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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수여식
장학금 수여식 ⓒ 김영진
“그 땐 우리 모두 배고프고 힘든 시절이었어요. 그래도 고향 사랑하는 열정만은 대단했습니다.”

장학회 이름이 말해주듯 황인석(52) ‘월롱애향장학회’(52) 회장의 첫마디는 애향으로 시작된다. 황 회장 역시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1978년 당시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60여명의 학생들이 만든 애향단이 지금 장학회의 모체가 되었다고 한다. 애향단 학생들은 마을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다. 학교를 졸업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친구들이 1989년 장학회 건립에 뜻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다시 모인 사람이 17명. 장학회 기금마련을 위해 월급에서 10만원씩 떼어내기로 했다.

특정한 개인이 장학 사업에 뜻을 가지고 기금을 출현하는 것보다 몇 배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처음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사업 실패, 이직, 병고 등 여러 상황이 생기면서 10년 넘도록 지속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뜻을 관철하자며 서로 격려하며 끝까지 남은 친구들이 7명. 이들은 열심히 장학금을 비축해 갔다.

2004년 4월 1일, 드디어 5천만원이 모였다. 1사람당 1달에 10만원씩, 매달 거르지 않고 모은 돈이었다. 같은 해 4월 2일, 드디어 장학회가 출범했다.

어렵게 모은 돈이니만큼 장학금을 받을 학생 선발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다. 마을별로 장학회 취지를 담은 공문을 보내고 공동추천을 받은 학생 중 애향심과 효심이 뛰어난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였다. 대상자도 월롱면에서 최소 5년 이상 거주한 학생으로 국한했다.

수혜대상은 고등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대학생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공부할 수 있는 길은 있지만 고등학생은 돈이 없으면 공부할 길이 끊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함께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학생들이 청소년 문제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은 한 번 장학생으로 선정되면 졸업할 때까지 학자금을 지원받는다.

고등학생을 선발한 후 여유가 되면 대학생을 1~2명 선발하기도 한다. 대학생은 학기당 120만원(1년 240만원)을 지원받는다. 정기적으로 선발되는 대상자 외에 생활보호대상자 등에게 특별 장학금을 전달할 때도 있다.

장학회가 알려지면서 흩어져 있던 월롱면 출신 인사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만원에서 10만원에 이르기까지 금액은 다양했지만 후원자는 한 사람씩 늘어났다. 월롱면 출신이 아닌 후원자도 있다. 109명의 후원자 중 월롱면 출신이 아닌 사람은 10여명이다.

장학회가 하는 작은 사업이 하나 더 있다. 월롱면에 있는 두 초등학교(월롱초등학교와 영도초등학교)의 졸업생 전원에게 해마다 장학회 이름으로 도장을 선물하고 있다.

이자만으로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 된 지금은 재단법인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2억원 이상의 기금을 모아 재단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후 면내 유적지를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황 회장은 면에 도서관을 유치할 꿈도 꾸고 있다.

장학회원들의 바람은 아주 소박하다.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월롱면에서 사회를 건전하고 밝게 이끌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이들은 이번 달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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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로 시작한 글쓰기에 첫발을 내딛으며 여러 매체에서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어 등록합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인터넷 조선일보'줌마칼럼을 썼었고 국민일보 독자기자를 커쳐 지금은 일산내일신문 리포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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