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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강혜정이 찍은 커피 CF 화면 캡처.
ⓒ 매일유업
황당하다. 이건 배신이다. 어떻게 그 예쁜 얼굴을 이렇게 고칠 수가 있나? 미안하다. 어떻게든 더 예뻐 보이겠다고 고친 거, 안다. 그게 '급속 교정'이든 '입 돌출 성형'이든.

강혜정 이야기다. 강혜정 커피 CF 봤다. 보고 허걱했다.

갓 고치고 나와 찍은 <씨네21> 표지 보고 이미 허걱했던지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시 한 번 허걱했다. 이번에도 못 알아봤다. "채연 닮았네?" 했다.

그리고 생각났다. '맞다. 강혜정이 저 커피 CF를 찍었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강혜정 아주 조금 닮았다. 황당했다. 맙소사다. 어쩌다 저리 달라졌지?

강혜정, 왜 그랬니?

그런데 왜 그랬을까? 일반인계엔 흔하지만, 연예계엔 돌출 입이 희귀해서? 그래서 안 그래도 비슷비슷하게 생긴 연예인들과 닮고 싶었나? <올드보이>로 그녀를 스타로 만든 박찬욱 감독도 강혜정의 매력으로 "살짝 걷어 올라간 윗입술"을 꼽았다.

다들 그랬다. "입매가 독특한 게 매력적이야." 그녀의 매력 포인트였다. 그녀가 그걸 몰랐을까? 성형 혹은 치열교정이 양치질처럼 성행하는 연예계에 살다보니 양치질 하는 줄 알고 고친 건가?

▲ 영화<올드보이>의 강혜정. 박찬욱 감독은 "살짝 들린 윗입술이 매력"이라고 했다.
ⓒ 쇼이스트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입 돌출 성형'하겠단 친구가 있었다. 그게 그거다. '툭' 튀어나온 입 '싹' 들어가게 해주는 거. 그거 하는데 천만원이 든단 바람에, 적금까지 들었다. 그 친구가 강혜정 보고 마음을 싹 바꾸었다. 그 돈을 치열 급속 교정이 아니라, 인생 급속 교정의 기회로 삼아 여행비로 쓰겠단다. 그녀 덕분이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돈 천만원 쓰고 땅을 칠 인간 하나 미리 구제해줘서?

연예인들 성형이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다. 예쁘던 전혜빈도 최근 확 고치고 나타났다. 역시 못 알아볼 뻔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성형했다 밝혔다. 나온 입이 콤플렉스였다나? 뭐 그럴 수 있겠다. 나 같아도 그러겠다.

그 세계가 그렇다. 노래 못 하고 연기 못 하는 건 용서 된다. 배우가 당최 무슨 소릴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게 대사를 씹거나, '고음 불가' 랩을 해도 용서 되고, 가수가 '고음 불가'에 '리듬 불가'로 노랠 해도 용서 되지만, 코 낮고 얼굴 크고 넙대대한 건 용서받지 못한다. 요즘 우리 연예계가 그렇다.

이러니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시골 촌뜨기도 절세미인이고, 요리사도 절세미인이고, 스포츠 선수도 절세미인이다. 시골에서 밭일하는 할머니도 주름 하나 없는 미인이고, 조폭이나 경찰들도 성형외과 앞에서 데려왔나 싶게 잘 생겼다. 나이든 배우치고 얼굴에 주름 있는 배우가 없다. 이런 황당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우기는 게 TV다. 영화다.

성형배우, TV 완전정복

TV 보면 가끔 궁금하다. 쌍꺼풀 없는 인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코끝이 뭉뚝하고 눈이 쪽 찢어진 한국형 얼굴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이 들어 주름 생긴 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생각한다. 공장에 들어갔나? 재건축 하러?

이러니 연예인들이 나오기 전에 미리미리 기를 쓰고 코에 뭘 쑤셔 넣어서라도 줄리아 로버츠 코를 만들거나, 턱뼈를 대패로 밀어서라도 뾰족 턱을 만든다. 몇 대 맞아 부은 듯한 입술을 만든다. 그리고 하나 같이 메추리알 만한 얼굴로 말한다. "자연산이에요."(누가 광어 출신지 물었나?)

▲ 성형중독으로 유명한 리브 타일러.
ⓒ 뉴라인 시네마
또 하나 같이 바비 인형 같은 얼굴로 바비 인형처럼 연기 한다. 대사는 하는데, 억양도 별로 없고 감정이란 감정평가사 시험 치러 갔나 싶게 없다.

