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여름 투쟁이 거세질 조짐이다. 최근 대공장노조들의 가세로 산별노조의 위력이 한층 강화된 데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사업장 밖 대형 이슈가 더해져 노정간 충돌도 예고되고 있다.
포항지역 건설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과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19일 현재 7일째 포스코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16일 밤 강제해산에 나섰다가 건설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물러난 경찰이 다시 공권력을 투입할 것으로 보여 대규모 폭력사태가 우려된다.
민주노총은 18일 비상 상임집행부 회의를 열어 "건설현장의 원청·하청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무모하게 폭력진압한다면 제 2, 제 3의 포스코 사태를 낳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19일 오후 3시 포항공설운동장 주차장에서 영남노동자대회를 개최, 경찰 폭력 및 포스코를 규탄할 예정이다. 이 대회에는 울산지역 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 등 1만5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22일에는 전국노동자대회가 포항에서 열린다.
"정부, 산별교섭 촉진 환경 만들어야"
자동차 대공장노조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간 뒤 완성차 4사가 줄줄이 파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주 생산 부문에 이어 판매와 정비 부문으로까지 파업 범위를 넓혀 사실상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18~20일 광주, 화성, 소하리 공장 순으로 두 시간짜리 부분파업에 들어갔고 쌍용자동차 노조도 19일 오전 9시부터 파업 대열에 동참했다. 14일 하루 파업을 벌였던 GM대우자동차 노조는 임단협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추가 파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산별교섭 3년차인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의 산별교섭 또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는 20일까지 자율교섭으로 타결되지 않을 경우 다음달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
보건의료 노사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만나 5시간 동안 본 교섭을 열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4시간을 정회로 허비한 노사는 이날도 임금 등 핵심쟁점에 대해 알맹이 없는 공방을 벌이다 교섭비용만 날렸다. 노조에 따르면, 교섭 장소 비용으로만 88만원을 지출했다.
이미 몇 차례 파업을 벌인 금속노조도 사용자 쪽과 17차례 본 교섭을 벌였으나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등 쟁점에서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20일 전국 지회장 비상결의대회를 열어 파업 일정 결정 등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18일 통화에서 "산별노조의 산별교섭이 옳은 방향이라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산별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노사가 공동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산별 차원의 산업정책이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