사라진 사지구동형 자전거를 찾습니다."

지난해 8월 청주에 사는 한 자전거 발명가의 안타까운 사연이 <오마이뉴스>에 소개됐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도 쉽게 탈 수 있도록, 오랜 시행착오 끝에 발명한 '사지구동형 자전거(일명 손발자전거)' 시제품이 밤새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 1년 남짓 지난 지금 그 자전거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곳엔 새로운 이색자전거들이 빈 자릴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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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지구동형 자전거'를 찾습니다


한 발명가의 아름다운 일탈

우리는 지금 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전문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도 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자기가 맡은 분야의 일을 반복해서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더라도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게 되면 싫증 나는 법인데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 정해진 규범이나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일탈을 꿈꾼다. 남과 다른 생각을 하고, 그게 엉뚱한 짓이라고 남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생각한 것을 묵묵히 실천하면서 만족해한다.

평소에는 해볼 수 없었던 것, 꿈꿔왔던 것을 직접 해보니 그만큼 즐거움이 크다. 그러면서 일탈은 꿈꾸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고, 새로운 일상들과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삶의 활력소라는 걸 실감한다.

우리 주변에는 남다른 생각이나 행동인 일탈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에 유용한 일만 하면서 피해주는 일도 없으니 속된 말로 괴짜라고 부를 수도 없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더 너그럽고 더 행복이 넘쳐나 남들의 부러움도 산다.

자전거 발명가인 최진만, 박희숙씨 부부(http://blog.naver.com/cjm6394)가 자신들이 발명한 비치파라솔 달린 자전거를 타면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그렇다.

연구소에 있는 이색자전거들
연구소에 있는 이색자전거들 ⓒ 변종만
자전거는 발로 간다는 고정관념 깨

경부고속도로 옥산휴게소와 가까운 충북 청원군 옥산면 오산리 입구에 작은 공장이 서너 곳 있다. 그 중 철제빔이 몇 개 놓여 있는 공장 한편에 자리 잡은 허름한 조립식 건물이, 손과 발을 함께 사용하는 자전거를 발명한 최진만(58)씨의 자전거연구소다.

2층은 살림집이고 1층이 자전거연구소인데 헌 자전거 부품만 나뒹굴 뿐 변변한 공구도 없다. 연구소를 조금만 둘러봐도 최진만씨가 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자전거는 발로 페달을 밟아야 굴러간다는 상식과 통념, 즉 고정관념을 깨는데도 일탈이 필요했으리라. 이색자전거 발명품에는 최진만씨의 일탈과 여유가 만들어낸 열정이 녹아 있다.

연구소에 있는 자전거들은 한결같이 모양이나 용도가 보통 자전거와 다르다. 5년 동안 자전거 발명에만 매달린 최진만씨의 혼이 들어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전거들이다. 나와 동행했던 아내가 장애인용 자전거를 타보고는 마냥 즐거워할 만큼 모양이나 용도가 특이한 자전거들만 있다.

손잡이를 돌리는 장애인용 자전거
손잡이를 돌리는 장애인용 자전거 ⓒ 변종만

교통사고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바치다

최진만씨가 자전거 발명을 시작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교통사고로 고생하는 아내가 실내용 헬스기구로 운동하는 것을 보다 어느 날 손발을 함께 사용하는 구동원리를 이용해 자전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에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남편이 만든 자전거를 탄 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어깨, 목, 허리의 통증이 사라져 이제는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어요."

"일반용 자전거를 타지 못할 만큼 겁이 많은 아내지만 제가 발명한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 나가는 것은 좋아해요."

자전거 예찬론을 이어가는 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꼭 오누이 같다.

이색자전거를 만드는 과정도 독특하다. 우선 언론이나 책에 소개된 외국 이색자전거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주변의 고물상을 이 잡듯 뒤져 프레임이 튼튼한 고물자전거를 직접 골라낸 다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뒤늦게 배운 컴퓨터로 설계도를 그린다.

작업장에 며칠씩 틀어박혀 설계도대로 프레임을 자르고 용접을 하면 새로운 자전거가 탄생한다. 마지막으로 완성한 자전거를 아내와 함께 타보며 수정할 곳을 찾아낸다.

7월 2일의 자전거 연구소 풍경
7월 2일의 자전거 연구소 풍경 ⓒ 변종만
두 발로 페달을 밟고 두 손으로 핸들을 앞뒤로 움직이는 자전거를 비롯해 손잡이와 페달을 동시에 사용하는 일반인용부터 손으로만 움직여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척수 장애인들이 타고 다닐 수 있는 장애인용까지, 그동안 발명해낸 자전거의 종류도 다양하다.

"장애인들도 자전거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자전거는 직접 타본 장애인들에게 호평받은, 손잡이를 사용하는 장애인용 자전거와 최씨 부부가 나란히 앉아 두 발과 두 손으로 페달과 손잡이를 돌리며 청주나 인근 행사장으로 나들이 다니는 부부용 자전거다.

척수장애인용, 손발사용이 가능한 지체장애인용, 2인용 등 장애인용 자전거는 손목의 힘만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다. 이런 이색자전거에 모터를 장착하면 전동휠체어처럼 빠르게 달릴 수도 있다.

"장애인들이 타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를 만들어 손과 발이 되어주리라. 장애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첫발을 내딛으며 세상과 소통하도록 하리라,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최진만씨가 자전거만큼이나 장애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연구소에 있는 이색자전거들이 말해준다. 굳이 흠이라면 장애인들이 타고 내리기가 불편하다는 것과 아직 초보단계이고 소량 생산이라 값이 비싸다는 것.

이색자전거의 가격은 손발 사용이 가능한 장애인용은 70~80만원, 척수장애인용은 100만원, 2인용은 150만원 정도다.

여름용 무릎보호 인라인스케이트
여름용 무릎보호 인라인스케이트 ⓒ 변종만
그동안 최진만씨는 하지장애인용 삼륜자전거, 앞뒤바퀴를 자동우산처럼 펴고 접을 수 있는 삼륜자전거, 1인승에서 2인승으로의 변환이 쉽고 전신운동 및 노약자의 물리치료에 효과가 있는 텐덤형 자전거, 트라이런을 손발용으로 개조한 자전거도 발명했다.

손발 모두 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이 우천시나 겨울에는 실내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실내운동용 롤러까지 단 맞춤형 손발 삼륜자전거,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여름용 무릎보호 인라인스케이트 등 특허 출원 중인 발명품도 많다.

"대량생산해 값이 많이 싸졌으면..."

이제 무명발명가였던 최진만씨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 SBS TV <세상 발견 유레카>에 이색자전거 발명품이 소개되었고, 내가 연구소를 찾았던 날도 청주 KBS에서 <지금은 충북>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었다. 주변의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 점점 발명품 수가 늘어나고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실용화도 눈앞에 다가왔다.

"대량 생산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이 저렴해져야 해요.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 되면 국민건강 증진은 물론 유류절감으로 환경보호와 가정경제에 한 몫할 테고, 장애인들 나들이에도 도움을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최진만씨의 이야기 속에 소박한 바람이 들어있다.

생활 속에서 일탈을 즐기는 게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연구소에서 발명에 전념할 수 있는 건강비결이었다.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성원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했다.

최진만씨를 만나러 오가는 청주의 젖줄 무심천변에는 휴일을 맞아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스쳐가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이 녹색으로 물든 들판처럼 싱그러워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소였다.

많은 장애인들이 최진만씨가 발명한 이색자전거를 타고 저 하이킹 대열에 동참할 수 있는 날을 꿈꿨다.

변신을 기다리는 미완성품들
변신을 기다리는 미완성품들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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