얼굴은 안면 마비증 걸렸나 싶게 일절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성형수술 애프터서비스로 안면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뭐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같은 미모를 날렸던 요정역의 리브 타일러는 성형 중독으로 유명하다. 예전에 할리우드 모 영화감독이 투덜거렸다. 배우들이 하도 보톡스를 맞거나 얼굴을 고쳐서, 얼굴 표정이 다 똑같다나?

얼굴엔 미세한 근육이 많다. 성형외과에 가서 칼이나 보톡스를 대는 순간 그들도 사라진다. 미세한 근육이 움직이질 않으니 자동으로 철가면이 된다. 아름답지만 표정 없는 철가면이다.

배우 지망생, 외모가 가장 콤플렉스

지난 3월 <씨네21>이 배우지망생 53명에게 물었다. "배우가 되는 데 있어서 자신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요?" 그러자 가장 많은 37%가 '외모'라고 답했다. 그 다음 20%가 '연기력'이었다. 그리고 이 매체는 밝혔다. 이들이 최대 콤플렉스에 대해 "대부분의 응답자가 다이어트나 성형수술로 극복하겠다고 대답했다"나?

이게 현주소다. 솔직한 거다. 이들 뭐랄 거 없다. 연기 못하는 톱스타들이 우글거리는데, 이들도 눈 있다. 연기력보다 얼굴이 중요한 거. 연기 좀 못 하면 어떻나? 연기 못 해도 주연배우자리만 턱턱 주는 드라마와 영화가 널렸다. 그도 싫으면 연기 안 하면 된다. 이름만 배우로 걸어놓고 CF 찍으면 된다. 그리고 말하면 된다. "나는 소중하니까."(얼굴만?) 그런 배우가 어디 한둘인가?

왜 이렇게 됐나? '미모'면 모든 게 용서돼서다. 월드컵 응원단에서도 미인 찾고, 카 레이싱을 가서도 미인 찾고, 아나운서도 미인 찾고, 정치를 하는데도 미인 미남 찾는 판이다. TV건 인터넷이건 드라마건 뉴스건 미남, 미녀만 나온다. 고쳤건 안 고쳤건. 제작자는 미남, 미녀만 찾고, 뉴스는 미남, 미녀 이야기만 하고, 네티즌은 미남, 미녀한테만 열광한다. 세뇌도 이런 세뇌가 없다.

이러니 낼 모레 사십인 미녀 배우들도 러브스토리만 찍는 마당에, 아직 어린 문소리가 아줌마 단골로 나온다. 눈에 띄게 미인이 아닌 여자를 위한 배역이란 없다. 송강호와 설경구나 이문식은 있어도 여자 송강호는 없다. 남자 배우들이라고 무풍지대가 아니다. 그나마 몇 명 없다. 이준기가 뜬 건 연기력이 아니다. 배우들도 갈수록 다양한 얼굴이 나오는 게 아니라 갈수록 똑같다.

사회는 미녀를 좋아해!

이래저래 당최, 예쁘지 않은 것들은 접시물에 코 박고 집 밖으로 나오지 말란 소리만 넘쳐나는 사회에서 누가 과연 자유로울까? 예쁘지 않으면 연애 전선은 둘째 치고 취업 전선에서도 낙방의 쓴물만 먹는 사회에서 누가 자유로울까? 재벌2세라면 모를까. 그런데 못 생긴 재벌2세 봤나? 돈 없어 못 고치지, 돈만 있으면 다 고친다.

미남 미녀 중독증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 이 중증이 만드는 건, 남만 예쁘자가 아니다. 나는 왜 못 생겼나? 너는 왜 못생겼나? 자학하다 골병들고, 자학하다 병원 간다.

▲ 성형 사실을 당당히 밝힌 전혜빈.
ⓒ Pfull Creative
결국 돈 있고 시간 있으면 고치는 거고, 돈 없고 시간 없으면 그대로 산다. 얼굴도 부익부 빈익빈이요, 외모가 돈을 벌고 돈이 외모를 번다. 웃긴다.

이러다 스크린쿼터만이 아니라 개성파 얼굴, 못 생긴 얼굴 쿼터제라도 실시하라고 주장해야 하는 거 아닐까? 보통으로 생긴 대부분 남녀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당최 구분이 안 가게 똑같이 찍어낸 듯한 얼굴들로 TV나 스크린이 점령당하기 전에? 연기 좀 하고 노래 좀 하는 배우나 가수는 아예 천연기념물로만 남아 깡그리 사라지기 전에? 복제실에서 갓 나온 양 똑같이 생긴 얼굴들만 넘쳐나, 그들 보고 나마저 따라하며 성형외과 적금에 올인하기 전에?

이러니 외치고 싶다. 돌아오라. 강혜정! 고치기 전이 더 예뻤다. 성형외과 혹은 치과 반대운동을 위한 퍼포먼스로 고친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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