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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 육교'. 원 가장자리에 있는 여러 노즐에서 물이 뿜어나온다. 물이 떨어지는 곳 바로 밑에 서 보시기를!
'아쿠아 육교'. 원 가장자리에 있는 여러 노즐에서 물이 뿜어나온다. 물이 떨어지는 곳 바로 밑에 서 보시기를! ⓒ 박태신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 멋진 일일 휴가를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하루를 온전히 투자할 의사가 있다면 예술의 전당 나들이를 권하고 싶다. 지금 굵직한 문화 행사가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느긋한 점심을 먹고 간편한 차림으로 나서 보자.

먼저 간단한 산행. 예술의 전당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우면산을 가볍게 산책한다. 출발지는 예술의 전당 아래, 멋진 폭포 구조물이 있는 육교다. 일명 ‘아쿠아 육교’. 운이 좋으면 이 육교에 비스듬하게 설치되어 있는 유리 바닥 폭포에 물이 쏟아지는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아쿠아 육교’는 우면산 등산로로 바로 연결된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성사와 약수터를 거치는 것도 좋다. 소가 졸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 우면산. 장난꾸러기마냥 그 ‘소’ 위를 잠시 더듬더듬 가보시라.

주차장 진입로쪽으로 올라가다 볼 수 있는 토월극장 뒷모습. 부산스런 무대 뒷모습을 연상해본다.
주차장 진입로쪽으로 올라가다 볼 수 있는 토월극장 뒷모습. 부산스런 무대 뒷모습을 연상해본다. ⓒ 박태신
적당하게 등산로를 오르다 예술의 전당 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방향을 틀자. 호젓한 주차장 진입로로 내려와도 되고, 대성사를 거쳐 계단 객석의 야외무대 쪽으로 내려와도 된다. 그리고 넓다란 예술의 전당 마당.

세계 음악 분수. 갓분수, 난초분수, 학날개분수, 안개분수, 발레분수 등을 연출한다.
세계 음악 분수. 갓분수, 난초분수, 학날개분수, 안개분수, 발레분수 등을 연출한다. ⓒ 박태신
운이 좋으면 마당 한 곳에 있는 세계 음악 분수에서 또 다른 장관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12시, 3시, 6시, 9시 반에 분수가 가동된다. 클래식 음악에 따라 다양하고 화려한 분수의 춤사위를 볼 수 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는 인기!

전시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예술의 전당 내 여러 건물들을 먼저 둘러보자. 오페라하우스와 한가람미술관, 음악당과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그리고 서울서예박물관과 그 옆 세쌍둥이 건물 앞에 서서 사진도 찍어보고.

오페라하우스.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연되는 곳.
오페라하우스.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연되는 곳. ⓒ 박태신
갓머리 모양의 오페라하우스 안에는 오페라를 위한 오페라극장, 연극을 위한 토월극장, 실험공연을 위한 자유소극장이 있다.

음악당. 창가에 독특한 유리 구조물이 설비되어 있다.
음악당. 창가에 독특한 유리 구조물이 설비되어 있다. ⓒ 박태신
음악당 안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콘서트 전용홀인 콘서트홀, 실내악 등에 적합한 리사이틀홀이 있다. 오페라하우스나 음악당의 로비는 평상시에도 개방되어 있다.

카페 '모짜르트'. 단층건물 카페라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카페 '모짜르트'. 단층건물 카페라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 박태신
이렇게 멋진 건물들을 둘러본 다음 잠시 숨을 돌릴 겸 세계 음악 분수 옆에 단층으로 자리 잡은 노천카페 '모짜르트'에서 커피 향에 취해보자.

한가람미술관. 인상파 화가라면 이 건물의 빛을 어떻게 그려낼까?
한가람미술관. 인상파 화가라면 이 건물의 빛을 어떻게 그려낼까? ⓒ 박태신
한가람미술관(3층)에서는 9월 3일까지 <빛을 그린 화가들 ‘ 인상파 거장전’>이 열리고 있는데 이젠 이 전시회를 둘러볼 차례다. 익히 아는 화가들 마네, 모네, 르느와르 등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된 작품들이 책에서 자주 접하던 위 화가들의 대표작이 아니라는 점이 다소 아쉽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메리 캐사트, 윌리엄 메릿 체이스, 찰스 커트니 커란 등의 미국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인상주의가 미국에 전래되어 정착한 것이다. 사실 이번 전시회의 작품들은 모두 미국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의 소장품이다.

<인상파 거장전>을 구경했으면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방학기간 동안 열리는 <미술과 놀이전>에도 아이들 손잡고 들어가 보자. 유희와 놀이적 요소를 주제로 한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크게 4가지 놀이가 주제다. '시각적 유희, 눈의 놀이', '인간과 동물의 만남', '재료의 유희, 맛있는 놀이', '인터랙티브 조각의 세계' 등. 미술관을 나오기 전 아트샵에서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을 하나씩 구입하자.

직사각형 유리 건물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우면산 자락이 반사되어 보인다.
직사각형 유리 건물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우면산 자락이 반사되어 보인다. ⓒ 박태신
한가람미술관 맞은편에 있는 디자인미술관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기계의 꿈, 자동인형에서 로봇까지>(8월 29일까지). 올해는 특히 로보트 태권 브이가 만들어진지 30년이 되는 해여서 성인들에게도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디자인 전시 작품. 종이컵과 호스로 만든 작품.
디자인 전시 작품. 종이컵과 호스로 만든 작품. ⓒ 박태신
이제 저녁을 먹을 차례. 오페라하우스 4층에 있어 전망 좋은 레스토랑 '피가로 그릴'이나 1층에 있는 구내식당격인 '예향'을 이용할 수 있다.

세 쌍둥이 건물. 맨 왼쪽 건물 1층에 '어린이나라'가 있다.
세 쌍둥이 건물. 맨 왼쪽 건물 1층에 '어린이나라'가 있다. ⓒ 박태신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뮤지컬 <맘마미아!>. 저녁 7시 반 공연을 보자. 물론 낮 동안의 순례(?)로 인한 피로를 어느 정도 풀고서 오페라극장에 들어가야 할 터. 그러나 신나는 뮤지컬이라 피로가 누적될 틈이 없을 것이다. 취학 전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를 위해 공연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도 있다. 서예관 1층 ‘어린이나라’.

조금은 빡빡한 일정이기는 하지만 멀리 여행간 것만큼의 만족도가 생길 것이다. 물론 완급 조절은 자유!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고 나서 맛보는 우면산 자락의 밤공기도 기분 좋게 다가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여름을 시원하게' 기사 공모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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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번역가이자, 산문 쓰기를 즐기는 자칭 낭만주의자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여행, 책 소개, 전시 평 등의 글을 썼습니다. 『보따니스트』 등 다섯 권의 번역서가 있고, 다음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https://brunch.co.kr/@brunocloud). 번역은 지금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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