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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86대… 35대… 33대… 10대… 8대. 달리던 버스가 멈춰서고 있다. 최소 5개월에서 9개월이 넘게 임금체불이 계속되었던 노동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 결근계를 냈다. 차고지는 멈춰선 차들로 차있다. 누구하나 답을 내놓지 못한다.

긴 한숨 끝에 머금은 담배, 타들어 가는 담배 끝 마냥 늙은 노동자의 가슴도 타고 있다. 한 버스 노동자의 아내는 눈물을 훔친다.

"남편이 청춘을 다 바쳐 일한 직장인데, 모든 것이 바스라질 위기다. 친척의 도움으로 겨우 생활은 유지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커 가는데 가슴이 갑갑하고 죄여 온다."

[#장면2] 긴 장마가 끝나더니 불볕더위다.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평소보다 30분은 늦었다. 시에서 마련한 전세버스에 올랐지만 몸에 안 맞는 옷처럼 어색하다. 옆에 타신 할머니가 역정을 내신다.

"올해도 또 그란다. 우리 같은 촌사람들은 어찌하라꼬. 시는 뭐 하는가 몰라."

7월말까지 계속되고 있는 장마가 끝나고 계속되는 퇴약볕, 사람들은 갑갑함을 토로한다.

"작년에도 고생고생했끄만 시에서 대책이 있어야 하는거 아이가."

▲ 멈춰선 신일교통 시내버스들.
ⓒ 강무성
신일교통 사태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암흑 속을 걷고 있는 가운데 200여명 가까운 노동자 생존권과 시민들의 이동권이 위협받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체불임금으로 신일교통은 1일 현재 86대의 버스 중 단 8대만이 운행되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사측으로부터 경영권 인수를 논의하려던 노조집행부가 조합원들의 반발로 노조위원장이 사퇴하고, 집행부는 사실상 와해됐다. 노동자들은 "전체 조합원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밀실야합을 했다"며 노조지도부를 불신임했다.

이후 노동자들의 자발적 조직인 '체불임금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측과 대화에 나서고 있으나, 쉽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자금도 여력도, 대책도 없다"며 "경영권 역시 노동자들에게 넘겨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을 대표해서 나선 비대위는 "실제 회사의 부채와 자산규모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불확실한 모험에 나설 수 없다"며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상여금과 임금 등 총 19억7천여 만원의 체불임금 가운데 일부라도 선지급해줄 것을 바란다"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28일 "회사측에 답변할 시간을 줬고, 현재로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허나 8월 1일 현재까지 별다른 회사측의 답변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시 당국도 고심... "지난해 삼성교통과도 달라"

진주시는 시민불편을 우려해 시 외곽지역을 운행하는 구간에 대해 전세버스 4대를 긴급 투입했고, 부산교통에서 읍면 지역에 버스 8대를 투입해 신일교통 파행운행에 대한 공백을 일부 메우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편사항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시 당국과 노동부는 지난해 삼성교통 사태와 확연히 달라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진주시 교통행정과는 "지난해 삼성교통 사태의 경우 사주로부터 경영권을 노동자들이 이양 받기 위한 투쟁의 성격이 강했고 각자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을 만들었다"며 "하지만 신일의 경우 체불임금에 대한 부분만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대화 진전이 없는 갑갑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일교통은 은행 부채 21억5100만원과 19억7000여만원의 체불임금 등 총 40억원 이상의 채무와 함께 총 65억원의 부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임금 청산이 늦어지거나 어려울 경우 지난해 삼성교통 사태와 같은 장기간의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진주신문'(http://www.jinjunews.com) 818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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