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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여기 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현재 중국 대륙을 종단하고 있는 당찬 젊은이를 소개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싣습니다. <편집자주>
스물일곱살 청년 박정규(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1학년 휴학)씨가 자전거 세계일주에 도전했다. 박씨는 지난 5월 16일 인천항을 출발, 몽고 울란바토르를 거쳐 현재 중국 대륙을 달리고 있다. 중국을 시작으로 앞으로 280일 동안 35개국을 자전거로 달릴 예정이다. 지난 7월 11일 박씨와 나눈 이메일 인터뷰로 자전거 세계일주 출사표를 대신한다.

자전거로 중국 종주 중인 박정규(27)씨
자전거로 중국 종주 중인 박정규(27)씨 ⓒ 박정규
- 자전거 세계일주에 도전한 계기는.
"자전거는 평소에 가까운 거리 '이동수단'으로 즐겨 탔습니다. 할 수 있는 수리는 체인 빠졌을 때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다시 끼우는 정도. ^^; 장거리 경험은 2002년 8월 군 휴가 때 혼자서 제주도 일주한 것뿐입니다.

그때 좋은 분을 만나서 함께 일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운동을 권해주셔서 군 복귀 후 '마라톤'을 시작했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부족한 상황 가운데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이번 '자전거 세계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도 그분의 영향이 컸습니다.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면서…"

- 어떤 나라들을 여행할 계획인지.
"전 자전거 세계일주를 계획했습니다. 35개국(아시아 13개국, 아프리카 9개국, 아메리카 13개국), 1만5000-2만km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구간을 자전거로 간다는 건 아닙니다. 주 교통수단을 자전거로 한다는 거죠. 그중에 제가 가장 도전하고 싶은 것이 중국 종단, 아프리카 횡단, 미국 횡단, 쿠바 종단입니다."

- 중국을 첫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는.
"중국을 첫 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중국을 무사히 종단한다면 자전거 세계일주를 할 수 있는 기술적, 체력적, 정신적인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중국은 변수가 많아서 힘들 거다, 아마 한 달 안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중국 사람들은 매우 무관심하고, 돈밖에 모른다'라는 말이 사실이 아니란 걸 확인시켜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아직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여행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 지금까지 여정은.
"지난 5월 16일 인천항 출발, 17일 중국 텐진에 도착했습니다. 첫 번째 자전거 여행지에 대한 정보수집 및 계획을 세우기 위해 자전차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 베이징-elian-후허하호터를 거쳐 지인이 있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5월 24일 도착했습니다.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위해 6월 9일 몽골-중국 국경으로 출발했고 10일 중국 국경 통과하며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 시작했습니다.

3일동안 해발 2000m, 200km 길이의 천령산을 무사히 통과했고 7월 11일 현재 청두에서 500km 정도 떨어진 '한중'이란 도시에 있습니다. 오늘이 중국 종단 시작한 지 딱 30일째 되는 날입니다. 2000km 달려왔고, 아직 돌아갈 마음도 상황도 생기지 않아 너무 감사합니다. 내일도 역시 자전거와 함께 열심히 달릴 생각입니다."

[앞으로 중국 종단 계획]

시안-청두: 7월 7일부터 7월 17일(1일 휴식) / 1000km(10일)
청투-충징: 7월 18일부터 7월 22일 / 467km(5일)
충징-구이양: 7월 23일-7월 27일 / 498km(5일)
구이양-쿤밍: 7월 28일-8월 3일 / 653km(6일, 1일)

쿤밍 가는 도중에 라오스나 베트남 관련 정보를 계속 수집 후, 쿤밍에서 결정한 국가로 이동할 예정.


박정규의 중국 자전거 종주 코스.
박정규의 중국 자전거 종주 코스. ⓒ 오마이뉴스 고정미


앗! 바로 저기가 캠핑할 장소라는 예감을 가지던 순간 찰~칵!
앗! 바로 저기가 캠핑할 장소라는 예감을 가지던 순간 찰~칵! ⓒ 박정규
08:18 국경인 듯한 곳 도착. 수십 대의 지프 차량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대형 트레일러도 5대나 보인다. 첫 번째 육로 국경 통과 시도! 파이팅!

