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NHK 방송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모리파 회장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에게 총재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참고로, 모리파는 일본 자민당(자유민주당) 내 최대 파벌이며, 이 파벌 안에는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을 포함하여 아베 신조 현 관방장관도 소속되어 있다.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되던 두 유력 후보가 모두 모리파 소속인 것이다.
그런데 23일자 <아사히신문>는 후쿠다 전 장관의 사퇴를 초래한 직접적 계기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고 보도하였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적어도 6월말까지만 해도 후쿠다 전 장관의 출마 의사는 확실했다고 한다.
후쿠다 전 장관은 지난 6월 29일 자신의 출신지인 군남현의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9월 총재 선거와 관련하여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것을 기준으로 상황을 보아 판단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아사히 신문>은 보도했다.
후쿠다 전 장관의 출마의사를 확인한 모리 전 총리는 출마에 필요한 후보 추천과 관련하여 자파 당원 10명에게는 후쿠다 전 장관을 추천하도록 하고 또 다른 10명에게는 아베 장관을 추천하도록 조정하였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러한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은 바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에 일본 정부가 북한 선박 만경봉호의 입항을 금지하자, 후쿠다 전 장관은 당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단번에 제재 무드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도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의 조치에 불만을 피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후쿠다 씨는 자신과 가까운 의원에게 "내가 만일 출마하여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권과 다른 말을 하면, 국론이 양분된 인상을 주어 (북한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 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주장하였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러한 점을 본다면, 후쿠다 전 장관은 ▲신속한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한편 ▲이왕에 대북 제재를 하는 바에는 일본 정계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아사히신문>은 후쿠다 씨가 불출마로 기울게 된 또 다른 이유 2가지를 함께 지적하였다.
▲반(反)고이즈미·비(非) 아베 세력이 후쿠다 전 장관에게 야스쿠니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킬 것을 주문했지만, 후쿠다 전 장관은 중일관계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가급적 덮어두어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 때문에 반고이즈미·비아베 세력과 후쿠다 전 장관 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었다.
▲후쿠다 지지자들은 후쿠다 전 장관에게 아베 장관과의 대립구도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지만, 후쿠다 전 장관은 자신의 아버지인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만든 이 파벌이 갈라지지나 않을까 우려했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후쿠다 전 장관의 사퇴 배경에 대한 <아사히신문>의 시각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후쿠다 전 장관은 일본의 대북 전선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퇴를 결심했다.
둘째, 최근 후쿠다 전 장관과 지지세력 사이에 의견불일치가 심화해 왔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