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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 소액결제가 늘면서 각종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 소액결제가 늘면서 각종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어요. 사진이랑 메시지가 첨부되어 있다길래 클릭했더니, 모바일 블로그로 연결이 되더라고요. 바로 껐죠. 근데 얼마 있다가 소액결제가 되었다는 문자가 온 거예요. 인증을 한 것도 아닌데 자동적으로 돈이 결제되다니요."(아이디: 아름다운 청년)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료 통화권을 준다길래 이름이랑 휴대폰 번호를 입력했어요. 근데 3만3천원이 결제가 됐어요. 사이트 담당자한테 연락해서 환불해 달라고, 팩스로 요금내역이랑 계좌번호를 보내줬어요. 그런데도 몇 번씩이나 미루면서 계속 환불을 안 해주는 거예요."(아이디: 신욱선 91)


인터넷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소액결제시장 규모는 85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9천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확대에 따라 간편한 소액결제를 악용한 사기성 이벤트 등에 따른 피해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올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피해는 220여건 정도지만, 실제 다음·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휴대폰 소액결제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연일 수십개씩 올라오고 있다.

'무료 이벤트'로 휴대폰 결제 유도, 환불은 '나몰라라'

'무료' 가장 사이트 이벤트 화면 캡쳐.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휴대폰으로 인증번호가 도착한다. 다수의 피해자들은 경품을 제공받는 절차라 여기고 의심없이 인증번호를 입력한다. 하지만 인증번호 입력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소액결제가 이루어지게 된다
'무료' 가장 사이트 이벤트 화면 캡쳐.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휴대폰으로 인증번호가 도착한다. 다수의 피해자들은 경품을 제공받는 절차라 여기고 의심없이 인증번호를 입력한다. 하지만 인증번호 입력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소액결제가 이루어지게 된다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0일 '통화권 무료제공 유인 소액결제 피해 주의'라는 제목의 민원예보(제 2006-3호)를 발령했다. 다수의 사기성 CP(콘텐츠 제공업체)에서 '○○○ 무료제공'이라는 말로 회원들을 현혹시키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실제 다음 카페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cafe.daum.net/soeaek)'에서는 CP에서 제공한다는 '무료 통화권'에 혹해서 개인정보를 입력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카페 운영자인 임대천씨는 "'무료통화권, 무료복권 등을 제공한다'는 문구를 읽고 의심없이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했을 경우 휴대폰으로 인증번호가 도착한다, 경품을 받는 절차라 생각하고 인증번호를 이벤트 창에 입력하고 난 후에야, 결제가 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한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피해 사례도 다양하고 사기성 업체 역시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지경"이라며 "환불을 요구해도 '나 몰라라'하는 배짱 좋은 업체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영화무료쿠폰으로 회원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W무비 사이트.
영화무료쿠폰으로 회원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W무비 사이트.
한 인터넷 영화사이트는 이같은 수법으로 고객들의 휴대폰으로 돈을 빼갔다.

'W무비'는 초기 화면에 '○○시네마와 제휴, 무료 영화쿠폰 4장 증정'이라는 광고를 띄워놓고, 영화쿠폰을 받기 위해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는 회원에게 3만3천원씩 결제하도록 했다.

게다가 결제 3일이 지나면 환불이 불가능하고, 환불을 원할 경우에는 3일 내에 주민등록증 복사본과 통장 사본을 팩스로 보내야 한다는 약관을 자체 제정해 두었다. W무비의 경우 강도높은 피해자들의 항의로 지난달 31일부터 회원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W무비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 대표와 통화한 후, 더 이상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사이트 자체를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료서비스 기간 끝나면 바로 유료 전환

회원수가 10만명에 육박하는 인터넷컨텐츠몰 I사이트 역시 '사기성 수법'이라는 회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7일동안 무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무료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바로 유료로 전환되는 시스템.

자동으로 유료회원으로 전환되면 매달 사용료 9900원씩 휴대폰으로 자동 결제된다. 결제 후 회원 휴대폰 번호로 문자가 전송되기는 하지만, 이미 유료회원이 된 뒤다. 환불을 받으려면 따로 인터넷 게시판에 신청하거나, 사이트 담당자와 통화를 해야한다.

