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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있는 작은 연못 바닥에는 물이 조금 남아 있었다. 몸 전체가 노랗고 검은 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잘 생긴 잠자리 한 마리가 멋진 자태로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잠자리가 목욕하는 모습은 어릴 적 시골에서는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도회지에서 어릴 적 보았던 멋진 잠자리의 모습을 보노라니 오랜만에 친한 옛 친구를 만난 듯이 기뻤다. 잠자리가 목욕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으나 카메라는 가까이에 없었다. 그러한 모습을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안타까웠다.

ⓒ 강재규
얼마 후 하늘색 모습을 한 또 다른 멋진 자태의 잠자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서로 다른 성의 잠자리였던 모양이다. 이내 두 마리의 잠자리는 한 몸이 되어있었다. '녀석, 사랑하는 짝을 만나기 위해 더운 여름 날 목욕재계하고 그렇게 멋진 몸단장을 한 것일까?'

두 녀석이 하나가 되어 하늘을 날려 하니 몸이 무거웠던 것일까. 자꾸만 앉을 자리를 찾았다. 계단 스테인레스로 된 난간에 내려앉으려 하나 미끄러운 모양이다. 시멘트 난간도 마찬가지이다. 자꾸만 미끄러져 안착을 하지 못한다.

ⓒ 강재규
집안에 있는 아들을 급히 불렀다.
"빛이야, MP3 갖고 있지? 빨리 가져와봐."
"아빠, 왜요?"
"급하게 사진 찍을 일이 있어"
"네."

기계치인 나는 아들의 MP3조차 조작할 줄 모른다. 어서 셔터만 누를 수 있게 해달라고 아들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한여름 한참 열애 중인 잠자리를 찾았다. 두 몸 하나가 되어 벽에 쉬고 있는 잠자리를 발견하고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올려놓고 보니 선명하지 못하다. 내밀한 사랑의 장면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 잠자리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 될테니 오히려 별도의 흐림 사진 처리가 필요 없을 만큼 적당하게 찍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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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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