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서울대학교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던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스피커 음향을 줄여달라는 총학생회 간부를 집단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집단폭행은 없었고 오히려 총학생회 간부들이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렸다"고 반박하고 있어 진실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직무대리 송동길씨는 21일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총학생회 미디어국장 이아무개씨가 수십명의 노조원들로부터 집단 구타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이 국장과 자신이 20일 새벽 1시40분께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천강당에서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잠을 못 이루고 있으니 볼륨을 줄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조합원들이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과 언쟁이 벌어졌고, 이 국장이 콘솔의 볼륨을 임의로 내리면서 집단 폭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운용자가 바로 볼륨을 올렸고 왼쪽에 계신 분이 이씨의 멱살을 잡고 오른쪽에 계신 분이 주먹으로 이씨의 얼굴을 가격했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뒤로 넘어지고 노조원 수십명이 달려들었다"며 "노조원들이 이씨를 넘어뜨려 수십명의 노조원들이 이씨를 발로 밟는 등 구타를 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씨는 자신과 이 국장이 머리채를 휘어잡힌 채 행사 천막으로 끌려갔고, 따귀와 뒤통수를 수차례 맞았다고 밝혔다. 또 볼륨을 내린 행위를 사과하고 돌아가려고 했으나 강제로 잡혀 핸드폰을 빼앗기고 갖은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나중에 보니 이씨가 집단폭행으로 피투성이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두운 곳에서는 못 봤지만 (병원에 도착한) 이씨의 옷은 군데군데 찢겨져 있었으며 온몸이 피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의 '서울대생 폭행사건'이 알려지자 안팎의 여론이 들끓었다. 서울대 총학생회 게시판과 보건의료노조 자유게시판에는 조합원들을 비난하는 글에 잇따르고 있다.
ID '우주상어'라는 네티즌은 보건의료노조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폭력행위 자행하는 용역깡패가 철수해야 한다면 폭력행위 자행하는 노조깡패도 철수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몇몇 감정적 대응을 하신 분들로 인해 노조 전체가 욕을 먹고 있는 것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며 "빠른 사과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서울대생 두 명, 술 마신 뒤 행사장서 행패"
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보건의료노조의 설명은 송씨 주장과 꽤 차이가 있다.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있었다는 보건의료노조의 한 간부는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학생들을 때릴 수 있겠느냐"며 "집단폭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 총학생회 간부 두 사람이 술을 마신 후 밤샘농성장에 나타났으며 콘솔 볼륨을 내리는 등 행패를 부렸다는 것이다. 또 행사를 진행하던 조합원들이 이를 제지하려 하자 신발을 벗어 던지는 등 시비를 걸어왔다는 주장이다.
그는 "두 사람이 술을 먹고 난 뒤 고의로 찾아와 난동을 부리고 음향기기를 끄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또 "수십명이 달려들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4명의 조합원이 두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 실랑이를 벌였을 뿐 폭행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씨가 병원에 입원한 것도 폭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해명이다. 이 간부는 "실랑이 와중에 한 학생이 뒤로 넘어졌는데 술도 먹었고 화도 나고 하니까 자기 손으로 옷을 찢고 신고 온 슬리퍼를 조합원을 향해 던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씨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노조원들이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기 위한 몸부림을 하다 신발을 던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국장과 송씨가 술을 마셨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21일 오후 음주에 대한 반박을 듣기 위해 총학생회실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송씨와 이씨는 집단폭행에 가담한 조합원들을 형사고소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서울대생 폭행사건'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도 "서울대생의 일방적 주장과 언론의 왜곡 보도로 잘못된 비난을 받고 있다"며 정면 대응할 방침이어서 한동안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