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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위치적으로 따져볼 때 일본은 아주 가까운 이웃나라이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코 가까운 이웃 나라나라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일본이란 나라가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여야만 할까.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양국간의 역사적인 문제, 나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양국간에 예민하게 맞서고 있는 여러 가지 현안들을 헤아리노라면 일본과 가까워지려면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아이들을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에 한발 더 다가서게 이끄는 유치원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김포시 풍무동에 위치한 주디 유치원이 그곳이다.

한국의 주디 유치원과 일본의 히마와리 유치원이 만나다

▲ 일본 선생님들의 전통 북 공연
ⓒ 김정혜

▲ 일본 선생님들의 노래를 부르면서 그림을 그리는 '미술시연' 모습
ⓒ 김정혜
장맛비가 퍼부어대던 28일 아침. 주디 유치원은 손님 맞을 채비로 매우 분주하였다. 손님은 다름 아닌 일본에서 오신 유치원선생님들이었다.

주디유치원은 2005년 일본 북해도에 위치한 히마와리 유치원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두 유치원의 자매결연은 우연이었다. 안영주 주디 유치원 원장 가족이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북해도의 한 박물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미치코씨를 만나게 된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

미치코씨의 소개로 히마와리 유치원의 식단관리를 하고 있던 미치코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고 이어 미치코 어머니의 소개로 히마와리 유치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히마와리유치원 원장의 친절한 안내에 깊은 인상을 받은 안영주 원장은 그것을 계기로 상호교류의 물꼬를 트게 되었다.

2005년 히마와리 유치원장 일행이 주디유치원을 방문해 일본동화구연과 학부모 요리실습, 교사간담회 등으로 첫 교류를 시작했고, 같은해 다시 주디유치원장 일행이 히마와리유치원을 답방했다. 이에 ▲양유치원 교사와 원아의 상호방문 ▲양국 유아교육 정보교환 ▲양국간 문화교류라는 목표 아래 두 유치원은 정식으로 교류조인식을 열었다. 이번 히마와리유치원 선생님들의 방문은 2005년에 이어 두번째이다.

기모노를 입은 선생님과 한복을 입은 유치원생들

▲ 주디 유치원 원생들의 사물놀이 공연
ⓒ 김정혜
▲ 주디 유치원 원생들의 밤벨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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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10시. '원생들의 체험적 문화교류가 후일 한일문화교류의 작은 초석이 되기를 희망 한다'는 양유치원 원장님들의 공통된 바램이 섞인 인사를 시작으로 행사는 시작되었다. 색색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원생들은 바다를 건너온 일본선생님들께 서툰 일본말로 환영인사를 했다. 이어 히마와리 유치원 교사들이 일본 전통춤인 본 오도리 공연을 펼쳤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림을 그리는 미술을 선보여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주디 유치원 원생들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율동 '내게로 와요'와 사물놀이 그리고 밤벨 연주가 차례차례 이어졌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앙증맞은 몸짓은 일본 손님들 뿐만 아니라 참석한 학부모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일본 선생님들의 공연을 바라보는 아이들이나 우리 아이들의 공연을 바라보는 일본 선생님들이나 공연의 내용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그들의 호기심어린 눈빛은 행사 내내 뜨거웠다. 그 뜨거운 호기심이 낯선 이웃나라를 향한 관심이라면 이미 그들은 서로에게 한 발 더 다가섰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 아이들의 공동수업 장면
ⓒ 김정혜
▲ 아이들의 공동수업 장면
ⓒ 김정혜
공연이 끝나고 본격적인 공동수업이 진행됐다. 기모노를 입은 선생님과 한복을 입은 원생들.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수업이 제대로 이어질까 싶었다. 그러나 말은 입으로만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일본 선생님들의 손짓, 몸짓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속속 전해졌다. 아이들은 종이를 접고 자르고 붙이고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이들의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소리에 일본선생님도 함께 웃으며 뭔가를 만들어 나갔다.

아이들은 작은 인형을 들고 뭔가를 이야기하는 일본선생님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일본 선생님의 이야기가 우리말로 통역되자 아이들은 그때서야 궁금증이 풀린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일본어로 들려준 동화... "우리 아이들도 당당한 외교사절"

▲ 아이들의 공동수업 장면
ⓒ 김정혜
동화구연도 있었다. 선생님이 늘 들려주시던 이야기를 일본 선생님이 들려주시니 그 또한 신기한가 보다. 일본 선생님의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아이들은 시선을 고정시켰다. 책장이 넘어 갈 때마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하고 함께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공동수업엔 부모들도 참관했다. 일본 유치원과의 자매결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몇몇 학부모에게 물어보았더니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아이들이 아주 신기해해요. 유치원에서 일본말로 인사하는 걸 배웠다며 매우 신기하더라구요.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재미있어 하잖아요. 또 일본 선생님들께 보여줄 춤을 배운 날엔 집에 와서 열심히 연습도 했어요. 어찌 보면 우리 아이들이 진정한 한일교류를 체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본 아이들이 배우는 걸 이번 기회에 배우기도 하고 또 우리 아이들이 배운 걸 일본 선생님들께 보여주고…. 그리고 보니 우리 아이들도 당당한 민간외교사절이네요.”

바로 여기에 주디 유치원와 히마와리 유치원이 자매결연을 맺은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일본 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우리 아이들도 배워보고,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일본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는 것.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국가간의 교류가 시작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양국의 아이들끼리 직접 만나 부딪히고 체험할 수 있었으면 더욱 더 좋았겠다는 것이다. 선생님을 통해 배우고 체험하는 것보다 직접 아이들끼리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교류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보다 더 일본을 더 가깝게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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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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