인터넷컨텐츠업체 I사이트의 7일 무료 이벤트. 무료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유료회원으로 전환돼 월 사용료가 휴대폰으로 매달 청구된다.
인터넷컨텐츠업체 I사이트의 7일 무료 이벤트. 무료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유료회원으로 전환돼 월 사용료가 휴대폰으로 매달 청구된다.
I사이트 대표는 지난 1일 전화 통화에서 "유료회원으로 전환되어 회원 계좌에서 돈이 나가게 될 경우 2회 가량 문자메시지로 통보해 준다, 그리고 회원이 환불을 요청할 경우 100% 환불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I사이트에 대한 항의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월 사용료가 5500원으로 내렸을 뿐 여전히 '일주일 무료영화 감상'이라는 문구로 회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 몰래 휴대폰 소액결제하는 사례도

인터넷에서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 이용시, 결제하는 사람과 휴대폰 소유자가 달라도 휴대폰으로 받은 인증번호만 입력하면 결제할 수 있다. 따라서 제3자가 주인의 주민등록번호만 알아도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이용해 있으면 주인 몰래 결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휴대폰 소액결제가 이루어지는 피해가 생기게 된다. 피해자들은 휴대폰 요금 청구서를 받아들고서야, 쓰지도 않은 요금이 청구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당황한다.

제3자가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도용해 소액결제를 할 수 있다.
제3자가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도용해 소액결제를 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대학생 이가영(가명·23)씨는 월말 휴대폰 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은 휴대폰 소액결제 요금이 2만2천 원이나 부과되어 나온 것. 혹여 가족 중 누군가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결제했나 싶어 물어봤지만 아무도 이용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도용했다는 생각에 찝찝했지만, 부당요금을 그대로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동통신사와 소액결제 대행사에 물어봐도 마땅한 환불책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액결제대행업체 '다날' 이은아 홍보팀장은 "휴대폰 도용이 이루어졌을 경우, 짧은 기간동안 휴대폰 결제 한도(보통 월 12만~15만원 정도) 내에서 한도를 모두 소진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이 있을 경우 이를 사전에 감지하고 결제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가영씨의 사례처럼 한 번에 휴대폰 결제한도액을 모두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사전 감지와 결제 차단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런 피해자들은 적절한 환불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

소액결제대행업체 "환불은 우리 책임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피해 사례에 대한 소액결제대행업체와 이동통신사의 대책은 무엇일까?

한 소액결제대행업체 관계자는 "사기성 CP에 따른 회원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결제대행업체일 뿐 직접 서비스를 제작하여 제공하는 업체는 개별 CP이고 취소·환불 역시 개별 CP의 역할과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동통신사 SK텔레콤 홍보실 관계자는 "문제가 되고 있는 CP들은 이통사와 계약관계가 없으며, 소액결제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며 "소액결제업체와 협력하여, 소액결제 문의센터를 만드는 것에 관해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소액결제업체를 통해 한번 인증을 거친 뒤 매달 자동결제가 이뤄질 수 있다.
소액결제업체를 통해 한번 인증을 거친 뒤 매달 자동결제가 이뤄질 수 있다.
"결제된 돈 돌려받기 어려워 포기"

한국소비자보호원은 "2006년도에 접수된 소액결제 피해사례는 221건인데, 우리가 환불 진행 상황이나 해결 상황까지 모두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221건의 신고사례도 전체 피해 사례에 비해 극히 일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 중 알게 된 몇몇 소액결제 피해자들은 "단돈 몇천원, 몇만원의 피해 사례를 일일이 신고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다"며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았지만 이미 결제된 돈을 환불받기란 쉽지 않다, 소비자보호원이나 사이버수사대 같은 곳에 신고하면 일이 더 복잡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의 임대천씨는 "이통사에 전화해서 상담원에게 어떠한 종류의 소액결제든지 완전히 차단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되면 '벨소리 다운로드'나 인터넷쇼핑몰 이용 등 자신이 실제 필요한 서비스조차 받을 수 없다.

통신위원회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팝업창 또는 광고창에 무료통화권 증정 등 각종 이벤트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 일단 주의하도록 하고, 사이트 가입시 이용 약관을 꼼꼼히 읽도록 하라"는 예방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처럼 네티즌에 대한 주의 환기만으로 피해가 줄어들지 의문이다.

인터넷기업협회 전략사업실 이정민 차장은 "인터넷에 있는 모든 CP의 불법성을 점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조만간 소액결제 중재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나 아직 정확한 일정이 잡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소액결제 피해자들은 갈수록 커져가는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의 크기에 걸맞게,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소액결제 관련 상담센터를 마련해 소비자들의 민원을 접수, 사기성 CP를 수시로 공개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 또한 소액결제대행업체나 이동통신사 역시 해당 CP에 모든 책임을 미루기에 앞서, 보다 현실적인 환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 변지혜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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