08:35 국경 군인 간부와 이야기 중. 내 여행을 소개하고 국적을 말하니 통과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프의 맨 뒤로 가 줄을 서라는 심한 농담을 한다. 대략 40대가 줄 서있다. 09시에 국경 업무를 시작한다고, 기다리란다.

09:05 날 구경하고 있던 아줌마의 국경 통과용 지프에 자전거를 싣고 수속 기다리는 중. 그냥 자전거로 통과하는 줄 알았는데, 차량만 가능하다고 한다. 100Y를 달란다. 좀 할인해달라고 하자, 그 정도면 싼 거라고 한다. 인근의 외국인이 다가와서 원래 한 사람에 15$ 하는데, 난 자전거까지 있으니까 싼 거라며, 그냥 타고 가란다. 결국 금니 아저씨가 주신 100Y를 온전히 모두 사용하게 되었다.

09:33 여전히 같은 자리. 갑자기 기차 안에서 금니 아저씨가 하신 말이 생각난다.

"중국에 좋은 사람도 많은데, 나쁜 사람도 많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돈'밖에 없다.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나 믿지 마라" 아마 그분이 상업에 종사하시니까, 중국 상인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받아서 그러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09:50 차가 움직이다 다시 섰다. 뒤차가 살짝 우리 차를 "쿵" 앞차와 뒤차의 간격은 정말 1mm 밖에 안 된다. 놀라운 붙이기 실력이다. 어쨌든 참 신기하다.

군인이 맨 뒤로 보내지 않아서 바로 그 자리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지프에 얻어 탄 일. 자전거를 먼저 싣고, 운전사 옆에 앉자마자, 얼마 후에 4명이 뒤쪽 짐칸에 탄 일.

10:25 드디어 통과. 잠시 정차 후 또 2명이 뒤쪽에 탔다. 무심코 차량 계기판을 확인. 속도, 기름, 온도, RPM 등 어떤 수치도 변동이 없이 완전 고정이다.

11:30 검문소 도착. 짐만 가지고 검색대 무사통과. 줄 서 있는데 몽골 대학생들이 "한국말로" 열차 자미우드 행 열차 안에서 날 봤다고, 말을 걸어온다. 두 친구다 나와 동갑. 그들은 북경(완징)에 2박3일 일정으로 여행가는 길.

한 명은 한국 "한세대(신방과) 편입, 졸업반", 한 명은 대학 졸업 후, 울란바토르 리서치 회사 근무 중. 둘 다 옷차림은 정장, 전체적으로 지성인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서로 명함 후, 사진 한 장 꼭 같이 찍자고 했는데, 우리 일행이 기다려 그냥 악수만 하고 헤어졌다.

12:10 중국 국경 도착(ERIAN). 수속을 위해 줄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니까, 옆에 있던 한국말 가능한 몽골 상인이 "수속카드(5Y)"를 사주고, 작성을 도와주었다. 거기까지 "새치기(외국인은 먼저 수속을 받을 수 있는 듯)" 가능하다는 정보를 알려 주어, 수십 명 앞으로 유유히 걸어가 여권을 제시하자, 바로 통과. 사실 "새치기"한 이유는 이곳에 점심시간13:00-14:00부터인데 그때는 업무를 전면 중단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밖에서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의 권리를 행사.

12:47 ERIAN 시내 도착. 함께 타고 온 조선족 아저씨의 도움으로 한국과 몽골에 전화. 자전거 식량으로 물 2, 녹색빵 1, 초코파이 5개 구입. 아저씨가 경찰에게 길을 물어봐 줬는데, "후허하오터"까지 처음에는 400km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280km라고 했다. 간단한 약도를 손에 들고 출발.

13:22 주유소 앞 도착. 약도대로 온 것 같다. 멀리 아지랑이가 보일 정도로 따뜻한 날씨.

13:57 아무도 없는 도로 한 모퉁이에서 첫 번째 휴식을 갖는다. 초코파이와 물을 먹는다. 아 참, 여행 도중 많은 사람들이 날 "니뽄(일본)"으로 오해했다. 어떤 분이 외국 여행 시 굳이 한국인임을 알리지 않는 게 좋다고 했지만, 자꾸 오해 받는 게 싫어서 한국인임을 알리고 싶어졌다. 가방에서 "태극기"를 꺼내 자전거에 장착!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의 멋진 모습에 나도 모르게 찰~칵!(6월 13일 촬영)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의 멋진 모습에 나도 모르게 찰~칵!(6월 13일 촬영) ⓒ 박정규
15:30 2차 휴식. 태극기 휘날리며의 효과인가? 앞에 가던 지프차가 멈추고, 내가 출발하자 서행으로 따라오며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한국서 왔고, 후허하오터 가는 길이라고 하니까 350m 물 3병을 주고, Good luck을 외치며 출발한다. 지금 도로 공사 중인가 보다.

