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 뒤 밀물과 썰물은 예전 같지 않았다. 물때도 바뀌고 물이 제대로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게 되었다.
하루 두번 물때가 되면 주민들은 경운기 뒤에 포장을 한 경운기마차에 아낙들을 태우고 갯가로 간다. 계화도에서 갯가까지 30여 분을 달려야 갯가에 닿을 수 있다.
물때를 맞춰 나온 주민들은 아직도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여기저기 경운기 마차를 세워놓고 갯강을 바라볼 뿐이다. 성급한 사람들은 배를 타고 좀더 물 깊은 반대편 갯가로 건너가기도 한다.
그레는 갯벌바닥을 긁어 백합이나 조개를 잡는 도구이다. 예전에는 썰물때를 맞춰 물 빠진 갯벌 위에서 그저 그레로 긁어 줍기만 했다. 방조제가 막힌 후 어느새 그레질은 물그레질로 바뀌었다.
물그레질은 긴장화나 방수복을 입고 물 속 깊이 몸을 담그고 조개를 잡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드넓은 갯벌이 섞어가기 시작한 지 오래다. 이제 물 속에서라도 그레질을 해야만 그나마 백합이나 조개를 잡아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2일 새만금에서 그렇게 물그레질을 하던 류기화씨는 영영 새만금 속에 잠겼다. 태풍 때 열어놓은 수문으로 담수가 빠져나가 오랜만에 백합 풍성한 갯벌 속으로 사라졌다. 뒷걸음치며 그레질하듯 그 팍팍했던 삶을 뒤로하고 새만금을 지키려했던 서른 아홉 여인이 떠나갔다.
물고기 장승이 힘겹게 기울어져 지켜선 새만금에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사막처럼 변해버린 갯벌 위로 물냄새 맡은 갯지렁이들 숨구멍이 지천으로 솟아났다.
물 기운에 올라왔지만 바다 짠물이 아닌 민물에 게들이 힘없이 서성인다. 홍수가 지나면 그나마 저 게들도 다 죽게 된다고 한다. 이미 물이 말라버린 갯벌에는 여기저기 죽은 게들이 보였다.
은빛 비늘을 털어 낸 물고기도 말라죽어 있었다. 조개나 백합 어린 치패들도 속을 내보이고 죽어 있었다.
그래도 희망은 뒷걸음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새만금이 다시 열릴 날까지 뒷걸음이라도 갯벌 위를 걷겠다는 사람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새만금 간척지를 산업부지로 이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 공단들의 분양율은 50% 이하이다. 새만금을 농지로 개량한다고 한다. 새만금을 농지로 개량하려면 남산만한 산 100개를 부숴서 복토를 해야 한다.
방조제 건설 이후의 계획은 기만이고 허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방조제 건설은 추진되었다. 누굴 위한 사업일까?
건설업체? 농업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전라도민? 새만금 주민?
새만금은 국가주도 개발과 거대 국가기구(특히 공사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거대 공사들은 자신들의 존립을 위해 끊임없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형개발사업들을 추진하며 자연과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