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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자치21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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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을 반추해 보면 우리는 너무 오랜 기간 우리의 권리를 장롱 속에 넣어두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납세자주권이 그것이다.

예산은 간접세든 직접세든 국민의 혈세로 구성된 것이니 당연히 납세자의 의사에 따라 편성되고 쓰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다. 밀실행정의 표본으로 예산이 지목되었다. 적어도 시민단체가 예산감시운동을 전개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예산감시운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시민단체가 예산감시운동을 시작한 것이 1998년이니 말이다.

참여자치21은 2003년 3월4일 광주광역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02년도 9월부터 광주시에 예산요구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광주시가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예산요구서는 각 실과 국에서 작성한 것으로 예산편성의 기초자료가 되는 것. 이 자료가 공개되면 예산편성과정에서 시민들이 의견을 제시할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광주시가 끝내 공개를 거부한 것을 지켜보면서 참여예산제 실현의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해 9월 광주광역시 북구는 전국 최초로 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 원인이 뭘까?

우리나라 최초 '참여예산제도' 도입한 광주 북구

광주 북구의 참여예산제도 도입에는 시민단체의 예산감시운동과 함께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정책, 그리고 단체장의 의지와 시민단체 및 전문가와의 연대가 크게 작용했다. 이중에서도 단체장의 의지가 큰 원동력이 됐다. 광주 북구청장은 민선 3기 지방선거 당시 주민참여행정 등을 공약한 바 있는데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방분권 정책이 본격 추진되면서 시민단체가 제안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물론 참여예산제도는 광주 북구가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다. 1999년 인천광역시가 예산편성 이전에 예산정책토론회를 개최하여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맹아적 단계가 있었다. 그러나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시에서 시행되고 있고 우리나라 시민단체가 제안한 정형화된 틀로서의 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한 것은 광주 북구가 처음이다.

광주 북구는 지난 2003년 시범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곧바로 2004년 3월, 주민참여예산조례를 제정해 제도화했다. 이어 울산광역시 동구와 북구, 대전광역시 대덕구 등이 북구와 유사하거나 보다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주광역시는 참여자치21이 행정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1억 원 이상 예산요구서 공개, 정책토론회 개최 등 2004년부터 부분적으로 참여예산제도를 도입했다. 또 충북 청주시, 경기 안산시는 시민참여기본조례를 제정하여 핵심내용으로 참여예산제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전국에서 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는 10개에 불과하다.

참여예산제도 정착엔 무엇보다 '시민참여'가 중요

참여예산제도가 '납세자주권의 늦은 실현'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더딘 것에 대한민국 국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참여예산제도의 빠른 정착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2004년 정기국회에 참여예산제 도입을 강제규정으로 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는 2005년 6월 강제규정을 임의규정으로 변경해 통과시킨 것이다.

당시 국회가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고, 이미 국내에서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의규정이지만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통해 참여예산제도 도입의 법적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이마저도 거부할 수 없었겠지만.

이제 참여예산제도 도입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지역시민사회의 역량에 달려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규모(광역단체냐 기초단체냐)와 특성(농촌형이냐 도시형이냐)에 따라 적합한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 예산편성과 집행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동참과 예산 의결 및 결산권을 갖고 있는 의회의 지지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납세자들의 참여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역량이다. 참여예산제도가 도입되도록 하는 힘도, 실제 도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운영되는 것도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시민운동이 뭔가? 자본주의식으로 말하면 아마도 공공서비스업이면서 유통업이 아닐까?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다리역할을 하는 것이 시민운동 본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참여예산제의 도입과 정착을 위해서 시민단체는 매개기능, 모니터기능, 교육훈련기능 등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가 예산에 대한 전문성과 실무력, 대중조직력을 갖춰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 지금 참여예산제도의 정착을 위해 시민단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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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예산제도란?

참여예산제도는 시민단체의 예산감시운동의 경험적 소산이다. 예산은 한번 써버리면 잘 썼든 못 썼든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니 예산편성과정에서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편성과정에서부터 납세자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가능할 것이다.

그 핵심은 우선순위. 예산은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더 먼저 쓸 것인가 등이 중요하다. 참여예산제도는 예산편성과정에 납세자들이 참여하여 우선순위 결정에 의견을 반영시키는 것이다.

이 같은 참여예산제도는 1989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시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되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는 1996년 유엔에 의해 세계 40대 훌륭한 시민제도로 선정되었고, 세계은행도 이 제도를 정부와 시민사회의 모범적인 협력모델로 평가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선 광주광역시 북구가 처음 도입한 이 제도는 예산요구서 등 예산편성관련 자료를 온·오프라이상에서 각각 공개하고, 편성흐름에 따라 예산정책토론회를 개최하여 시민의견을 수렴하여 반영한다.

이 같은 제도운영을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초로 80명의 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예산학교, 연구회 등도 운영하고 있다. 참여예산제도 운영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자료를 공개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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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참여와 자치를 통한 지역공동체 구현을 위한 시민운동을 펼치는 단체입니다. 자치분권, 정치개혁, 도시개혁, 복지인권운동을 주로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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