곳곳의 인부들과 트럭 운전자들이 나에게 "Hello"를 외치며 손을 흔들어 준다. 나도 자전거 혼을 울리며 손을 흔들어 준다.

14:30분경에 오른쪽 복숭아 뼈 부분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 부정기적으로 통증이 느껴진다. 현재 평균 속도는 15~18km/h

16:30 3차 휴식. 양쪽 허벅지 안쪽 근육통, 엉덩이와 안장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 같다. 자전거의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진다. 발바닥도 통증이 조금씩 느껴진다.

17:50 4차 휴식. 그늘에서 저녁을 먹고 싶어서, 멀리 보이는 구름을 향해 계속 달려갔지만 거리가 좁혀 질만 하면 멀어지고, 좁혀 질만 하면 멀어지고 해서 그냥 멈춰 선다. 자전거를 그늘 삼아 저녁상을 차려 본다. 초코파이에 딸기잼을, 맛이 기가 막히다.

18:40 트랙터가 세워진 큰 부지 안의 건물로 들어와서 세수하고, 길 물어보는 중.
5시간 30분간의 주행 만에, 마을 비슷한 곳에 처음 도착. 60km 정도 더 가면 "베이징과 후허하오터" 갈림길이 나온다고 한다. 속도계 이상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정상인 것 같다. 지금까지 온 거리가 58km 정도 되니까.

19:45 그곳에서 계속 쉬다가 오른쪽 "십자" 마크가 있는 건물로 가서 잠을 청해볼까 하고 다가가는데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여권을 요구한다. 확인 후 여권을 돌려받았는데, 그 경찰이 그 건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망설이다 건물로 들어간다. 관사 같은 곳이어서 잠을 청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물 2병만 얻고 다시 길을 떠난다.

캠핑 장소를 찾다가, 바라본 일몰의 아름다운 모습에 순간 잠 잘 걱정도 잊어버린 채 찰~칵!
캠핑 장소를 찾다가, 바라본 일몰의 아름다운 모습에 순간 잠 잘 걱정도 잊어버린 채 찰~칵! ⓒ 박정규

20:50 양쪽 무릎에 통증이 계속 느껴서 더 이상의 주행은 힘들 것 같다. 멀리 집 한 채만 보이는 도로 공사 터널 같은 곳에 캠핑하기로 결정.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나무를 찾아보지만, 나무가 거의 없다.

21:20 텐트 안에 매트리스 깔고, 침낭 깔자 그럴듯한 숙소가 완성. 모닥불 피우기 도전. 잔가지와 종이 한 장, PVC파이프, 쓰레기들을 함께 태우며 한 번 만에 불 피우기 성공. 몸 상태 체크. 양쪽 무릎 통증, 오른팔을 접거나 누르면 이두근 통증.

-도움의 손길을 다시 생각해 본다.

1. 조선족 아저씨 도움으로 검문소 통과, 몽골과 한국 전화, 후허하오터 가는 길 정보 얻음. 음식 구입.
2. 관사 같은 곳에서 경비 아저씨의 배려로 1시간 가량 휴식, 인근 관사에서 생수 2통 얻음
3. 지나가는 운전자가 생수 3통 후원
4. 같은 기차 칸의 금니 아저씨가 100Y 후원

[여행수첩]

1. 이동경로: 중국 국경 Erian - 내 몽골 Hohhot 가는 도로
2. 주행거리 및 시간: 65.8km / 5시간 / 평균속도 13.1km/h
3. 사용경비: 161.6Y
역에서 짐 정리 및 화장실 이용료: 4100Tug(29Y)
국경 통과용 지프 사용료: 100Y / 한국, 몽골 국제전화: 21.6Y / 주행용 간식: 11Y
4. 섭취음식:아침, 점심, 저녁: 빵, 초코파이, 녹색 빵 등. / 박정규 기자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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